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미크론 공포’ 르포] ‘오미크론 공포’ 먼 나라 얘기…차분한 도쿄
  • 박대원 일본통신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1.12.20 10:00
  • 호수 16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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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오미크론 공포 대처하는 ‘5국 5색’
일본 병상 사용률 단 1.9% 불과, 12월 들어 하루 확진자 100명대 수준…시민 81% “정부 강력 대처에 긍정적”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가 지구촌 전체를 공포에 빠트리고 있는 걸까. 시사저널은 일본·중국·대만·미국·영국에 거주하는 해외통신원과 필자들을 동원해 현지 르포를 진행했다. 현재 코로나19 상황은 어떤지, 정부 당국의 대응전략은 무엇인지, 백신 추가 접종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은 어떤지, 그리고 현지 전문가들은 어떤 전망을 내놓는지 그 생생한 목소리를 담았다.

오미크론 변이 등으로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가 극심한 혼란을 겪고 있지만, 일본만은 여전히 이상하리만큼 예외인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12월14일 일본 도쿄도(都)에서는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단 24명 발생했다. 도쿄 내 하루 신규 확진자 수가 한 달 넘게 30명을 넘지 않는 상황이다. 전국 규모로도 확진자 수 감소 경향이 뚜렷하다. 12월 중 확진자 수가 가장 많았던 날은 9일로, 총 163명의 확진자가 발생했다.

일본 정부 통계(12월14일 기준)에 따르면 백신 1차 접종을 마친 사람은 전체 인구의 79.0%며, 2차 접종까지 마친 사람은 77.5%로 나타나고 있다. 80%가 넘지 않는다. 65세 이상 고령자의 경우, 전체의 91.%가 2차 접종까지 완료했다. 의료체계도 안정을 되찾았다. 도쿄올림픽 직후인 지난 8월, 확진자 급증으로 병상이 부족해 코로나 환자가 자택에서 사망하거나 구급차에서 47시간 이상 대기하는 등 ‘의료 붕괴’ 상황이 이어졌던 반면, 12월8일 기준 전체 병상 사용률은 1.9%, 중증 환자 병상 사용률은 0.7%로 매우 양호한 수준이다. 전체 도도부현 가운데 병상 사용률이 가장 높은 지역(야마가타현)도 단 7%에 그치고 있다.

11월30일 일본 도쿄 오모테산도 패션거리를 걷고 있는 도쿄 시민들ⓒEPA 연합
11월30일 일본 도쿄 오모테산도 패션거리를 걷고 있는 도쿄 시민들ⓒEPA 연합

“오미크론? 생활에 별로 달라진 게 없지만, 걱정은 된다”

10월의 긴급사태 해제 이후 일본 정부는 코로나 감염 상황 기준으로 ‘레벨 0’부터 ‘레벨 4’까지 5단계 지표를 도입했다. 현재 상황은 “안정적으로 일반 의료와 코로나 의료가 양립 가능”한 ‘레벨 1’ 수준으로, 마스크 착용과 같은 기본적인 감염 대책으로 일상생활 회복을 목표로 하는 단계다. 11월29일 나미비아발 입국자의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감염이 확인된 이후, 일본 내 오미크론 확진자는 12월13일 기준 총 17명으로 나타나고 있다.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 곳곳에서 백신 접종을 완료한 사람이 다시 코로나19에 감염되는 ‘돌파감염’ 사례가 속출하고 있는 가운데, 일본에서는 확진자 감소가 계속되는 이런 현상에 대해 도쿄 시민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필자는 거리에 나가 시민들에게 물었다. 기타구에 거주하는 T(20대, 대학생)는 “일본의 감염자 수가 적은 것 자체는 좋은 현상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연말연시에 감염자가 증가하는 게 아닐까 걱정하고 있다”고 답했다. 오미크론 변이가 일본 내에서도 발견된 것과 관련해 “오미크론으로 인해 크게 생활이 바뀌지는 않았으나, 변이 바이러스가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잘 몰라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나카노구에 거주하는 H(20대, 회사원) 또한 “오미크론 변이 발견으로 기존 생활이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고 답했다. 코로나 감염 상황에 대해서는 “일본도 앞으로 감염자 수가 급증할 가능성이 높은데, 정부가 신속한 대처를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마치다시에 거주하는 S(70대)는 “오미크론 변이로 인해 연말에 귀국할 예정이었던 손자가 일본에 오지 못하게 되었다”며 “올해도 신년 연휴를 아내와 단둘이 보내야 할 처지가 되었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부스터샷과 관련해서는 세 사람 모두 3차 접종을 하는 편이 안심이라며 “접종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물론 추가 접종을 꺼리는 시민도 만나볼 수 있었다. 이타바시구에 거주하는 K(20대, 대학원생)는 2차 접종 이후 한 달 넘게 부작용에 시달렸다면서 “부스터샷 접종으로 다시 부작용을 겪을까 봐 두렵다”고 말했다. 또한 “기존 백신이 오미크론에도 효과가 있는지는 미지수이므로 새로운 백신 개발을 기다리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아닐까”라는 의견을 밝혔다.

