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미크론 공포’ 르포] 베이징,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입국 제한
  • 모종혁 중국 통신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1.12.20 10:00
  • 호수 1679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르포] 오미크론 공포 대처하는 ‘5국 5색’
중국, 사실상 국경 봉쇄하고 ‘제로 코로나’ 정책 고수
오미크론보다 일부 지역에서 발생하는 집단감염에 더 관심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가 지구촌 전체를 공포에 빠트리고 있는 걸까. 시사저널은 일본·중국·대만·미국·영국에 거주하는 해외통신원과 필자들을 동원해 현지 르포를 진행했다. 현재 코로나19 상황은 어떤지, 정부 당국의 대응전략은 무엇인지, 백신 추가 접종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은 어떤지, 그리고 현지 전문가들은 어떤 전망을 내놓는지 그 생생한 목소리를 담았다.

“중국에서 오미크론 변이 감염 환자가 처음 확인됐다.” 12월14일 아침 중국 신문은 일제히 오미크론 변이가 대륙에 상륙한 소식을 긴급 보도했다. 그 경과는 이렇다. 12월9일 해외에서 톈진(天津)으로 들어온 입국자들의 코로나19 확진 여부를 검사했다. 검사 결과 한 명이 오미크론 변이에 감염됐다. 이를 확인한 톈진시 방역 당국은 감염자를 즉시 병원에 격리 입원시켜 치료받도록 했다. 필자는 톈진에 사는 중국인에게 현지 상황을 물었다. 그는 “13일 저녁에 SNS 매체의 보도를 통해 관련 사실을 알았다”면서 “걱정이 좀 되지만 입국 과정에서 발견했기에 향후 지역 내 감염과 확산은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12월13일 중국 베이징의 상업지구에서 시민들이 도로를 건너고 있다.ⓒEPA 연합

중국 입국하면 3~4주간 격리…고역의 통과의례 치러야

그가 이렇게 확신에 차서 말한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중국이 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입국 방역 조치를 실행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3월 하순부터 중국은 사실상 국경의 문을 걸어 잠갔다. 물론 외국인에게 방문 비자를 내주고는 있으나, 극소수로 한정되어 있다. 게다가 입국자는 중국에 도착하면 고역의 통과의례를 치러야 한다. 여객기에서는 좌석 순서에 따라 시간 간격을 두고 내려 코로나19 검사를 받아야 한다. 입국 검사에서는 취조에 가까운 심문을 받고, 휴대폰에 건강 신고 프로그램을 깔아야 한다. 따라서 모든 개인정보가 중국 당국에 노출된다.

코로나19 검사 결과로 음성 판정을 받으면 방역버스를 타고 격리시설로 이동한다. 버스는 일정한 인원이 다 차야 운행하기에, 공항에서 몇 시간씩 기다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격리시설에 도착해 버스에서 내리면 직원들이 항균제를 뿌려댄다. 또한 시설에 투숙하는 데도 꽤 시간이 걸린다. 이런 고단한 과정을 거치다 보면 하루가 훌쩍 지나간다. 무엇보다 격리시설에서 보내야 하는 기간은 무려 3주다. 일부 지방은 자택격리를 더해 4주나 한다. 이렇듯 엄격한 절차와 기나긴 격리는 국적이나 백신 접종 여부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모든 입국자에게 적용한다.

이뿐만 아니라 최근 중국인들의 관심은 온통 국경도시와 저장성에서 발생한 코로나19 집단감염에 쏠려 있다. 11월27일 20명의 첫 확진자가 나온 이래 네이멍구(內蒙古)자치구 후룬베이얼시에서는 540명이 넘는 집단감염이 발생했다. 이렇게 확진자가 속출한 것은 러시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후룬베이얼시에 속한 만저우리 지역은 러시아를 통해 유럽을 잇는 화물열차 노선 중 가장 빠른 통관지다. 따라서 러시아와 교류가 활발하다. 이로 인해 처음 감염된 확진자는 화물 하역작업 노동자와 국제화물 물류회사 직원이었다.

