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기 빈혈,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간 큰코 [강재헌의 생생건강]
  • 강재헌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1.12.21 07:30
  • 호수 16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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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률 높이고 삶의 질 떨어뜨려⋯빠른 진단으로적절하게 치료하면 좋아질 수 있어

73세 여성이 올해 들어 점점 기운이 없어지고 피로감이 커지며 걸을 때 숨이 차서 병원을 방문했다. 진찰과 검사 결과, 부적절한 식사로 인한 철분 결핍성 빈혈로 진단받았고 철분제 복용을 시작하면서 증상이 개선되었다.

빈혈은 혈액 중에서 적혈구 또는 적혈구 내에 있는 혈색소가 건강한 사람보다 감소한 상태다. 혈액 내의 적혈구는 우리 몸의 여러 기관에 필요한 산소를 공급하므로 적혈구가 부족하면 조직의 저산소혈증이 발생한다.

국내 한 연구진이 2007~16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참여한 10세 이상 국민 6만2825명을 대상으로 빈혈 유병률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의 빈혈 유병률은 14%로 65세 미만 국민의 빈혈 유병률(6.5%)에 비해 두 배 이상이었다. 여성 노인의 빈혈 위험은 남성 노인의 1.3배이고, 저체중 노인의 빈혈 위험은 2.3배, 관절염 환자의 빈혈 위험은 1.2배, 당뇨병 환자의 빈혈 위험은 1.4배 높았다. 또한 만성 신부전 환자의 빈혈 위험은 2.5배, 암 환자의 빈혈 위험은 2.7배나 되었다.  

노인 빈혈의 원인 중 3분의 1은 영양 결핍성 빈혈인데, 만성 출혈에 의한 철분 결핍성 빈혈이 가장 흔하고, 과도한 알코올 섭취와 영양 결핍에 의한 엽산 결핍, 위축성 위염에 의한 비타민B12 결핍 등이 그다음으로 흔하다. 만성질환에 의한 빈혈은 노인성 빈혈 원인의 20%를 차지하며 신부전에 의한 빈혈은 8%를 차지한다. 혈액을 만들어내는 기능에 문제가 생긴 골수형성이상증후군이나 복용 약제도 빈혈의 원인일 수 있다.

빈혈이 경미하면 별다른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으나 심한 빈혈이 있는 경우에는 운동 시 호흡곤란, 어지럼증, 두통, 심계항진증, 피곤함, 수면장애, 성욕 감퇴, 기분 장애, 집중력 감퇴 등이 흔히 나타날 수 있다. 

ⓒ시사저널 임준선
ⓒ시사저널 임준선

빈혈 생기면 운동능력·인지기능 저하

빈혈이 있으면 건강 문제가 발생하거나 사망 가능성이 커진다. 심부전 환자의 경우 빈혈이 동반되면 증상이 더 심해져 사망률이 높아질 수 있다. 암 환자도 빈혈이 있으면 사망률이 높아진다. 특히 65세 이상 노년층은 빈혈이 있으면 쉽게 다치고 운동능력이 떨어진다. 뿐만 아니라 인지기능이 저하되고, 치매가 잘 발생하며, 잘 움직이지 못하고 쉽게 넘어지며, 골밀도 및 근육량이 감소한다.

빈혈은 증상이 없거나 피로감 등 비특이적인 증상만 있는 경우가 많아 진단 시기를 놓치기 쉽다. 따라서 운동 시 호흡곤란, 어지럼증, 두통, 심계항진증, 피곤함 등의 증상이 있을 때는 물론이고, 증상이 없더라도 의심되는 경우 인근 의원을 방문해 혈액검사를 통해 빈혈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장기간 음주하거나 영양 결핍 우려가 있는 경우, 만성 신질환이나 간질환, 암이 있는 환자나 위장 출혈이 의심되는 경우에는 꼭 빈혈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가장 흔한 철분 결핍성 빈혈은 철분제 복용으로 대부분 치료할 수 있고, 다른 유형의 빈혈은 그에 맞는 적절한 치료로 좋아질 수 있다. 중요한 점은 빈혈의 원인이 되는 질환이나 식생활 문제도 같이 고쳐야 한다는 점이다. 노년기 빈혈은 매우 흔한 질환이며 사망률을 높이고 삶의 질을 저하시키므로 조기 진단과 치료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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