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등판 임박?…대선 주자 ‘가족 마케팅’에 숨겨진 전략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2.01.25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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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씨 포털에 프로필 등록…野 “편견지우기 위해 고심”
설희씨 유튜브 출연 예정…‘가족 리스크’ 없는 安家 부각

“후보만으로는 벅차니까 그러는 것 아니겠어요?”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에서 활동 중인 한 민주당 의원에게 “야권 주자 가족들의 등판이 임박했다는 소식이 들린다”고 말하자 이 같은 답변이 돌아왔다. 그는 “우리는 이미 (이재명 후보의 부인) 김혜경씨가 열심히 뛰고 있다. 그런데 여태껏 잠잠하던 사람들이 움직인다는 건 그만큼 초조하다는 방증”이라고 덧붙였다.

야권 대선 캠프가 일제히 ‘가족 카드’를 매만지고 있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부인 김건희씨는 포털에 프로필을 등록하며 등판 채비를 마쳤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측은 ‘엄친딸’ 설희씨가 선거 캠페인에 동참할 계획이다. 두 후보 모두 가족을 앞세워 지지율 상승을 노린다는 계획이다. 다만 노리는 ‘타깃’과 짜놓은 ‘전략’ 등에서 미묘한 차이가 감지된다.

25일 네이버에 ‘김건희’를 검색하면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부인 김씨의 프로필이 등장한다. ⓒ네이버 포털 캡쳐
25일 네이버에 ‘김건희’를 검색하면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부인 김씨의 프로필이 등장한다. ⓒ네이버 포털 캡쳐

전면 아닌 후방에서…이미지 반전 노리는 金

정치권에 따르면, 김건희씨는 지난 24일 포털에 자신의 프로필을 등록했다. 그전까지 ‘김건희’를 검색하면 동명의 교수나 축구선수, 모델 등만이 검색됐다. 그러나 25일 기준 ‘김건희’를 검색하면 포털 하단에 전시기획자로 김씨가 등장한다.

포털사이트에 프로필을 등록하려면 본인 또는 당사자의 권한을 위임받은 대리인이 직접 신청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본인의 직업과 경력, 학력, 수상내역, 가족관계 중 어떤 것을 공개할지 본인이 직접 정할 수 있다. 김씨는 본인을 주식회사 코바나 대표라고 소개했다. 또 2015~2019년 간 본인이 기획한 전시내역 4건도 공개했다. 다만 최근 논란이 일었던 학력은 비공개처리했다. 남편이 윤 후보라는 것도 병기하지 않았다.

정치권에선 김씨의 공개 활동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 김경진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 공보특보단장은 25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등판을 할 것인지, 말 것인지 또는 한다면 시점은 언제가 될 것인지에 대한 것은 결정된 바가 없다”면서도 “다만 등판 가능성은 과거에 비해 조금 더 열린 것은 맞다”고 밝혔다.

당초 윤 후보 측은 김씨의 등판 가능성을 일축해왔다. 그러나 이른바 ‘7시간 녹취’과 공개된 이후 되레 김씨의 팬덤(fandom)이 커지는 기현상이 발생하자 당내 여론이 바뀌었다는 후문이다. 25일 오후 1시 기준 김씨의 공식 팬카페 가입자 수는 6만명을 넘어섰다. 녹취 공개 직전 카페 회원수가 200여 명에 그쳤던 것과 비교하면 300배 가까이 폭증한 수치다.

김씨가 등판한다면 어떤 행보를 보일지도 관심이 쏠린다. 김씨를 둘러싼 ‘도덕성’ ‘미신’ 논란 등을 일축하기 위해 문재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처럼 ‘릴레이 봉사활동’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 국민의힘 선대본부 관계자는 “등판 여부나 시기 모두 (김씨) 본인의 의사가 가장 중요하다. 만약 등판한다면 후보 배우자로서의 책임감을 보여줄 수 있는 행보를 보일 것”이라며 “본인을 향한 편견을 지우는 게 중요하다. 유세차에 서기보단 국민 삶을 이해할 수 있는 현장을 묵묵히 찾는 것도 방법일 것”이라고 말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와 부인 김미경 서울대 교수가 23일 오후 인천공항에서 미국에서 귀국한 딸 안설희 박사를 마중하고 있다. ⓒ연합뉴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와 부인 김미경 서울대 교수가 23일 오후 인천공항에서 미국에서 귀국한 딸 안설희 박사를 마중하고 있다. ⓒ연합뉴스

安, ‘엄친딸’ 전면 등판…경쟁자 ‘가족 리스크’ 부각

윤 후보 측이 김씨의 후방 지원을 고려하고 있다면 안 후보 측은 딸 설희씨를 전면에 등판시킬 계획이다. 상대 후보 측이 휘말렸던 갖은 ‘가족 리스크’가 안 후보에겐 되레 기회가 된 모양새여서다. 실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아들의 ‘도박 논란’, 윤 후보 아내 김씨의 ‘허위 경력 논란’과 대비되는 설희씨의 뛰어난 ‘엄친딸 스펙’이 최근 재조명되고 있다.

1989년생인 설희씨는 미국 펜실베이니아대에서 화학과 수학을 복수 전공했고 학사와 석사 학위를 받았다. 스탠퍼드대에서는 이론 화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미국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 주립대에서 연구원 과정을 밟고 있다. 2020년에는 ‘슈퍼컴퓨터 분야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고든벨 특별상’, 2021년 6월 미국 화학학회에서 ‘젊은 연구자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지난해 12월에는 설희씨가 속한 연구팀이 내놓은 코로나19 바이러스 관련 연구 성과가 뉴욕타임스에 소개되기도 했다.

설희씨는 자가 격리 기간을 포함해 보름가량 국내에 머물 예정이다. 이 기간 동안 설희씨는 ‘잠행’이 아닌 선거 캠페인 전면에 나설 계획이다. 국민의당 측은 안 후보와 아내 김미경 서울대 교수, 설희씨 3명이 함께 유튜브 채널에 등장해 일종의 토크쇼를 진행하는 계획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설희씨는 지난해 12월16일 유튜브채널 《안철수 소통 라이브》에 출연해 “딸로서는 마음이 무겁지만 대한민국 청년으로서 아버지 같은 분이 정치를 해주셔서 감사한 마음”이라며 “아버지 같은 분들이 더 정치를 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안 후보는 24일 YTN 라디오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일시 귀국한 딸 설희씨에 관해 “설 명절에 가족이 모이는 게 지극히 정상적인 것 아닌가”라고 웃으면서 “대통령이 일반 국민 수준 정도는 되는 가족관계가 돼야 되는 것 아니겠나”라고 반문했다. 사실상 이 후보와 윤 후보의 가족 논란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셈이다.

한편, 정치권 안팎에선 대선이 박빙으로 흐르면서 후보의 가족이 여론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교수는 “대선 후보 가족의 잘못이 후보의 잘못은 아니다. 그러나 가족을 대하는 모습, 가족의 논란에 어떻게 대처하는가는 후보의 자질과 연결된다”며 “특히 후보 가족이 공정에 대한 기대와 희망을 무너뜨리는 일을 벌인다면 대선 국면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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