사공이 넘치는 국민의힘 선대위, ‘자리 사냥’ 치열
  • 구민주 기자 (mjooo@sisajournal.com)
  • 승인 2021.11.19 16:00
  • 호수 1675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후보 확정 2주 넘도록 선대위 알력다툼 지속
친이-친박, 의원 선수(選數) 따지며 자리 신경전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 모두 ‘원팀’이라는 똑같은 난제 앞에 놓여 있다. 그런데 원팀 구성이 이토록 난맥상인 원인은 서로 다르다. 민주당은 열심히 노를 젓는 사공이 없어 동력이 실리질 않는다. 국민의힘은 키를 쥐려는 사공이 지나치게 많아 한 걸음 내딛기도 쉽지 않다. 민주당은 나서서 뛰는 사람이 없다. 국민의힘은 너도나도 직을 달고 나서려 한다. 후보와 정당, 측근과 견제 세력 사이 엉킨 이해관계는 선대위 조직을 약화시키는 원심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대중에겐 현장과는 거리가 먼, 피로한 ‘정쟁’으로 비칠 뿐이다. 불행히도 이 같은 선대위 내홍이 대선까지 남은 100일간 지속할 거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현재 양당 선대위 안팎에서 흘러나오는 목소리를 통해, 원팀을 방해하는 주요인이 무엇인지 정리했다.

“문제 없다” “큰 이견 없다”는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와 이준석 대표의 말과 달리, 당 선거대책위원회 구성은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11월17일 윤 후보가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을 총괄선대위원장으로 한 1차 인선안을 제시했지만, 김 전 위원장이 사실상 이를 ‘엎어’버리면서, 또다시 조율에 들어가기도 했다. 윤 후보와 김 전 위원장이 만났는지 만나지 않았는지, 기본적인 사실관계에 대해서조차 일체된 목소리가 나오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밀당이 길어지자 당 내부에선, 당장 문제를 봉합해 선대위를 구성하더라도 언젠가 또 갈등이 터지지 않겠느냐는 불안감이 나타나고 있다.

세 인물 사이 선대위 인선을 둘러싼 갈등은 대개 그 결이 비슷했다. 용광로 선대위를 만들려는 윤 후보의 ‘플러스 인사’에, 이른바 ‘파리떼’와 ‘하이에나’들을 떨쳐 내려는 김 전 위원장의 ‘마이너스 인사’가 충돌하는 구도다. 이 대표와 윤 후보 사이 견제도 지속되고 있다. 이 대표는 언론 등을 통해 윤 후보 측근들에 대한 불편함을 계속 드러내고 있다. 이에 윤 후보 측에선 이 대표가 윤석열 대 김종인·이준석 구도를 형성하려 한다고 지적한다. 윤 후보 캠프 한 관계자는 “후보가 주인공인 대선에서 이 대표가 자꾸만 ‘자기 정치’를 한다”며, 3자 구도가 아닌 김 전 위원장과 윤 후보가 일대일로 논의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국회사진취재단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11월15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 서울 호텔에 서 열린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 출판기념회에 참석해 악수를 하고 있다.ⓒ국회사진취재단

“김종인, 언제든 자리 박찰 수 있는 인물”

국민의힘에선 11월 넷째 주 중 선대위 인선을 완료할 거라고 못 박았지만, 권한을 둘러싼 갈등은 끝이 아니라 이제 시작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단적인 이유로는 지금도 나타나고 있는 김 전 위원장의 캐릭터와 그의 전력이 꼽힌다. 김 전 위원장에 대해선 줄곧 구성원을 더하고 화합하기보단, ‘제외’시키는 리더십이란 평가가 있었다. 특히 자신과 ‘불편’한 인사는 곧 ‘불필요’한 인사라고 보는 경향도 지적돼 왔다. 최근 선대위 합류설이 나온 김병준 전 비대위원장과 김한길 전 새정치민주연합(민주당의 전신) 대표가 대표적인 사례다. 윤 후보가 극적인 화합을 그리고 있는 홍준표 의원의 합류가 한층 더 어려워진 이유이기도 하다.

이와 반대로 당내 세력이 필요한 윤 후보 자신은 합류 인사가 많을수록 좋은, 다다익선 원팀을 추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당초 둘 사이 선대위 조직에 대한 근본적인 방향부터 달랐던 셈이다. 조직도상 김종인 원톱 선대위가 꾸려지더라도, 윤 후보는 권성동·장제원 의원 등 기존 측근들과 긴밀한 소통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그 과정에서 김 전 위원장이 조금이라도 ‘김종인 패싱’을 느낄 경우, 곧장 내홍이 터질 수 있다는 게 안팎의 예상이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 교수는 “과거에도 김 전 위원장은 본인 뜻대로 조직이 잘 이끌리지 않자, ‘나 안 해’라며 박차고 나간 적이 있다. 이번에도 그의 성정상, 자신이 지적해온 ‘파리떼’들이 득세할 경우 언제든 이 카드를 꺼낼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김 전 위원장이 단순히 권력을 독점하기 위해 이들을 견제하는 게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취재에 따르면, 김 전 위원장은 선대위 머릿수를 늘리는 것을 곧 그만큼 ‘리스크’를 늘리는 일로 보고 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김 전 위원장은 지금 윤 후보에 대한 100% 확신이 없다. 따라서 자신이 전권을 갖고 윤 후보에 대한 노출을 최소화하면서 후보의 부족한 전문성이나 개인적 리스크를 감추려는 전략을 취할 것이다. 2012년 박근혜 후보 때와 비슷한 그림이다. 그런데 사공이 많아질수록 자신의 계획을 실행하기 어려워진다. 공동선대위원장을 최대 10명까지 늘리려는 윤 후보의 방향에 난색을 보이는 이유”라고 내다봤다.

그 밖에 공동선대위원장 등 자리를 둘러싼 중진 인사들 사이 신경전도 치열한 것으로 전해진다. 취재 결과, 최근까지 선대위 요직을 둘러싸고도 과거 친이(명박)계 의원과 친박(근혜)계 의원 사이에 선수(選數) 등을 따지며 신경전을 벌인 것으로 확인됐다. 선대위에 영향을 행사하려는 사공이 지나치게 많아, 이들 간 화학적 결합이 만만치 않을 거란 얘기가 나온다.

다만 ‘김종인 원톱’ 체제에 중진들이 가세하는 구성 외엔 현재 다른 옵션이 없는 만큼, 이들 사이에 필요에 의한 공생관계는 유지될 거란 전망이 강하다. 윤 후보 측은 김 전 위원장의 오랜 밀당에 불만을 가지면서도, 남은 선거 기간 ‘김종인 내비게이션’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데 동의하고 있다. 선거는 결국 후보가 치르는 만큼, 선대위에서 김 전 위원장의 리더십이 생각보다 강하게 발휘되지 못할 거란 얘기도 나온다. 선거 때까지만 김종인 체제를 받아들이고, 당선 후 인수위원회를 운영할 경우 윤 후보 측근을 중심으로 다시 ‘자체 내비게이션’을 장착하면 된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온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