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구 장관?” 홍남기·노형욱 향한 따가운 시선
  • 세종=오종탁 기자 (amos@sisajournal.com)
  • 승인 2022.03.08 10:00
  • 호수 16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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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재부, 홍남기 부총리 노골적인 고향 챙기기에 ‘부글부글’
국토부 일각에서도 “노형욱 장관 親호남 행보 과해” 지적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과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이 2021년 7월2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부동 산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을 진행하고 있다.ⓒ시사저널 임준선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과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이 2021년 7월2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부동산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을 진행하고 있다.ⓒ시사저널 임준선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에서 장관의 행보를 두고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특정 지역 편애로 부처의 공정성을 침해한다는 것이다.

시사저널이 관가 안팎을 취재한 결과를 종합해 보면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의 고향 강원도 챙기기 행보는 정권 말기 상황에 아랑곳없이, 오히려 더 노골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홍 부총리는 3월4일 강원 춘천에 있는 더존ICT그룹(더존) 강촌캠퍼스에 이어 양양의 기초과학연구원(IBS) 연구시설을 찾았다. ‘강원권 주요 산업·연구 현장 방문’이란 명분이었다. 일반적인 경제 현장 시찰로 볼 수도 있겠지만, 앞서 홍 부총리의 강원 방문이 세간에 회자될 정도로 잦았던 점을 감안하면 ‘또?’라는 물음표가 붙는 게 불가피하다. 

춘천고 후배 회사 또 공식 방문한 부총리 

특히 더존 강촌캠퍼스는 2020년 6월에도 방문한 바 있다. 당시 홍 부총리는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한국판 뉴딜’ 관련 일정으로 이곳을 찾았다. 기업 정보화 소프트웨어 분야 시장점유율 1위인 더존은 홍 부총리가 나고 자란 춘천에 본사를 둔 강원 지역 대표 기업이다. 이 회사 김용우 회장은 홍 부총리의 춘천고 3년 후배다. 홍 부총리는 부총리 취임 이전부터 김 회장과 공식·비공식 자리에서 빈번하게 만나며 남다른 친분을 유지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홍 부총리와 문 대통령이 다녀간 뒤 더존은 비금융권 회사 중에선 처음 금융위원회로부터 기업정보조회업 본허가를 획득하고 정부에 매출채권팩토링 사업 플랫폼을 제공하는 등 승승장구하고 있다. 

홍남기 부총리가 3월4일 강원 춘천에 있는 더존ICT그룹 강촌캠퍼스에서 김용우 회장 등 회사 관계자들을 만나 사업 현황과 애로 사항을 듣고 있다.ⓒ기획재정부 제공
홍남기 부총리가 3월4일 강원 춘천 소재 더존ICT그룹 강촌캠퍼스에서 김용우 회장 등 회사 관계자들을 만나 사업 현황과 애로 사항을 듣고 있다.ⓒ기획재정부 제공

기재부는 보도자료를 내 더존비즈온이 “매출채권을 자체 회계 데이터를 가공한 신용정보를 활용해 일정 할인율로 매입해주는 매출채권팩토링 플랫폼을 운영해 중소기업의 경영 위기 극복에 기여했다”며 “디지털 뉴딜의 핵심 과제인 데이터댐 사업 중 중소·중견기업 빅데이터 유통 플랫폼을 운영하는 한편 중소기업의 디지털 전환을 지원하는 K-비대면 바우처 공급 기업으로도 참여하는 등 K-디지털 혁신의 역군으로 활약하고 있다”고 치켜세웠다. 이어 “더존을 포함한 민간 기업·금융 기관과 협력해 총 1375억원 규모의 상환청구권 없는 중소기업 매출채권팩토링 사업을 적극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여타 장관들과 달리 홍 부총리는 거침없이 고향을 방문해 왔는데, 시작은 2019년 10월9일 춘천고 개교 95주년 기념 동문회 체육대회다. 2018년 12월 취임한 홍 부총리가 공개적으로 춘천을 찾은 건 이날이 처음이었다. 홍 부총리의 선거 출마 가능성이 고개를 든 계기이기도 하다. 홍 부총리는 2020년 4월 21대 총선, 올해 6월 지방선거(강원지사) 등의 여당 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됐다. 스스로도 출마설을 강하게 부인하지 않으며 군불을 지폈다. 