저장성에서 발생한 코로나19 집단감염은 양상이 다르다. 샤오싱·닝보·항저우 등 3개 도시에서 동시다발적으로 230명이 넘는 확진자가 쏟아졌는데, 그 원인을 알 수가 없다. 저장성은 네이멍구와 달리 인구가 많고 밀도 또한 높다. 게다가 처음 확진자가 나온 닝보보다 샤오싱에서 증가 속도가 빠르다. n차 감염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이에 따라 중국 당국은 다른 도시에서 항저우와 닝보로 가는 항공편을 중단했다. 샤오싱 주민 529만 명은 코로나19 검사를 받았고, 닝보와 항저우도 확진자가 많이 나온 구의 주민은 모두 검사를 받았다.

흥미로운 점은 이들 지역에서 1000km나 떨어진 수도 베이징의 대응이다. 대부분의 대학이 일정을 앞당겨 방학에 들어가고 기말고사는 온라인으로 치르기로 했다. 교육 당국은 초·중·고교의 조기 방학도 추진 중이다. 중국은 한국과 달리 1월초에 기말고사를 치른 뒤 방학에 들어간다. 따라서 예년보다 2~3주나 일찍 방학에 들어가는 셈이다. 이처럼 과도할 정도의 대응은 동계올림픽을 의식한 조치다. 2022년 베이징동계올림픽은 2월4일 개막해 20일 폐막한다.

사실 중국 당국이 국경의 문을 닫다시피 하고, 강력한 입국 방역 조치를 취하는 것은 베이징동계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르기 위해서다. 이는 지난 8월 하계올림픽을 개최했던 일본을 눈여겨봤기 때문이다. 일본은 도쿄올림픽을 버블 격리로 참가 선수와 임원을 자국민과 분리해 치렀다. 하지만 자국민의 지역 감염을 막지 못해 한때 확진자가 2만5000명을 넘어섰다. 그로 인해 일본 당국은 무관중 개최라는 강수를 두었고, 결국 막대한 적자를 떠안았다. 중국 당국은 이러한 일본의 전철을 밟고 싶지 않은 것이다. 실제로 중국 내 관중은 입장시키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중국산 백신에 대한 회의감 이미 널리 퍼져

그러나 중국이 ‘제로 코로나’라는 방역정책을 고수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중국산 백신에 대한 신뢰도가 낮고 의료 시스템이 완벽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현재 중국은 자국 백신으로 11억5000만 명이 2차 접종까지 마쳤다. 전체 인구의 81.9%에 달하는 높은 백신 접종률이다. 뿐만 아니라 부스터샷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이와 관련해 12월11일 중국 최고의 호흡기질환 권위자인 중난산 중국공정원 원사가 주목할 만한 발언을 했다. 중난산은 광저우(廣州)에서 열린 과학포럼에서 “중국산 백신의 효율성을 70%로 볼 때 전체 인구 83%가 접종해야 집단면역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올해 말까지 83% 접종률을 달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중난산의 자신감과 달리, 중국산 백신에 대한 회의는 중국인들에게 이미 널리 퍼져 있다. 벌써 반년 전부터 해외에서 접종된 중국산 백신의 돌파감염이 비일비재하다는 소식이 인편과 SNS를 통해 알려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금은 화이자·모더나 등 미국산 백신마저 무력화시키는 오미크론 변이 확산에 ‘백신 무용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이에 대해 한 중국인은 필자에게 “당국은 서구의 백신도 믿지 못해 입국자들을 3~4주 동안 격리시키는데, 중국 백신의 효능을 누가 믿겠는가”라고 냉소했다.

정착하지 못한 의료보험체계와 농촌 지역의 빈약한 병원, 값비싼 의약품 등의 현실도 중국 당국으로 하여금 ‘위드 코로나’를 주저하게 한다. 따라서 중국은 계속 강력한 입국 방역과 지역 봉쇄를 앞세운 ‘제로 코로나’ 정책을 밀어붙일 공산이 크다. 12월9일 가오푸 중국질병예방통제센터 주임은 “적어도 내년 봄까지는 ‘제로 코로나’ 정책이 지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가오푸는 질병관리부처의 수장이다. 그는 “전 세계적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이 백신을 맞았는가가 중요하다”며 “특정 국가가 아니라 세계적으로 집단면역을 구성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르포] 오미크론 공포 대처하는 ‘5국 5색’

‘오미크론 공포’ 먼 나라 얘기…차분한 도쿄 

베이징,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입국 제한 

대만 “고위험 업종 종사 미접종자에 벌금 부과 논의” 

워싱턴 “과학자들이 백신 효과 있다니 믿어야죠 

‘자유의 날’ 달콤함 잠시, 영국 다시 ‘락다운’ 만지작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