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내 야당 역할 할 생각…악마의 변호사처럼 쓴소리하겠다”
  • 구민주·김종일 기자 (mjooo@sisajournal.com)
  • 승인 2021.12.18 14:00
  • 호수 16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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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민주당 복귀한 김관영 국민통합위 공동위원장
“민주개혁 세력 통합해낼 것…제3지대 요구 적극 수용”

그동안 호남은 확실했다. 민주당에는 믿음의 땅이었고, 국민의힘엔 메마른 불모지였다. 지금도 호남 민심은 민주당과 이재명 후보에게 기울어 있다. 이 후보의 호남 지지율이 반수를 겨우 넘겼던 지난 10월 후보 경선 직후와 비교해 보면 분명한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지지의 구심력이 약하다. 호남이 이번 대선에서 하나의 ‘승부처’로 거론되고 있는 것 자체가 그 근거다. 당의 비주류이자 영남 출신인 이 후보의 태생적 한계라는 지적도 있다. 이 후보로선 당내 호남 정치인은 물론, 2016년 국민의당 돌풍 이후 당 밖에 머무르고 있는 민주개혁 세력을 흡수해 집토끼를 확실히 잡겠다는 전략이다.

윤석열 후보는 이완된 호남 민심의 틈을 노린다. 호남 지지율 20%대 기록을 기대할 만큼, 호남 2030세대 중심의 민주당 이탈을 기회로 삼고 있다. 통합의 최후 퍼즐을 호남으로 두고, 강력한 서진(西進) 정책을 펼치겠다는 전략이다. 호남을 잡으면 사실상 대선에서 확실한 승기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는 내부 시각도 존재한다. 다만 윤 후보가 넘어야 할 호남 민심의 벽은 여전히 높다. 문재인 정부와 맞선 윤 후보에 대한 반감이 여전히 클뿐더러, 계속되는 구설과 의혹으로 민주당에서 멀어진 호남 민심을 끌어당길 유인을 주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그러던 중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선대위에선 각각 눈에 띄는 인사 영입을 선보였다.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를 지낸 김관영 전 의원과 민주당 입당을 시도하며 무소속에 머무르던 이용호 의원이 주인공이다. 모두 호남을 정치 기반으로 둔 정치인이다. 양 선대위는 이들을 기수로 내세워, 국민 통합의 출발지인 호남을 위한 승부를 시작했다.

“2016년 분열 이후 중도에 머물러 있는 민주개혁 세력을 다시 민주당으로 통합해낼 것이다.” 12월10일 더불어민주당에 입당해 선대위에서 국민통합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은 김관영 전 의원은 ‘통합’을 강조했다. 그는 “당 바깥에 있는 민주개혁 세력은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에 비판적이지만, 보수진영과 정책적인 궤를 함께하긴 더욱 어렵다”며 “저부터 당을 향해 ‘비판적으로 지지’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다시 이들의 마음을 끌어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국회를 떠나 정책 싱크탱크 ‘한국공공정책전략연구소’를 운영해 왔다. 지난 8월 600페이지에 이르는 정책집을 발간해 각 대선후보 캠프에 전달했고, 여야 모두로부터 러브콜을 받아왔다. 입당 당시 이재명 후보는 김 위원장을 향해 “천군만마를 얻었다”며 환영하기도 했다.

ⓒ시사저널 이종현
ⓒ시사저널 이종현

왜 이재명 후보를 택했나.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윤석열 후보 쪽에서 영입을 제의했을 때 ‘과연 보수가 집권할 준비가 돼있는가’를 생각해 봤다. 탄핵 이후 보수가 충분히 변화했다고 보기 어려웠다. 지금도 정책 경쟁은 하지 않고, 밖에서 들어온 윤 후보를 등에 업고 ‘지금은 정권교체만이 답’이라고만 외치고 있다. 집권 후 다음 총선까지 2년간 보수정권이 민주당 180석 상황에서 국정을 운영할 능력이 있어 보이지 않았다. 그럴 바엔 민주당을 고쳐 쓰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던 중 이 후보와 만났고, 제게 당에 들어와 ‘여당 내 야당’ 역할을 해달라고 말했다.”

다른 이유는 무엇인가.

“후보 캐릭터다. 윤 후보는 검찰에만 26년 있었다. 검찰의 시각으로 사고 구조가 굳어버릴 수밖에 없다. 검사동일체 조직에서 범죄자를 단죄하던 이가 복잡한 이해관계가 섞인 정치 세계에서 과연 제대로 경청과 타협을 할 수 있을지 회의적이었다. 행정 경험이 있는 이 후보가 현장 감각과 공감 능력 면에서 훨씬 나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선거 마지막 순간, 국민은 결국 먹고사는 문제를 누가 현실적으로 해결해 줄까 고민하게 될 것이다. 후보 중 성과가 있고 검증된 사람을 선택할 것이며, 저 역시 그렇게 판단했다.”

이 후보와는 어떤 이야기를 나눴나.

