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종로 무공천’ 전략에 셈법 복잡해진 野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22.01.26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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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혈입성’ 기대 속 ‘무공천’ 압박도 거세져…공천 잡음 재연 우려까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공기는 맑게, 쓰레기는 적게, 농촌은 잘살게'를 주제로 한 환경·농업 관련 공약을 발표하는 모습 ⓒ 국회사진기자단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공기는 맑게, 쓰레기는 적게, 농촌은 잘살게'를 주제로 한 환경·농업 관련 공약을 발표하는 모습 ⓒ 국회사진기자단

더불어민주당의 ‘무공천’ 전략으로 3‧9 국회의원 보궐선거 논의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국민의힘으로선 상당수 지역구에 무혈입성하게 될 가능성이 커졌지만 부담감을 내려놓지 않는 분위기다. 당장 공천권을 두고 당내 갈등이 재연될 수 있어서다. 

26일 국민의힘 일각에선 민주당의 ‘정치 술수’에 말려들어선 안 된다는 주장이 나온다. 민주당이 전날 서울 종로와 경기 안성, 청주 상당구에 공천하지 않기로 결정한 이면에는 국민의힘의 공천권 갈등을 불러일으키려는 속내가 있을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원희룡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 정책본부장은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민주당의 술수를 국민은 다 알고 있다. 국민의힘이 지나치게 반응할 필요가 전혀 없다”고 밝혔다. 전날 권영세 선대본부장도 민주당의 무공천 전략에 대해 “순수해 보이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이 같은 반응에는 공천권 갈등이 재연돼선 안 된다는 위기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미 국민의힘은 지난 20일 홍준표 의원의 공천권 요구를 계기로 ‘집안싸움’을 격은 바 있다. 당시 홍 의원은 선대본 합류 조건으로 최재형 전 감사원장의 종로 공천과 측근인 이진훈 전 대구 수성구청장의 대구 중‧남구 공천을 제안했다. 이후 당내에선 홍 의원과 윤석열 후보 측이 ‘구태’ ‘방자’와 같은 격한 표현을 주고받으며 신경전을 고조시켰다. 대선을 40여 일 앞두고 ‘원 팀’이 시급해진 상황에서 공천권을 두고 갈등을 벌인다면, 여론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25일 전북도의회 앞에 정차된 정책홍보 버스(윤이버스·윤석열을 위한 이준석 버스) 앞에서 인터뷰 하는 모습 ⓒ 연합뉴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25일 전북도의회 앞에 정차된 정책홍보 버스(윤이버스·윤석열을 위한 이준석 버스) 앞에서 인터뷰 하는 모습 ⓒ 연합뉴스

與 무공천 맞불전략으로 野도 무공천 거론

당장 국민의힘 일각에선 공천과 관련한 손익계산서를 따지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국민의힘 의원들의 귀책 사유로 공석이 된 지역에 국민의힘도 무공천을 검토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된다. 이번 보궐선거가 치러지는 5곳 가운데 서울 서초갑은 윤희숙 전 의원의 부친 부동산 투기 의혹, 대구 중‧남구는 곽상도 전 의원의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으로 인한 자진 사퇴로 공석이 됐다.

다만 실제 무공천을 할 경우 해당 지역의 텃밭을 다져온 지역 정치인들 사이 반발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대구 중‧남구의 경우 이미 김재원 최고위원을 비롯해 박성민 선대본 청년보좌역 등 11명의 예비후보자가 등록됐다. 서울 서초갑에도 전희경 당협위원장과 이혜훈 전 의원, 조은희 전 서초구청장 등 쟁쟁한 후보들이 경선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의식한 듯 이준석 대표는 “무공천을 논의해 보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 대표는 이날 BBS라디오 《박경수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윤희숙 전 의원이나 곽상도 전 의원을 공천하기 전 당이 미리 상황을 알 수 있는 방법은 없었지 않았느냐”며 “내부적으로 논의를 해봐야겠지만 공천 기준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대표는 자신의 종로 출마설과 관련해서도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고 있어야 한다”며 가능성을 일축했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국회사진기자단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국회사진기자단

野, 대선 코앞에 두고 보궐선거 공천 잡음일까 ‘경계’

당 일각에서는 참신한 인물을 앞세운 획기적인 공천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에도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민주당이 무공천 방침을 밝혔다곤 하나, 정의당이나 국민의당, 새로운물결 등 제3의 후보를 측면 지원하는 방식으로 영향력을 행사한다면 어려운 싸움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정치1번지로 꼽히는 종로 보궐선거에 출마할 후보는 윤석열 후보의 러닝메이트 격으로 평가받는 만큼, 윤 후보의 지지세를 확장할 수 있는 인물로 전략 공천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그 일환으로 2030 신인 여성을 파격적으로 공천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한편 국민의힘은 현재까지 종로를 제외한 나머지 지역구는 100% 오픈프라이머리(국민참여경선)로 진행하기로 결정한 상태다.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는 민주당의 무공천 결정 등 상황을 고려해 오는 27일 비공개회의를 열어 공천 문제 전반을 논의한다는 계획이다. 총 5석이 걸린 이번 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이 모두 승리하면 의석이 106석에서 111석으로 늘어, 169석의 민주당과의 격차를 좁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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