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후보들이 ‘코인 절벽’ 외면할 수 없는 이유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2.01.24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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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세대 10명 중 4명 코인 투자했는데…시장 침체에 ‘울상’
금융권선 정치권 ‘코인 타깃’ 공약에 “투자 유도하나” 비판도

#1. 5년 차 광고회사 과장 전만기(33‧가명)씨는 지난해 6월 비트코인을 5000만원 가량 매수했다. 주식에서 14% 가까운 수익을 낸 뒤 투자처를 코인으로 갈아탔다. 수익률이 한정된 주식에 비해 ‘대박’을 노릴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컸다. 전씨는 올 11월에도 마이너스통장에서 1000만원 가량을 빌려 이더리움을 추가 매수했다.

#2. 2년 차 무역회사 선임 이진호(28‧가명)씨는 현재 비트코인을 2300만원 가량 보유하고 있다. 대학 시절 과외비로 모은 500만원으로 매수했던 알트 코인(비트코인 외 암호화폐)이 40% 넘는 수익률 기록하자, 회사 성과급과 적금 등을 더해 1500만원을 추가 투자했다. 이씨는 올해 받는 성과급으로도 코인을 살 계획이다.

MZ세대(밀레니얼 세대+Z세대)의 주 화두는 가상화폐다. 앞선 두 사례처럼 재산의 상당 부분을 가상화폐에 투자해 대박을 노리는 이들이 많아졌다. 이번 대선의 캐스팅보터로 MZ세대가 부상하면서 여야 후보들이 가상화폐 관련 공약을 연이어 내놓은 이유기도 하다. 대선 전까지 가상화폐 시장이 침체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여야 캠프 모두 ‘코인 민심’을 사로잡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가상화폐 이미지 ⓒ연합뉴스
가상화폐 이미지 ⓒ연합뉴스

절벽 앞 코인에 MZ세대는 울상

KB금융지주 금융연구소가 2021년 12월 발간한 ‘2021 한국 부자 보고서’에 따르면, 금융자산 10억원 이상을 지닌 부자 400명 중 70%는 ‘가상화폐 투자 의향이 없다’고 답했다. 금융자산 30억원 이상 부자는 ‘가상화폐 거래소를 신뢰할 수 없어서’(42.3%), 금융자산 30억원 미만 부자는 ‘가상화폐에 대해 잘 몰라서’(33.5%)를 이유로 꼽았다.

반면 가상화폐의 높은 변동성은 2030세대에겐 장점이 된다. 부동산이 크게 치솟은 현실 앞에, 불과 하루 만에도 수십 배까지 가치가 커지는 가상화폐의 특징이 ‘매력적으로’ 인식되고 있어서다. 실제 2021년 11월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여론조사기관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20·30대 남녀 700명을 대상으로 재테크 인식을 조사한 결과, 가상화폐에 실제 투자해본 경험이 있다는 응답 비율은 40.5%였다. 2030세대 10명 중 4명은 가상화폐 투자 경험이 있는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가상화폐는 2030세대의 가장 큰 화두가 됐다. 24시간 움직이는 가상화폐 시황을 체크하면서 관련 정보를 나누는 동호회도 우후죽순 생겨났다. 인터넷 방송 BJ들이 운영하는 가상화폐 관련 방송 역시 최대 수십만 명의 구독자를 끌어모으며 인기를 누리고 있다.

문제는 올해 들어 가상화폐가 ‘폭락장’에 접어들었다는 점이다. 23일(현지시각) 미국 CNBC 등 주요 경제매체들에 따르면 지난 한 주 간 비트코인 가격은 약 19% 하락했다. 비트코인 가격은 작년 11월 초만 해도 약 8300만원에 육박했다. 그러나 24일 오후 2시 기준 비트코인은 약 4200만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약 두 달 반 만에 비트코인 가격이 반 토막 난 셈이다.

시장에서는 대선 전까지 코인 시장이 침체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 인상을 주도하면서 가상화폐에 몰렸던 자금이 계속 빠져나가고 있어서다. 여기에 최근 러시아가 가상화폐 거래를 전면 금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미국과 일본, 독일 등이 가상화폐 과세를 강화하는 것도 가격 하락을 부추기고 있다는 분석이다.

 

여야 캠프 ‘코인 민심’ 잡기 위해 분주

여야 대선 캠프는 ‘코인 표심’을 잡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이념이 아닌 ‘실익’에 따라 표심을 바꾸는 게 MZ세대의 성향이다. 만약 가상화폐를 쥐고 있는 MZ세대 유권자라면 본인의 ‘코인 지갑’에 더 큰 이익을 만들어 줄 수 있는 후보에게 표를 줄 가능성이 더 높다는 게 각 캠프의 분석이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은 “MZ세대는 다른 세대에 비해 탈이념적이고 탈지역적이다. 이들에게 지역주의를 강권하거나 이념의 잣대를 들이댄다면 득보다는 실이 클 것”이라며 “특히 이번 대선을 앞두고 30대는 부동산, 주식 투자 등 이익 투표 성향이 강해졌다. 표심 변동성이 다른 세대보다 크기 때문에 대선 막판까지 표심이 지속적인 변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 여야 대선후보는 2030 청년층을 겨냥해 가상자산 시장공약을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모두 ‘가상자산 투자수익 비과세 5000만원’ 공약을 내놨다. 이 후보는 이에 더해 가상자산 투자손실분에 대해 5년간 이월공제가 가능하도록 하겠다고 발표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 같은 여야 후보들의 ‘선심성 코인 공약’이 가상자산 투자를 너무 부추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리스크가 큰 종목일수록 투자 권유를 섣불리 하지 않는 게 금융계의 철칙이다. 그런데 (변동성이 큰) 코인을 마치 좋은 재산 축적의 수단처럼 인식하게 하는 건 무책임한 면이 있다”며 “관련 정책은 단기간에 걸쳐 제시될 게 아니라 전문가들과 오랜 기간 충분한 논의를 거쳐야 설계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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