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율이 승부 가른다…어게인 2002년일까, 2012년일까
  • 김종일 기자 (idea@sisajournal.com)
  • 승인 2022.03.04 14:00
  • 호수 16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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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비상한 결의로 나서달라”…野 “고개 드는 순간 진다”
대선 당일 재택치료자 100만 명 가능성, 누구에게 유리?

역대급 안갯속 판세다. 3·9 대선을 불과 6일 앞두고 3월3일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전격 단일화 성사를 발표했다. 이번 단일화는 역대 선거 중 처음으로 여론조사 공표 금지 기간에 성사되면서 그 효과를 수치로 확인할 수 없는 상황이다. 초접전 구도 속에 성사된 야권의 막판 단일화가 대선 판세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는 가운데 투표용지 인쇄일 등을 넘기는 등 시기적으로 늦은 점을 들어 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라는 반론도 있다. 민주당 쪽에서는 오히려 야권 단일화가 지지층의 위기감을 고조시켜 여권 결집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단일화 이후, 이제 남은 대선의 핵심 변수는 투표율이라는 게 정치권은 물론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결국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것이다. 투표율은 이번 대선의 승패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2월17일 발표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여론조사에서 “꼭 투표할 것”이라고 밝힌 응답자는 83%였다. 5년 전 19대 대선에선 82.8%였다. 19대 대선의 실제 투표율은 77.2%였다. 약 5%포인트 차이가 있다. 올해도 비슷한 흐름이라면 70%대 중후반 투표율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대선 구도가 정권교체와 정권유지 여론이 대략 6대4로 짜인 만큼 일반적으로는 투표율이 높으면 야당에 유리할 것이란 분석이 많다. 

ⓒ국회사진취재단
ⓒ국회사진취재단

긴장감·위기감 최고조…지지층 결집 총력전

양당은 이제 지지층 결집과 부동층 확보를 위해 총력전에 나서는 모습이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선대위 총괄선대본부장은 야권 단일화 성사가 발표된 직후인 3월3일 오전 기자간담회에서 “이재명 선대위는 향후 24시간 비상체제로 전환해 총력 대응하겠다”며 “당원과 지지자들이 비상한 결의로 나서주시기를 호소한다. 우리에게는 아직 6일의 시간이 남아있다”고 말했다. 우 본부장은 이틀 전만 해도 “2012년 대선 때부터 투표율이 높으면 민주진영이 유리하다는 공식이 깨졌다”며 “투표율보다는 어느 진영이 더 결집하느냐가 과제다. 투표율 자체가 높다고 유리하다고 보지 않는다”고 했다. 메시지의 톤이 확 달라졌다. 이제 더는 물러설 곳이 없다는 뜻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도 “안심할 때가 아니다. 안 후보의 ‘선거는 고개를 드는 순간 진다. 단일화한 게 선거 승리했다는 말이 아니다’는 말처럼 최후의 순간까지 한 표를 긁어모아야 할 때”라고 했다. 

