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미크론 공포’ 르포] 대만 “고위험 업종 종사 미접종자에 벌금 부과 논의”
  • 부원승 자유 기고가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1.12.20 11:00
  • 호수 16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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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오미크론 공포 대처하는 ‘5국 5색’
대만, 지역 감염 0명 유지…강경책으로 ‘제로 코로나’ 고수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가 지구촌 전체를 공포에 빠트리고 있는 걸까. 시사저널은 일본·중국·대만·미국·영국에 거주하는 해외통신원과 필자들을 동원해 현지 르포를 진행했다. 현재 코로나19 상황은 어떤지, 정부 당국의 대응전략은 무엇인지, 백신 추가 접종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은 어떤지, 그리고 현지 전문가들은 어떤 전망을 내놓는지 그 생생한 목소리를 담았다.

코로나19의 새로운 변이인 오미크론이 전 세계를 위협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방역 모범 국가로 꼽히는 대만의 방역 상황은 비교적 안정적이다. 올해 5월 이후 한때 확진자가 갑자기 늘어나는 사태가 있었지만, 봉쇄 정책과 내부 방역 정책이 효과를 냈다는 평가다. 대만의 코로나19 확진자는 12월15일 기준 1만6752명으로, 엿새째 해외 유입 이외 국내 확진자는 발생하지 않고 있다. 코로나19 방역과 관련해 ‘제로 코로나’ 정책을 고수하고 있는 대만 정부는 최근 지정 업종 종사자의 코로나19 백신 접종과 관련해 벌금 부과 계획을 수립하는 등 예방과 관련해 강경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전파력이 강한 오미크론 변이를 예방하기 위해 전국에 발령한 코로나19 방역 ‘2급 경계’ 연장 계획도 발표했다.

마스크를 착용한 대만 시민들이 11월10일 타이베이의 교차로를 지나가고 있다.ⓒ
마스크를 착용한 대만 시민들이 11월10일 타이베이의 교차로를 지나가고 있다.ⓒEPA 연합

지역사회의 오미크론 전파 위협성 없다고 판단

대만 내에서 오미크론 변이 감염자가 확인된 것은 12월11일이다. 첫 확진자는 에스와티니에서 귀국한 대만 국적의 30세 여성으로, 아스트라제네카와 모더나를 접종한 이력이 있었다. 입국 후 집중검역소에서 실시한 검사에서 양성 을 나타냈고, 당국은 이 여성을 바로 격리병동에 입원시켜 전염을 차단했다. 같은 비행기에 앉았던 탑승객들은 모두 음성 반응이 나왔다. 다른 2명은 화이자 백신을 접종하고 영국에서 입국한 30대 여성과 미국에서 입국한 미국 국적 20대 남성이다. 대만 정부는 오미크론 변이의 지역사회 전파 위협성은 없다고 보고 있다.

대만의 코로나 국내 확진자는 11월6일부터 33일간 0명을 유지했고, 특히 사망자는 한 명도 발생하지 않았다. 12월9일 국내 확진자가 한 명 발생했는데, 해당 확진자는 전(前) 중앙연구원 실험실 직원이었다. 그가 일하던 P3 실험실은 코로나 변이 바이러스에 관한 연구를 하던 곳으로, 1차적 조사 결과 확진자는 코로나바이러스 관련 실험 중 표준 프로세스를 따르지 않아 감염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연구원은 모더나 백신 2차 접종자로, 지난 11월말 영국 알파 변이 바이러스가 투여된 실험용 쥐에게 물렸다고 밝혔다.

조사에서 연구원은 델타 변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으로 나타났는데, 지휘센터는 실험실에서 영국 알파 변이뿐 아니라 다른 변이 바이러스 실험도 진행된 만큼 모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감염원에 대해 더 조사한다는 입장이다. 지휘센터는 실험실 탁자, 문손잡이에서 모두 바이러스가 검출됐다며 실험실 내에서 교차감염이 이뤄졌을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다행히 현재까지 코로나 확산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아 국내 확진자는 다시 0명을 기록하고 있다. 현재 대만의 신규 확진자는 모두 해외 유입 확진자다.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의 세계적 유행으로 대만 보건 당국은 예방접종에 또 한 번 드라이브를 걸었다. 대만 정부의 통계(12월13일 기준)에 따르면 대만의 백신 1차 접종률은 78.89%, 2차 접종 비율은 64.17%다. 2차 접종 후 만 5개월이 지나면 3차 접종이 가능하다. 현재 3차 접종 자격에 부합하는 6만 명 중 3만 명 이상이 이미 접종을 완료했다.

