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중증 장애인 수영선수 13명, “지옥에서 훈련한 셈”
  • 이정용 인천본부 기자 (teemo@sisajournal.com)
  • 승인 2022.01.10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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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감독‧코치들, 선수들을 3년간 29차례 상습 폭행‧학대”
인천시, 피해 학부모들 상담하고도 나흘간 묵혔다가 통보

인천시장애인수영연맹 소속 감독과 코치들에게 폭행을 당한 장애인 수영선수들의 피해 규모가 당초 알려졌던 것보다 훨씬 큰 것으로 파악됐다. 

또 인천시는 장애인 수영선수들이 폭행 피해를 알면서도 제때에 인천시장애인체육회에 알려주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인천지방검찰청 전경. ⓒ이정용 기자
인천지방검찰청 ⓒ이정용 기자

10일 시사저널 취재를 종합하면, 인천지검 형사3부(이장우 부장검사)는 지난해 12월9일 장애인복지법 위반과 상습상해 혐의로 A코치 등 2명을 구속기소했다. 또 B감독과 C코치 등 2명을 장애인복지법 위반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공소장에 따르면, 이들은 2017년부터 2020년 8월까지 박태환수영장 창고와 인천장애인국민체육센터 창고 등에서 선수 13명을 상대로 총 29차례에 걸쳐 폭행하고 정서적으로 학대한 혐의다. 

A코치 등에게 피해를 당한 선수들은 모두 중증 장애를 앓고 있기 때문에 의사전달이 어려운 실정이다. 이 때문에 수사과정에서 피해기간과 피해사실 등이 명확하게 특정되지 않았다.

인천시장애인수영연맹 선수단 학부모 회장은 “수사과정에서 선수들이 부분적인 사실을 진술하기도 하고, 기억하고 싶지 않은 것은 말하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며 “피해가 더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A코치 등에게 폭행과 정서적 학대를 당한 선수들은 모두 뇌병변과 자폐성장애, 지적장애 등 중증 장애를 앓고 있다. 이 선수들 중 8명은 미성년자이고, 가장 어린 피해자는 11살이다.

A코치 등은 경기나 시합을 잘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티볼배트와 오리발, 막대기 등을 이용해 선수들의 엉덩이 등을 때린 것으로 조사됐다. 이런 폭행으로 일부 선수들은 피멍이 들거나 이마가 찢어져 병원에서 치료를 받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A코치는 한 장애인 선수를 수영장 기둥에 스트레칭 코드로 묶고 놓고, 얼굴에 담배꽁초를 던지거나 침을 뱉고 스노클의 숨구멍을 손을 막는 등 상습적으로 괴롭혔던 것으로 밝혀졌다. 

A코치 등의 범행은 지난해 5월쯤 새로 부임한 인천시장애인수영연맹 소속 감독이 훈련과정에서 선수들의 이상한 행동을 발견하면서 수면 위에 드러났다. 감독이 자세교정 등의 지도를 위해 선수들에게 다가가면 도망가거나 몸을 떠는 등 이상행동을 보였다는 것이다.

이에 학부모들은 진상을 파악하기 시작했다. 이어 지난해 6월10일 인천시에 인천시장애인수영연맹 감독과 코치들이 선수들을 상습적으로 폭행한 것과 후원금 회계 비리를 알렸다.  

그러나 인천시는 이런 정황을 확인하고도 나흘이 지난 후에서야 인천시장애인체육회에 통보했다. 상습적으로 선수들을 폭행한 감독과 코치를 스포츠윤리센터나 수사기관에 신고할 수 있는 시간이 그만큼 늦어진 셈이다. 

인천시장애인수영연맹 선수단 학부모회장은 “우리 아이들이 그동안 지옥에서 훈련을 한 셈이다”며 “장애인 선수들을 상습적으로 폭행하고 학대한 감독과 코치들이 엄중한 처벌을 받고,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A코치 등의 첫 공판은 오는 25일 오전 11시10분에 인천지법 316호 법정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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