그러면서 부총리로서 2020년 세 번, 지난해 네 번 강원 일정을 잡았다. 지난해 4월 기재부 인사에서는 원주 출신인 김완섭 국장(당시 사회예산심의관)을 예산실 2인자인 예산총괄심의관으로 발탁했다. 예산정책과장, 예산총괄과장 등 예산실 핵심 직위를 거치지 않은 기재부 관료가 차기 예산실장으로 유력한 예산총괄심의관 자리에 오른 것은 이례적이다. 강원 출신이 해당 직위를 맡은 것도 15년 만이다. 김 국장은 김영진 전 강원지사의 장남이며, 홍 부총리의 초대 비서실장을 맡기도 했다. 강원 지역 언론들은 일제히 김 국장의 요직 기용과, 이후 고향 방문 일정 등을 보도했다. 

아울러 홍 부총리는 ‘선거 대비용’이라는 눈총을 받으면서도 명절마다 춘천 닭갈비를 주변에 선물했다. 올해 설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다만 홍 부총리의 6월 강원지사 출마는 물 건너간 상황이다. 홍 부총리가 심각한 대내외 경제 환경과 문 대통령의 신임을 고려해 이른바 ‘순장조’ 멤버로 남겠다고 결정해서다. 그러나 홍 부총리의 의지와 강원 지역 내 인지도·평판 등에 비춰볼 때 정치 도전은 시간문제란 예상이 많다. 홍 부총리는 2020년 11월 강원도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강원 지역 선출직 출마 가능성에 관한 질문에 “(부총리) 자리에서 물러나면 말씀드릴 기회가 있을 것”이라며 “나는 강원 출신이고 강원 발전을 생각하는 건 당연하다. 지금까지도 해왔으나 앞으로도 그렇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같은 매체의 올해 1월 인터뷰에선 “강원 지역 역점사업인 일(日)자형 순환 교통망 구축사업을 SOC 예산 편성과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사업 심사 과정에 반영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대외적으로 밝힐 수 있는 지위에 있지 않아 익명을 요구한 한 기재부 간부는 “홍 부총리가 자신의 권한을 최대한 활용해 정치적 기반이라 할 수 있는 강원 지역에 어필해 왔다는 것은 기재부 구성원이라면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홍 부총리의 영향으로 기재부 내 강원 출신 관료들의 결속력도 더욱 커졌다고 본다”면서 “전례 없고 노골적인 지역색에 대해 좋은 평가가 나올 리는 만무하다. 대체로 ‘과하다’는 반응”이라고 했다.

기재부만큼 극명하지는 않지만 국토부 일각에서도 장관의 지역적 편향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노형욱 장관이 공공연하게 고향인 호남을 의식한 행보를 펼치고 있다는 주장이다. 노 장관은 전북 순창에서 태어났다. 이후 광주로 이주해 광주제일고를 졸업했다. 노 장관의 다음 행보를 정치권 진출이라 가정하면, 지역적 스펙트럼이 호남 전체로 넓어지는 셈이다.  