지금의 코로나 상황에 대한 일본 정부의 대응은 어떨까. 11월29일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외국인의 일본 입국이 확인되자 기시다 내각은 30일부터 모든 외국인의 신규 입국을 전면 중단하는 조치를 발표했다. 또한 12월말까지 일본을 목적지로 하는 국제항공편의 신규 예약을 중지하도록 전 세계 항공사들에 요청한 뒤, 사흘 만에 이를 철회했다. 연말연시에 맞춰 자국민의 귀국 수요를 충분히 배려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거세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외국인의 신규 입국 전면 중단은 계속되고 있다. 일본의 공영방송 NHK가 12월10일부터 12일까지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일본 정부가 오미크론 변이 발견 직후 실시한 외국인 신규 입국 중단 조치에 대해 일본 국민의 81%가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답했다.

 

일본 국민 60% “접종 간격 앞당기고 싶다”

기시다 내각은 백신 3차 접종과 관련해 2차 접종을 완료한 지 8개월 후부터 부스터샷을 접종한다는 원칙을 계속 유지할 것인지도 논의하고 있다. 현재 의료종사자나 고령자 시설(노인요양병원 등)의 입원환자에 대해서는 예외조치로 2차 접종 6개월 후부터 부스터샷 접종이 인정되고 있으나, 일반 시민의 경우 8개월 원칙이 적용되고 있다. 오미크론 변이 발견 이후 감염 확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기시다 총리는 12월6일 소신 표명 연설에서 2차 접종과의 간격을 가능한 한 단축하고 싶다고 밝혔다. NHK의 12월 여론조사에서도 일본 국민의 60%가 “접종 간격을 앞당기고 싶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진다.

도쿄도(都) 의사회의 오자키 하루오 회장은 12월14일 기자회견에서 오미크론 변이의 감염력이 매우 높다며 “가능한 한 빨리 3차 접종을 추진해 중증자가 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2차 접종을 완료했더라도 돌파감염 증가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특히 고령자 및 기저질환이 있는 환자에 대해서는 2차 접종과의 간격을 단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기시다 내각은 지난 11월19일, 코로나 확산의 여파로 침체된 일본 경제를 회복시키기 위해 55조7000억 엔(약 570조원) 규모의 경제 대책을 발표했다. 18세 미만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1인당 10만 엔(약 105만원)의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는 방안과 관광 활성화 및 내수 진작을 위해 정부가 국내여행 경비의 최대 절반을 지원하는 ‘고투 트래블(Go To Travel)’ 캠페인이 대표적인 사례다. 그러나 18세 미만 국민에 대한 재난지원금은 부모의 월 소득이 약 1000만원 미만인 경우에만 수령이 가능해 형평성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NHK의 12월 여론조사에서는 재난지원금에 소득 제한이 설정된 것과 관련해 부정적인 의견이 61%, 긍정적인 의견이 33%로 각각 나타났다. 고투 트래블과 관련해서는 여행객 증가로 감염 상황이 악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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