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스위프트 재재로 국내 기업 어려움 현실화”
  • 이석 기자 (ls@sisajournal.com)
  • 승인 2022.03.07 07:30
  • 호수 16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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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꽃별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 수석연구원

2월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전격 침공하면서 한국 경제에도 ‘빨간등’이 켜졌다. 김꽃별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우크라이나와의 교역 비중은 68위로 낮은 데다, 비중 역시 해마다 감소 추세다. 반면 러시아는 현재 한국의 10대 교역 대상국 중 하나다”면서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러시아 수출 비중이 높은 품목을 중심으로 국내 기업의 피해가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 철구조물, 합성수지 등의 경우 러시아 수출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의존도가 높아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실제로 러시아는 2014년 크림반도를 강제 병합했다. 당시 미국과 EU(유럽연합)를 중심으로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단행했고, 승용차와 컬러TV, 화장품 등의 러시아 수출이 이듬해 53.7%나 감소했다. 김 연구원은 “러시아에는 현재 현대·기아차와 삼성전자, LG전자, 포스코, 오리온 등 40여 개 국내 기업이 진출해 있다”면서 “제재가 본격화되고, 반도체와 같은 첨단 제품의 러시아 수출이 차단될 경우 현지 진출 업체의 부품 조달에도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연구원이 특히 우려하는 것은 러시아의 스위프트(SWIFT·국제은행간통신협회) 배제다. 스위프트는 전 세계 200여 개국에서 1만1000여 금융기관이 사용하는 금융전산망이다. EU는 최근 러시아의 7개 은행을 스위프트에서 배제하기로 합의했다. 국책은행인 VTB방크, 방크로시야, 오트크리티예, 노비콤방크, 소브콤방크, VEB.RF 등 7곳이 대상이다. 이에 따라 국내 수출업체는 물론이고 수입업체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김 연구원은 “러시아가 스위프트에서 배제되면 국내 수출입 업체의 달러 결제 자체가 불가능해진다”면서 “결과적으로 달러-루블화 환율이 상승하게 되고, 최악의 경우 대금결제 지연이나 중단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꽃별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 수석연구원ⓒ
김꽃별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 수석연구원ⓒ시사저널 최준필

원자재 가격 10% 증가하면 물가 0.25% 상승

이미 달러-루블화 환율은 지난해 7월 대비 50% 가까이 상승한 상태다. 이에 부담을 느낀 러시아 현지 바이어들이 “돈을 못 주겠다”면서 계약 파기나 ‘손절’을 선언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무역협회 등 관련 기관에는 스위프트 제재에 따른 후속 대응을 문의하는 전화가 끊이지 않고 있다고 한다. 선적을 앞두고 있거나, 물건을 이미 보냈는데 대금을 어떻게 받아야 하는지 등을 묻는 내용이었다. 김 연구원은 “2014년 경제제재 당시 스위프트 제재가 없었음에도 달러-루블화 환율이 1년여 만에 97.6%나 상승했다”면서 “지금은 고강도 제재가 현실화된 만큼 기업들의 어려움은 가중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를 표했다.

무엇보다 최근 글로벌 원자재 가격이 동반 급등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인플레 공포가 확산하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이 본격화된 2020년 12월 이후 원유와 천연가스, 나프타, 유연탄 등 에너지 원자재 수입단가는 1년 만에 122.6%나 증가해 우려가 커지고 있다. 김 연구원은 “자체적으로 분석해본 결과 석유화학 원자재 수입가격이 10% 상승할 때마다 국내 물가가 0.25%씩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현재 상황을 감안할 때 기업들, 특히 중소기업이나 중견 수출입 업체들이 자체적으로 문제를 풀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정부 차원에서 무역보증 한도를 늘리는 등 피해 업체 지원에 나서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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