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를 도울 것이라 예측됐던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선거대책위원회 합류를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자신과 악담을 주고받은 김병준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을 비롯해 장제원, 주호영 의원 등이 선대위에 먼저 합류하면서다. 빠른 의사결정을 원하는 김 전 위원장이 이들과의 동행을 매우 껄끄러워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윤 후보는 22일 이준석 당 대표와 김병준 전 위원장을 상임선대위원장으로 임명했다. 윤 후보는 “후보나 캠프, 중앙선대위 관계자만 움직이는 좁은 선거운동으로는 정권교체는 할 수도 없거니와 우리 당도 선거 과정을 통해 훨씬 운동력이 있고 강력한 정당으로 재탄생하는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며 “어떤 자리가 중심이 되는 선대위가 아니라 각자의 영역에서 충분한 권한과 책임을 갖고 일하는 선대위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정치권의 관심은 ‘김종인 합류 가능성’에 쏠렸다. 당초 김 전 위원장이 가장 먼저 총괄선대위원장으로 임명될 것이란 기대와 달리, 이날까지도 김 전 위원장은 합류를 공식화하지 않고 있다. 윤 후보도 김 전 위원장 합류를 확신하지 못하는 모양새다. 그는 ‘김종인 전 위원장이 시간을 더 달라고 한 이유’에 대한 질문에 “저도 잘 모르겠다”고만 답했다.
국민의힘에서는 ‘김종인 없는 선대위’ 시나리오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대선의 주인공은 어디까지나 후보다. 그 외 반드시 들어와야 하는 사람은 선대위에 없다”며 “자세한 사항은 후보와 (김 전 위원장) 둘만 알지 않겠나. 누가 오든 이길 수 있는 선대위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김 전 위원장의 ‘악연들’이 발목을 잡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대표적인 인물이 상임선대위원장에 앉은 김병준 전 위원장이다. 지난 총선 이후 두 사람의 관계는 틀어졌다. 김병준 전 위원장은 지난 4월15일 페이스북에 ‘윤석열 후보가 뇌물 받은 전과자와 손 잡을 리 없다’며 김 전 위원장 치부를 건드렸다.
그러자 김 전 위원장은 4월20일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김병준 전 위원장을 “하류적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이라고 깎아내렸다. 같은 날 현재 윤 후보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장제원 의원과 주호영 의원까지 연달아 비판했다. 장 의원은 윤 후보 비서실장 하마평에 오르내리고 있고, 주 의원은 지역선대위원장을 달 것으로 보인다.
김 전 위원장은 장 의원을 두고 “홍준표 의원 꼬붕”이라며 “상대도 안 한다. 지가 짖고 싶으면 짖으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주 의원을 두고는 “안철수를 서울시장 후보로 만들려던 사람”이라며 “내가 그 사람(주 의원)은 도저히 이해를 못 하겠다”고 비판했다.
이언주 전 미래통합당 의원은 시사저널과 만난 자리에서 “김 전 위원장은 자신에게 전권을 주지 않으면 선대위에 합류하지 않을 것이다. 들러리 서는 것은 김 전 위원장의 스타일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단언했다. 다만 선대위 합류 가능성은 여전하다고 진단했다. 이 전 의원은 “김 전 위원장이 윤 후보를 도와주는 모습을 보면 초조해 보인다. 윤 후보가 삼고초려하지 않았음에도 지지를 먼저 보내지 않았나”라고 반문한 뒤, “어느 선에서 윤 후보와 김 전 위원장이 (캠프 구성을) 타협할 가능성도 있다”이라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