지휘센터는 확보된 모더나 백신을 유통기한 내에 사용하고, 접종 인원을 늘리기 위해 ‘접종장 추가 개설’이라는 방안을 내놨다. 실제로 12월5일부터 타이베이역, 반차오역 등 기차역과 까르푸, PX 마트에 모더나 접종장을 개설했다. 국적에 상관없이 사전 예약을 하지 않아도 백신을 맞을 수 있다. 접종 후에는 100NTD(약 4250원) 상품권을 제공했다. 좡런샹 지휘센터 대변인에 따르면, 12월5일부터 12일까지 타이베이역 접종장에서 접종한 인원은 1만8600명에 이른다. 접종 인원이 늘어나자 9일까지 운영 예정이었던 타이베이역 접종장 운영을 12일까지 연장했고, 이날 저녁 다시 한번 연장돼 12월21일까지 운영할 계획이다.

또 지휘센터는 유흥업종·장례업종을 비롯해 학교·학원·노래방·요양원 등 30개 업종 종사자는 12월17일 전에 백신 2차 접종을 반드시 마쳐야 한다고 발표했다. 내년 1월1일부터 해당 업종 종사자는 2차 접종을 마친 지 2주가 경과해야 한다는 새로운 규범을 실시한다. 차이빙쿤 타이베이시 부시장은 “중앙부처와 벌금 부과 여부를 논의할 계획이며, 미접종자에게 3000NTD 이상 1만5000NTD(약 12만7650원~63만8250원) 이하 벌금을 부과해 30개 업종에 해당하는 국민이 하루빨리 2차 접종을 마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벌금 부과’ 두고 시민들 반응 극과 극으로 갈려

이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은 극과 극으로 갈린다. 타이베이시 시민 A(35)는 “백신 접종은 개인 의사에 따라 결정해야 하는 문제인데 벌금을 부과한다니 받아들일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에 반해 관련 업종 종사자인 B(30)는 “이러한 강제적 수단 또한 모두가 자발적이길 바라는 마음에서 나온 정책 아니겠느냐”며 “백신 접종은 자신을 보호하고 고객들이 안심할 수 있는 장치”라고 말했다. 타이베이 접종장에서 만난 한 미술 교사(50)는 “2차 접종을 위해 휴가를 내고 타오위안에서 타이베이역으로 왔다”며 “평소에 주사 맞는 것에 대한 공포가 있는데, 벌금 부과를 피하기 위해 반강제적으로 맞는 느낌이다. 정부의 이러한 규정이 없었다면 2차 접종을 회피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만은 12월14일부터 27일까지 2단계 경계를 유지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외출 시 마스크 착용은 물론이고, 영업장소와 공공장소의 QR코드 체크인, 체온 측정, 환경위생 강화, 직원 건강관리 등의 체계가 유지된다. 그리고 가장 큰 명절인 춘절(春節) 연휴에 대비해 12월14일부터 내년 2월14일까지 ‘춘절 검역 7+7+7 방안’을 시행한다. 2차 접종을 마친 지 14일이 경과한 상태에서도 격리해야 한다. 입국일로부터 7일간 방역 호텔 또는 집중검역소에 숙박하고, PCR 검사 결과 음성일 경우 귀가해 자가격리 7일, 그 후 자주적 건강관리 7일을 해야 한다. 자가격리는 한 집에 한 명이 원칙이다. 만약 분리된 방에서 자기격리를 하기 위해서는 같은 집에 거주하는 가족들이 2차 접종을 마친 지 14일이 경과한 상태여야 한다.

정부는 춘절이 지난 후 단계를 하향 조정할 예정이다. 의 방역 목표는 확진자 수를 0명으로 유지하는 것이다. 천스중 지휘센터 지휘관은 “‘제로 코로나’가 여전히 가장 중요한 정책”이라고 강조했다. 린잉란 기층의료협회 이사장은 “만약 우리가 춘절의 난관을 견뎌낼 수 있다면 춘절 이후 당연히 방역 단계를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며 “많은 국민이 백신 2차 접종을 마쳤다. 혹시라도 추후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의 지역사회 감염이 발생한다 하더라도 경미한 증상에 그칠 것이기 때문에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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