“이 후보와 3시간에 걸쳐 식사를 했다. 이 후보는 제게 ‘민주당의 악역을 맡아달라. 악마의 변호사라는 말이 있는데, 민주당에 제대로 쓴소리를 해달라’고 했다. ‘민심이 왜 민주당을 떠났는지 객관적인 시각에서 분석하고 대안을 내줬으면 좋겠다’며 ‘여당 내 야당’ 역할을 맡아달라고도 이야기했다.”

밖에서 본 민주당 선대위의 아쉬운 점은.

“초반에는 원팀을 추구하다가 기민성과 메시지 통일성이 약해진 모습을 보였다. 이 부분은 선대위 혁신을 통해 이제 나아졌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는 선대위가 중도적 민심까지 포용하기 위한 노력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한다. 저부터 국민통합위원장으로서 통합과 포용의 정치를 위한 역할에 집중하려 한다.”

국민 통합과 포용의 정치를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대한민국이 지금 젠더·세대·계급 간 분열이 돼 있다. 이번 대선은 이념과 진영 논리를 초월해 국민 통합적 시각으로 의제를 던져야 한다. 작게는 민주당 역시 2016년 국민의당이 등장한 이후 분열한 민주개혁 세력과 다시 통합하고 함께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국민의당에서 주로 활동했던 과거 민주당 인사들을 활발히 영입해야 한다.”

당내에선 새 경쟁자가 달갑지 않을 텐데.

“현역 의원들 입장에선 자신의 잠재적 경쟁자들이 당으로 들어오는 것이니 다소 불편할 순 있다. 그러나 자칫하면 보수로 정권이 넘어갈 수 있는 절박한 위기 아닌가. 지금은 이를 당장 막아야 한다는 대의가 민주개혁 세력 사이에 형성돼야 한다. 대의 앞에선 다소 불만이 있더라도 양보하며 풀어나가야 한다. 대선에서 승리한다면 모두가 나라를 위해 헌신할 기회를 충분히 얻게 될 거라고 본다.”

 

“이낙연 전 대표 나서준다면 호남 지지율 반등”

지금 호남 민심이 전폭적으로 이 후보를 밀어주지 않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실책도 있을 테지만, 무엇보다 지난 민주당 경선에서 이낙연 전 대표를 지지한 이들은 아직 낙심이 크다. 경선 후유증도 여전히 남아있다. 심지어 윤석열을 찍을지언정 이재명은 안 찍겠다는 분들도 있다. 그러나 시간이 조금 더 지나고, 이낙연 전 대표가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준다면 이내 회복될 거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되면 이 후보 지지율도 상당히 반등할 것이다.”

호남의 이용호 의원, 박주선 전 의원 등이 국민의힘에 합류했다.

“각자의 고민이 있었겠지만, 그동안 정치를 해왔던 대의나 가치 면에선 아쉬움도 있다. 민주당이 이들을 포용하려는 노력을 지체한 것도 하나의 이유일 것이다. 그러나 시대적 가치를 중시하고 민주와 개혁의 요람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는 호남이 그들로 인해 마음을 움직일 것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민주당을 거친 인사들이 현재 윤석열 선대위의 주류를 차지하고 있는데.

“윤 후보의 중도화 전략 영향일 것이다. 그간의 낡은 보수 이미지를 벗고, 민주당 출신 인사를 내세워 중도 이미지를 강화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역설적으로 보수의 한계를 보여준다. 국민의힘 자체로는 국민 지지를 끌어내기 어렵고, 정책적으로도 보수의 아이디어가 고갈된 상황을 보여주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

지난 10월 본지 인터뷰에서 “정치 개혁과 개헌에 가장 의지가 있는 후보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 후보의 의지는 어떻다고 보나.

“정치 개혁 의지는 누구보다 강하다는 걸 확인했다. 최근 이 후보는 지난해 4월 총선 때 여야가 만든 위성정당을 ‘기상천외한 편법’이라고 말하며 ‘불가능하게 만드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스스로 성찰하고 정치 개혁의 본령을 회복하려는 의지를 높이 평가한다. 선거제도 개혁과 대통령 권력 분산에 대해서도 의지가 분명하다.”

집권 이후 연정과 협치에 대한 구상은.

“누가 대선에서 이기든 연정을 통한 국정운영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새로운 정부에선 좀 더 나은 대한민국의 통치 시스템을 반드시 만들어야 한다. 민주당이 이겨 180석의 여당을 갖는다 하더라도 통 큰 합의, 연정의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 권력을 가진 쪽이 권력을 나눌수록 정치는 더 튼튼해진다.”

제3지대와의 연대나 후보 단일화 가능성은.

“저부터 제3지대에서 6년간 어렵게 정치 개혁 과제를 직접 외쳐왔다. 비록 지금 제3지대가 미미하지만, 분명 새로운 변화의 에너지가 그곳에 응축돼 있다. 민주당은 제3지대 후보들이 주장하고 있는 정치 개혁 과제를 적극적으로 수용할 계획이다. 이 후보에게도 충분히 필요성을 전했고 이 후보도 전향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다만 제3지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나 김동연 새로운물결 후보와의 단일화 논의는 예단하기 어렵다. 대선판의 역동성이 어떻게 작용할지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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