노 장관은 지난해 5월 취임한 뒤 정부청사가 있는 세종과 인근 충청권, 수도권을 제외한 지역 일정으론 광주 3회, 전북 익산과 군산 각 1회, 강원 고성과 양양 각 1회, 부산 1회, 울산 1회 등을 소화했다. 광주는 지난해 6월과 올해 1월 발생한 HDC현대산업개발 관련 사고 현장을 살피기 위해 찾았다. 노 장관은 적극적인 사고 수습과 대책 마련 행보로 지역사회의 호평을 받았다. 울산과 고성은 문 대통령 일정에 동행한 것이고, 양양은 고성을 방문한 날 연계됐다. 부산 방문은 공교롭게도 지난해 11월 해당 지역 언론이 ‘노 장관의 지역 일정 소화 이력이 제로(0)’라고 보도한 직후 이뤄졌다.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국토교통부에서 직원들이 복도를 지나가는 모습ⓒ연합뉴스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국토교통부에서 직원들이 복도를 지나가는 모습ⓒ연합뉴스

“‘지역구’ 관리, 정치인 출신 장관보다 심해” 

사실상 노 장관이 편한 동선을 벗어나 ‘마음먹고’ 찾은 방문지는 지난해 12월22일 익산지방국토관리청사와 군산 새만금개발청 소관 현장 뿐이었는데, 해당 기관들의 수장은 노 장관의 전북-연세대 출신 직속 후배다. 전북 임실에서 태어난 이용욱 익산지방국토관리청장은 전주 전일고와 연세대 토목공학과를 졸업했다. 양충모 새만금개발청장은 전북 남원 출생으로 전주 전라고와 연세대 경제학과를 나왔다.(노 장관은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졸업) 노 장관처럼 기재부 출신이기도 한 양 청장은 2020년 8월 임명되기 전까지 기재부 재정관리관으로 근무했다. 노 장관도 기재부 마지막 직책이 재정관리관이었다. 양 청장은 올해 1월 남원 출신 중앙부처 공직자 모임인 ‘남공회’의 신임 회장으로 선출됐다. 

한편 전북이 올해 SOC 부문 등에 확보한 국가예산은 지난해보다 6693억원 증가한 8조9368억원으로 사상 최대다. 전라남도도 보도자료를 통해 “심혈을 기울인 SOC 사업이 올해 국가계획에 역대 가장 큰 규모로 반영됐다”며 △철도 분야 9조750억원 △도로 분야 3조6842억원 △공항 분야 762억원 등 세부 내역을 소개했다. 노 장관이 학창 시절을 보낸 곳이자 여당의 텃밭인 광주의 경우 현재 문 대통령 대선 공약(광주 지역 발전 공약) 이행률이 80%대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근혜 전 대통령 때의 최종 수치는 14.5%였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국토부 간부는 “노 장관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게 물밑에서 호남 발전을 위한 예산 확보에 성실히, 그리고 확실히 기여하고 있다”며 “친정인 기재부에서 예산실을 관할하는 안도걸 2차관이 같은 호남(전남 화순 출생-광주 동신고 졸업) 출신인 점도 노 장관의 관련 행보에 도움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노 장관이 “국토부 인사에 대해서도 호남 안배를 넘어 우대라는 느낌이 들 정도로 강하게 개입했다”면서 “정통 관료 출신 장관이 이렇게 지역색을 강하게 갖는 경우는 처음이다. 정치인이자 호남 출신(전북 정읍)이었던 김현미 전 국토부 장관도 정책적으론 청와대에 끌려다녔을지 몰라도 개별 지역 사업이나 인사에 관해선 공정하려고 애썼다”고 지적했다. 

시사저널이 노형욱호(號) 국토부의 지역 편향성 논란을 거론하자 국토부 측은 “장관의 입김으로 특정 지역에 국토부 예산이 특별히 많이 편성된다는 건 있을 수 없다. 전국적으로 이뤄지는 SOC 사업에 대해 공사 단계별로, 순차적으로 예산이 배정될 뿐”이라면서 “(승진이나 요직 기용 등) 인사에서 호남 출신을 우대한다는 얘기도 ‘썰’에 불과하다. 자신의 바람과 다른 인사 결과를 마주한 이들이 그렇게 (왜곡해) 바라보고 몰아가는 측면이 없지 않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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