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민주당 희망 고문에 지친 호남 민심 달래야”
  • 구민주·김종일 기자 (mjooo@sisajournal.com)
  • 승인 2021.12.19 10:00
  • 호수 16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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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호남 지역구 현역 의원으로 국민의힘 입당한 이용호 공동선대위원장
“호남은 민주당엔 ‘잡힌 물고기’…기득권 논리로 견강부회”

그동안 호남은 확실했다. 민주당에는 믿음의 땅이었고, 국민의힘엔 메마른 불모지였다. 지금도 호남 민심은 민주당과 이재명 후보에게 기울어 있다. 이 후보의 호남 지지율이 반수를 겨우 넘겼던 지난 10월 후보 경선 직후와 비교해 보면 분명한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지지의 구심력이 약하다. 호남이 이번 대선에서 하나의 ‘승부처’로 거론되고 있는 것 자체가 그 근거다. 당의 비주류이자 영남 출신인 이 후보의 태생적 한계라는 지적도 있다. 이 후보로선 당내 호남 정치인은 물론, 2016년 국민의당 돌풍 이후 당 밖에 머무르고 있는 민주개혁 세력을 흡수해 집토끼를 확실히 잡겠다는 전략이다.

윤석열 후보는 이완된 호남 민심의 틈을 노린다. 호남 지지율 20%대 기록을 기대할 만큼, 호남 2030세대 중심의 민주당 이탈을 기회로 삼고 있다. 통합의 최후 퍼즐을 호남으로 두고, 강력한 서진(西進) 정책을 펼치겠다는 전략이다. 호남을 잡으면 사실상 대선에서 확실한 승기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는 내부 시각도 존재한다. 다만 윤 후보가 넘어야 할 호남 민심의 벽은 여전히 높다. 문재인 정부와 맞선 윤 후보에 대한 반감이 여전히 클뿐더러, 계속되는 구설과 의혹으로 민주당에서 멀어진 호남 민심을 끌어당길 유인을 주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그러던 중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선대위에선 각각 눈에 띄는 인사 영입을 선보였다.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를 지낸 김관영 전 의원과 민주당 입당을 시도하며 무소속에 머무르던 이용호 의원이 주인공이다. 모두 호남을 정치 기반으로 둔 정치인이다. 양 선대위는 이들을 기수로 내세워, 국민 통합의 출발지인 호남을 위한 승부를 시작했다.

12월7일 국민의힘에 입당해 윤석열 후보 선거대책위원회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은 이용호 의원은 “호남은 민주당엔 ‘잡힌 물고기’”라며 “희망 고문에 지친 호남 민심이 민주당과 이완 상태를 보이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후보는 민주당이 희망 고문을 했던 정책을 챙기며 민심을 달래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의원은 2016년 20대 총선 당시 국민의당 소속으로 전북 남원·임실·순창에서 당선됐다. 이후 바른정당과의 합당 과정에서 탈당한 그는 21대 총선에 무소속으로 출마해 재선에 성공했다. 이후 7개월여간 민주당 복당을 신청했지만 당의 문은 끝내 열리지 않았다.

ⓒ시사저널 박은숙
ⓒ시사저널 박은숙

두 갈래 길에서 국민의힘 입당을 택했다.

“하루에도 수없이 생각이 오락가락했다. (당선되면 민주당에 입당하겠다는) 유권자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자존심 구겨가며 호소했는데, 점점 지쳐 갔다. 한계가 오던 차에 윤 후보 쪽에서 집요하게 영입을 제의했다. 원점에서 다시 생각하자고 결심했고, 민주당 복당 신청을 철회했다. 그리고 윤 후보를 만났는데, 그 후부터 민주당 쪽에서 엄청나게 연락을 하더라. 7개월간의 호소에는 응답하지 않더니, 남 주긴 아까운 건가 싶고 진정성이 의심스러웠다. 제가 민주당에 끝내 못 들어간 이유 중 하나가 ‘패거리 정치’였는데, 들어가서도 이를 깨지 못할 것 같기도 했다. 지금 민심은 정권교체 열망이 크고, 그렇다면 대한민국에 좋은 일이 우리 지역 주민들에게도 좋은 일이 아닐까 싶어 결정하게 되었다.”

입당 전후 윤 후보와 어떤 이야기를 나눴나.

“윤 후보 지지율이 높게 나오는 건 국민이 윤 후보를 좋아해서가 아니라 정권교체를 원하기 때문이라고 말해 줬다. ‘(저와 윤 후보 사이 가교 역할을 해준) 정진석 의원이 후보가 됐어도 윤 후보 못지않게 나왔을 것’이라고까지 얘기하면서 이 점을 계속 가슴에 품고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후보는 ‘믿고 가자’ ‘잘하겠다’고 여러 차례 말했다. 본인은 모든 권한을 위임하고 국민과의 소통도 적극적으로 하겠다고 했다. 정치적 언어엔 미숙하지만, 정치에 때가 묻은 사람은 아니었다. 상남자 스타일이더라.”

지금 호남 민심은 어디로 향하고 있을까.

“그간 호남은 민주당에 올인해 왔다. 그런데 지금 빈손이라는 허탈감을 느끼고 있다. 호남에서도 상당수는 속으로 민주당에 대해 ‘저게 아닌데’ 하는 생각을 한다. 조국 사태, 위성정당 논란 등 식자(識者)들 사이에 회의감이 있다. 이 후보와 호남 간에 긴밀한 유대감도 없다. 이낙연 전 대표와 경쟁도 치열하게 했다. 그러다 보니 민심은 민주당과 상당히 이완돼 있다.”

입당 당시 “민주당에 호남 정신이 남아있는지 되돌아볼 때”라고 말한 것과 같은 맥락인가.

