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의 ‘무공천’ 전략으로 3‧9 국회의원 보궐선거 논의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국민의힘으로선 상당수 지역구에 무혈입성하게 될 가능성이 커졌지만 부담감을 내려놓지 않는 분위기다. 당장 공천권을 두고 당내 갈등이 재연될 수 있어서다.
26일 국민의힘 일각에선 민주당의 ‘정치 술수’에 말려들어선 안 된다는 주장이 나온다. 민주당이 전날 서울 종로와 경기 안성, 청주 상당구에 공천하지 않기로 결정한 이면에는 국민의힘의 공천권 갈등을 불러일으키려는 속내가 있을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원희룡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 정책본부장은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민주당의 술수를 국민은 다 알고 있다. 국민의힘이 지나치게 반응할 필요가 전혀 없다”고 밝혔다. 전날 권영세 선대본부장도 민주당의 무공천 전략에 대해 “순수해 보이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이 같은 반응에는 공천권 갈등이 재연돼선 안 된다는 위기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미 국민의힘은 지난 20일 홍준표 의원의 공천권 요구를 계기로 ‘집안싸움’을 격은 바 있다. 당시 홍 의원은 선대본 합류 조건으로 최재형 전 감사원장의 종로 공천과 측근인 이진훈 전 대구 수성구청장의 대구 중‧남구 공천을 제안했다. 이후 당내에선 홍 의원과 윤석열 후보 측이 ‘구태’ ‘방자’와 같은 격한 표현을 주고받으며 신경전을 고조시켰다. 대선을 40여 일 앞두고 ‘원 팀’이 시급해진 상황에서 공천권을 두고 갈등을 벌인다면, 여론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與 무공천 맞불전략으로 野도 무공천 거론
당장 국민의힘 일각에선 공천과 관련한 손익계산서를 따지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국민의힘 의원들의 귀책 사유로 공석이 된 지역에 국민의힘도 무공천을 검토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된다. 이번 보궐선거가 치러지는 5곳 가운데 서울 서초갑은 윤희숙 전 의원의 부친 부동산 투기 의혹, 대구 중‧남구는 곽상도 전 의원의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으로 인한 자진 사퇴로 공석이 됐다.
다만 실제 무공천을 할 경우 해당 지역의 텃밭을 다져온 지역 정치인들 사이 반발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대구 중‧남구의 경우 이미 김재원 최고위원을 비롯해 박성민 선대본 청년보좌역 등 11명의 예비후보자가 등록됐다. 서울 서초갑에도 전희경 당협위원장과 이혜훈 전 의원, 조은희 전 서초구청장 등 쟁쟁한 후보들이 경선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의식한 듯 이준석 대표는 “무공천을 논의해 보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 대표는 이날 BBS라디오 《박경수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윤희숙 전 의원이나 곽상도 전 의원을 공천하기 전 당이 미리 상황을 알 수 있는 방법은 없었지 않았느냐”며 “내부적으로 논의를 해봐야겠지만 공천 기준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대표는 자신의 종로 출마설과 관련해서도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고 있어야 한다”며 가능성을 일축했다.
野, 대선 코앞에 두고 보궐선거 공천 잡음일까 ‘경계’
당 일각에서는 참신한 인물을 앞세운 획기적인 공천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에도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민주당이 무공천 방침을 밝혔다곤 하나, 정의당이나 국민의당, 새로운물결 등 제3의 후보를 측면 지원하는 방식으로 영향력을 행사한다면 어려운 싸움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정치1번지로 꼽히는 종로 보궐선거에 출마할 후보는 윤석열 후보의 러닝메이트 격으로 평가받는 만큼, 윤 후보의 지지세를 확장할 수 있는 인물로 전략 공천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그 일환으로 2030 신인 여성을 파격적으로 공천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한편 국민의힘은 현재까지 종로를 제외한 나머지 지역구는 100% 오픈프라이머리(국민참여경선)로 진행하기로 결정한 상태다.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는 민주당의 무공천 결정 등 상황을 고려해 오는 27일 비공개회의를 열어 공천 문제 전반을 논의한다는 계획이다. 총 5석이 걸린 이번 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이 모두 승리하면 의석이 106석에서 111석으로 늘어, 169석의 민주당과의 격차를 좁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