실제 역대 선거에서 막판 지지층 결집은 승패를 가른 핵심 변수였다. 초접전이 벌어졌던 선거일수록 더 그랬다. 정몽준 후보가 대선을 하루 앞두고 단일화를 번복했던 2002년에는 노무현 후보를 지지하는 젊은 층이 투표소에 대거 몰렸던 반면, 2012년 대선에서는 박근혜 후보를 지지하는 60대 이상이 투표 마감시간까지 투표장에 장사진을 치는 모습을 연출했다. 당시에는 가족과 친지는 물론 지인들을 설득하기 위해 지지자들이 자발적으로 연락을 하고 투표를 독려하는 모습이 많이 관찰되기도 했다. 이번에는 여야가 모두 지지층을 한 명이라도 더 투표소로 끌어내기 위해 3월 4~5일 사전투표 독려에 사활을 거는 모습을 보였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투표율은 그 자체보다 지역·연령·직업·성별 등을 나눠 봐야 의미 있는 분석을 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가령 선관위 조사를 보면 적극 투표 참여 의향을 밝힌 응답자는 83%(5년 전보다 +0.2%포인트)지만, 18~29세의 경우는 66.4%로 매우 낮다. 5년 전의 84.2%와는 무려 17.8%포인트 격차가 난다. 반면 60대와 70대는 각각 89.8%와 90.7%로 5년 전보다 5.1%포인트, 6.7%포인트 더 높다. 현재 윤 후보가 60대 이상에서 높은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총투표율이 높으면, 이 후보보다는 윤 후보가 유리할 가능성이 높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반대로 전체 투표율이 낮으면 윤 후보에게 불리할 수도 있다. 이 교수는 투표율과 관련해 막판까지 주목해 봐야 할 움직임을 ①2030세대와 4050세대의 투표 방향성 ②낮아지는 영호남의 지역주의 성향 ③수도권 민심 등을 꼽았다. 

 

650만 자영업 표심 얻으면 대권 차지

최근 급증하고 있는 오미크론 확산세가 투표율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관심사다. 3월3일 기준 코로나19 재택치료자는 85만여 명이다. 지금 추세라면 대선 당일인 3월9일에는 100만 명에 달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번 대선의 전체 유권자 4419만 명의 약 2%에 달하는 숫자다. 양 캠프는 모두 이 변수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윤 후보 측은 감염에 취약한 고령층, 특히 고령층 재택치료자 일부가 투표소에 나오지 않을 가능성을 우려한다. 이 후보 측은 상대적으로 지지세가 높은 여성 등의 투표율이 낮을까 걱정한다. 

또 양측은 모두 오미크론 확산이 이번 대선의 최대 승부처로 여겨지는 2030세대 투표율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고령층은 대선에서 눈이 오나 비가 오나 투표를 하는 경향성을 보인다. 오미크론 변수가 있지만 고령층은 재택치료자더라도 투표소에 나갈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과연 재택치료자 중 젊은 층은 얼마나 투표를 할까. 20대의 투표율이 이번 대선에서 특히 낮을 수도 있다. 그렇게 전체 투표율도 지난 대선보다는 낮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재택치료자들은 방역에 대해 불만이 높을 가능성이 크다”며 “오미크론 확산세가 지금처럼 강하면 이 후보에게 불리하다. 며칠 전 단일화 무산의 영향을 받았던 윤 후보가 이 후보와 지지율이 백중세였던 이유가 바로 ‘방역’과 ‘단일화’ 변수가 서로 반대로 작동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자영업자 표심이 대권을 좌우할 것이란 분석도 있다. 한국선거학회와 한국사회과학데이터센터 조사에 따르면, 역대 대선에서 자영업자 표심을 차지한 후보는 예외 없이 당선됐다. 특히 접전 승부에서 핵심 변수로 작동했다. 2012년 박근혜 후보는 3.6%포인트라는 근소한 차이로 문재인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당시 문 후보는 화이트칼라 득표율에서 61.5%를 기록하며 박 후보(37.3%)를 압도했고, 반면 박 후보는 자영업자층에서 59.4%를 얻어 문 후보(39.7%)를 약 20%포인트 격차로 눌렀다. 박 후보 당선의 1등 공신이 자영업자였던 셈이다. 

650만 명에 달하는 자영업자는 이번엔 누구 손을 들어줄까. 최근 정부는 17조원의 돈을 풀어 소상공인 300만 명 이상에게 방역지원금 300만원을 지급했다. 그럼에도 자영업자들은 오미크론 변이 확산과 방역정책 피로감으로 상당한 불만이 누적돼 있다. 2월25일 발표된 한국갤럽 조사에 따르면 자영업자들은 이번 대선 투표 의향에 대해 93% 응답률로 다른 어떤 직업군보다 높은 의지를 보였다.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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