“호남에선 민주당이 변함없는 기득권이다. 국회의원부터 시장, 군수, 시·도의원 전부 민주당이다. 지역 언론도 제 기능을 못 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주류들이 토착해 왔고 여기에 편입되지 못하면 먹고살기 힘들어졌다. 호남 정신이란 국가가 위기를 맞았을 때 분연히 들고일어나고 불의를 참지 못하는 것 아닌가. 그런데 지금 민주당은 진영논리에 매몰돼 불의와 정의를 구분하지 못하고 있다. 기울어진 운동장 속에서 그저 기득권 논리로 견강부회하고 있다. 안타깝다. 호남은 이미 민주당엔 ‘잡힌 물고기’다. 저한테도 민주당 분들은 ‘설마 호남이 국민의힘으로 가겠냐’ ‘그냥 무소속으로 있으라’ 하시더라. 그렇게 제 입구도 막고 퇴로도 차단하더니, 이제 와 ‘철새’라고 욕한다.”

이 후보가 호남에서 고전하는 이유는 뭘까.

“민주당이 잘못해서다. 민주당은 180석을 갖기엔 실력이 안 되는 정당이다. 많은 의석이 독이 됐다. 잘못은 할 수 있다. 그런데 오만했다. 국민의힘이 잘해서가 아니다. 집값 문제가 단연 가장 큰 이유다. 저 같은 위치에 있는 사람도 자녀 집 문제 때문에 고민을 하는데, 국민은 어떤 상태겠나. 일자리는 다음 문제다. 최저임금 아무리 높여도 집 못 사는데. 허탈할 수밖에 없다.”

이 후보에게선 연락이 안 왔나.

“왔다. 같이 하자고 요청했다. 이 후보야 다급하겠지만, 이 후보 전화 한 통에 마음을 바꾸기엔 이미 너무 멀리 왔다. 민주당 복당의 경우 2018년 이해찬 당 대표 있을 때 한 번 뒤통수를 맞았고, 이후 한 번 더 당했다. 이번에도 다급해서 부르는 걸 진짜인 줄 믿고 갔다가는 또 뒤통수 맞을 것 같았다. 세 번 속으면 속는 사람도 문제이지 않나.”

 

“검찰개혁 방해 이미지 尹, 호남 확장성 떨어져”

국민의힘을 향해서도 ‘뼈를 깎는 노력으로 개혁하라’고 쓴소리를 했는데.

“국민의힘은 기득권, 있는 사람들의 논리에 함몰돼 있다. 그들만 대변한다. 민주당이 무슨 얘길 하면 방어 논리만 펼치기 바쁘다. 제발 보수의 논리에서 벗어났으면 좋겠다. 실용적인 정당으로 거듭났으면 좋겠다.”

윤 후보를 향한 호남 민심은 어떻게 보나. 두 자릿수 지지율을 내심 기대하던데.

“지금 지지율은 오히려 낮다고 본다. 만약 홍준표 의원이 야당 후보였으면 호남 지지율이 30%는 됐을 것이다. 홍 의원은 젊은 층에 더 인기가 있고, 윤 후보처럼 여러 구설이 있진 않기 때문이다. 윤 후보는 호남에서 여전히 민주당과 부딪치며 검찰 개혁을 방해한 이미지로 남아있다. 실언에 가까웠지만 지난 전두환 발언도 있었잖나. 이런 것들이 합쳐지다 보니 확장력이 떨어지고 있다.”

호남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방안은.

“오랜 기간 민주당이 희망 고문을 했던 공약과 정책에 대해 ‘우리가 풀어주마’ 하고 접근해야 한다. 민주당은 그동안 국민의힘 핑계를 대며 빠져나갔다. 전북 내 공공의대 설립의 경우, 당·정·청이 해주겠다 해놓고 4년이 그대로 흘렀다. 그땐 야당이 반대해서 못했다고 치자. 지금은 의석수도 충분하다. 그런데도 아무것도 안 하더라. 이런 걸 전향적으로 해주겠다고 약속하면 호남 민심을 얻을 수 있다.”

지난 대선에선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를 도왔다. 안 후보와의 단일화는 어떻게 보나.

“안 후보도 이제 정치한 지 10년 됐으니, 정치에 대해 충분히 알 거다.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도 안 후보가 상당히 기여했고 지금도 정권교체라는 대승적 차원에서 함께하고 있기 때문에 의심의 여지 없이 합칠 거라고 본다.”

최근 또 다른 호남 정치인인 김관영 전 바른미래당 의원이 민주당에 합류했다.

“김 전 의원은 민주당과의 행보를 저보다 훨씬 많이 했다. 공수처 신설이나 선거법 개정 등의 과정에서 사실상 민주당과 한 몸이 돼서 해왔다. 그런 정치 궤적이 민주당과 가까웠을 것이고, 함께 입당한 채이배 전 의원도 진보적 성향이 강한 인물이다. 민주당 합류가 자연스럽다. 소신이 있고 좋은 분들이니 민주당에서 잘 자리를 잡았으면 좋겠다. 행운을 빈다.”

이 의원의 국민의힘 합류를 향후 정계개편의 신호탄으로 보기도 하는데.

“대선 결과가 어찌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얘기할 사안은 아닌 것 같다. 다만 국민에게 꼭 드리고 싶은 말씀은 선거는 늘 평가이고 심판이라는 것이다. 그러니 선거 때 나와서 캠페인을 벌이는 것에 현혹되어선 안 된다. 최선의 후보를 뽑으면 좋겠지만, 지금 양당 모두 가장 훌륭한 후보를 뽑았는가를 물으면 아쉬운 부분이 있는 게 사실이잖나. 그저 정권교체 희망이 투표에 잘 반영되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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