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적으로 자가항원검사를 시행한다고? 
  • 노진섭 의학전문기자 (no@sisajournal.com)
  • 승인 2022.01.26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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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진단검사의학회 “80% 이상 감염 놓칠 수 있다” 

최근 오미크론 변이 확산으로 PCR(유전자 증폭) 검사 역량이 부족해질 위기에 처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1월29일부터 전국 무증상자에 대한 선별검사를 자가항원검사로 시행하겠다고 발표했다. 국민이 스스로 자가검사키트로 항원검사를 한 후 양성이 나오면 PCR(유전자 증폭) 검사를 받도록 한 것이다. 

정부는 자가항원검사를 시행하는 근거로 음성 예측도를 들었다. 음성 예측도란 특정 검사법에서 코로나19 검사 결과가 음성일 경우 그 사람이 실제로 환자가 아닐 확률을 말한다. 이 확률은 질병의 유병률에 따라 달라진다. 유병률이 낮은 상황에서는 성능이 나쁜 검사법을 쓰더라도 대부분의 검사 대상자가 감염자가 아닌 탓에 음성 결과가 나올 확률인 음성 예측도가 높다.

ⓒ연합뉴스=1월26일 광주 북구 선별진료소에서 검사자가 '자가진단키트'로 신속항원 검사를 스스로 하고 있다. 
1월26일 광주 북구 선별진료소에서 검사자가 '자가진단키트'로 신속항원 검사를 스스로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에 대해 대한진단검사의학회는 1월26일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는 입장문을 냈다. 무증상자 선별검사에서 요구되는 중요한 성능은 음성 예측도가 아니라 최대한 감염 환자를 많이 찾을 수 있는 '높은 민감도'라는 것이다. 신속항원검사의 민감도는 의료인이 시행해도 50% 미만, 자가 검사로 시행하면 20% 미만이라는 연구 결과가 있다. 실제 감염자인데도 이 검사로 음성으로 나올 가능성이 80% 된다는 뜻이다. 또 신속항원검사는 PCR보다 1000~1만 배 이상 바이러스 배출이 많아야 코로나19 바이러스를 검출할 수 있다. 

감염 초기에는 신속항원검사로 위음성(가짜 음성) 가능성이 높은 만큼 위음성 환자를 격리하지 못해 오히려 감염을 확산시킬 위험이 크다. 미국에서도 이를 뒷받침하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코로나스포츠사회워킹그룹(Covid-19 Sports and Society Working Group)의 연구에 따르면 신속항원검사는 오미크론 감염 후 초기 1~3일 동안 감염력이 있는 대부분의 환자를 놓치는 것으로 밝혀졌다. 미국 질병관리통제본부(CDC)의 와렌스키 국장은 최근 "신속항원검사가 음성이라도 감염력이 없다는 의미가 아니며, 감염력이 없다고 착각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이는 신속항원검사가 음성 결과일 경우 정확도가 높다는 정부 발표와 큰 차이를 보인다. 

그럼에도 일부에서는 신속항원검사의 민감도가 우수하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대한진단검사의학회는 "이는 바이러스가 높은 시기의 검체 위주로 검사법을 평가했거나, 대부분의 사람이 코로나19 감염자로서 유병률이 높은 시기나 지역에서 검사법을 평가한 결과만을 참고했기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또 일부에서는 신속항원검사를 반복해서 사용하면 민감도가 높아진다고 주장하나, 이 역시 사실과 다르다는 것이 대한진단검사의학회의 주장이다. 학회는 "바이러스양이 아직 적은 시기에는 아무리 반복해서 신속항원검사를 시행해도 코로나19 바이러스를 검출할 수 없다. 실제로 매일 항원검사를 시행해도 대규모 코로나19 감염을 예방하지 못한 사례가 여럿 보고됐다"고 지적했다. 

대한진단검사의학회는 확진자가 폭증하고 있는 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하여 무증상자에 대한 자가항원검사 대신 PCR 검사와 의료인이 시행하는 항원검사를 기반으로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만일 무증상자에게 자가항원검사를 도입할 경우 철저한 방역 조치가 선행돼야 한다고도 했다. 자가항원검사는 80% 이상의 감염을 놓칠 수 있으므로 이를 대비하기 위한 방법을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학회는 "진단검사 역량을 더욱 늘릴 수 있는 여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의 의견과 달리 지금 시점에 자가항원검사를 전면적으로 도입하기로 한 정부의 발표에 대해 대한진단검사의학회는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 지금이라도 정부가 진단검사 전문가들과 긴밀하게 소통해 코로나19 확진자 폭증 상황을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도록 건의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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