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부름 알바? 코로나 헬퍼로 불러주세요
  • 한다원 시사저널e. 기자 (hdw@sisajournal-e.com)
  • 승인 2022.03.09 11:00
  • 호수 16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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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하는 시간에 자유롭게 일하는 긱 워커(Gig worker)…코로나19 환자 급증하면서 대행 알바도 각광

코로나19 시대를 맞아 단순 심부름으로 분류됐던 업무들이 ‘대행 아르바이트’로 인기를 끌고 있다. 코로나19 환자가 급증하고 재택근무, 재택치료자가 늘면서 의약품 대신 사주기, 장 대신 봐주기 등 다양한 업무를 대신해 주는 알바가 늘고 있다. 대행 알바는 특별한 기술 없이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업무가 대부분이어서 최근 인기 알바로 급부상하고 있다.

질병관리청 중앙대책본부에 따르면 코로나19 하루 신규 확진자는 20만 명대를 넘어 누적 확진자만 300만 명이 넘는다. 연일 10만 명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나오면서 재택근무, 재택치료자가 덩달아 늘자 자연스레 심부름 플랫폼에 대한 이용자 관심도 커지고 있다. 심부름 앱 알바는 신분증과 본인 명의 계좌번호로 인증 절차를 거쳐 헬퍼(도우미)로 등록한 후 심부름을 수행하고, 그에 따른 대가를 받아 이익을 얻는 구조다. 약국에서 약을 사다주거나 편의점에서 도시락 대신 구매해 주기, 카페에서 커피 사다주기 등 단순 업무가 주를 이룬다. 심부름 앱 관계자에 따르면 이 같은 단순 업무는 10만 개가 넘는다. 앱 이용자는 누구나 배달·장보기·설치·조립·청소·돌봄 등 다양한 심부름을 요청할 수 있고 동시에 헬퍼로 활동할 수 있다.

‘급구’ ‘해주세요’ ‘김집사’… 앱만 켜면 가능

대표적인 심부름 앱은 ‘급구’ ‘해주세요’ ‘김집사’ 등이 있다. 배달의민족, 쿠팡이츠 등 배달앱으로 이용 불가능한 서비스까지 심부름을 해주고 있어 소비자들로부터 관심을 받고 있다. 급구를 운영하는 ‘니더(needer)’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단기 알바생을 채용하려는 자영업자가 늘면서 출시 초기 월 100여 건이던 구인글은 현재 월 5000여 건으로 늘어났다. 급구는 단기 알바에서 최근 생활 심부름까지 서비스를 확대했다. 최근 한 달간 심부름 건수는 5498건이었고, 지원자 수는 607명이었다. 급구는 코로나19 확진으로 재택치료 중 필요한 처방약 픽업 서비스도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니더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해 격리가 늘어나고 있지만 생필품이나 조제약 등 자가격리에 필수적인 품목 등은 배달이 제한되거나 수령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경우가 많았다”며 “심부름 서비스는 특정 지역, 대도시 위주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다. 향후 단기 알바와 개인 간 노동력 거래 모두를 제공하는 노동력 커머스 플랫폼으로 발전시키고자 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6월 출시한 심부름 앱 ‘해주세요’는 누적 다운로드 수만 40만 건에 달한다. ‘해주세요’는 론칭 후 누적 서비스 주문 건수가 30만 건으로 집계됐다. ‘해주세요’ 운영사 하이퍼로컬에 따르면 배달·장보기 심부름을 이용한 사용자는 전체 41%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고, 청소·집안일과 설치·조립이 각각 20%, 12%로 그 뒤를 이었다. 심부름 업무는 평균 1만5000원, ‘해주세요’를 통해 월 최대 500만원을 번 이용자도 있다. 조현영 하이퍼로컬 대표는 “각종 애플리케이션에 분포된 대행 서비스를 ‘해주세요’에 모아 이용자의 불편함을 해소했다”며 “입소문이 나서 그런지 새로운 헬퍼도 늘어나고 있다. 앞으로 모든 사람이 편리하게 경제적인 도움을 받고 일손을 제공하는 일명 국민 하이퍼로컬 앱이 되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비슷한 유형의 심부름 서비스 ‘김집사’는 부업 형태로 심부름하는 것과 달리 정직원으로 고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현재 서울, 경기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100명 이상이 ‘김집사’에 소속돼 있다. ‘김집사’에서 근무하는 이들은 하루 최대 30건, 커피와 김밥 등 음식배달과 같은 단순 업무를 제공하고 있다. 대학생 정아무개씨(25)는 “집에서 앱을 켠 후 가까운 곳에서 심부름을 요청하는 이들을 도우면서 1만원 정도의 돈이 벌 수 있어 종종 시간이 되면 알바를 하고 있다”며 “단순 업무임에도 지급되는 돈도 괜찮은 편이고, 앱에서 돈 인출도 쉽게 이뤄져 좋다”고 말했다. 직장인 서아무개씨(28)는 “주말에 약속은 없고 집에 있기는 싫고 할 때 심부름 앱 알바를 하고 있다”며 “퇴근시간에도 심부름 알바를 하면서 용돈벌이를 하는 친구도 많다”고 했다.

이렇듯 오미크론 상황이 갈수록 심각해지면서 수요에 따라 단기 일자리가 결정되는 긱(Gig) 이코노미도 부상하고 있다. 긱 이코노미는 필요에 따라 계약직 혹은 임시직으로 사람을 고용하는 경우를 말한다. 긱 이코노미가 활성화되면서 비대면 원격·재택근무가 확산되고, 특정 회사에 소속되지 않고 원하는 일을 원하는 시간만큼 자유롭게 하는 긱 워커(Gig worker)도 늘어나는 추세다. 긱 이코노미 시장 규모도 매년 성장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슈타티스타(Statista)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산 이전인 2019년 약 284조원이었던 긱 이코노미 시장 규모는 2021년 약 398조원으로 성장했다. 슈타티스타는 2023년에는 약 521조원까지 시장 규모가 커질 것으로 전망한다. 세계적인 경영 컨설팅회사 맥킨지는 2025년까지 긱 이코노미가 창출하는 부가가치가 전 세계 GDP의 2%에 해당하는 2조7000억 달러(약 3252조15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시사저널 최준필
ⓒ시사저널 최준필

심부름 앱 가입하면 누구나 이용 가능

유통업계 관계자는 “배달 라이더부터 플랫폼 대행 알바까지 수요에 따라 생기는 단기 일자리가 늘어나고 있다”며 “어느 기업에 속하지 않고 여유 시간에 프리랜서로 잠시 일할 수 있는 형태라 MZ세대 사이에서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도 “필요에 따라 일자리가 새롭게 만들어지는 플랫폼 고용, 서비스가 늘어나고 있다”며 “배달 플랫폼의 배달료가 높아지고,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갈수록 늘면서 집 앞 편의점, 마트를 가기가 꺼려지다 보니 심부름을 필요로 하는 이가 많아지고 있다”고 했다. 김 교수는 “예전부터 생긴 N잡러들의 업무 범위가 기업 계약직, 배달 라이더를 넘어 생활 편의성을 높이는 단순 업무로 번지는 모습”이라며 “이 같은 단순 일자리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더 활성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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