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호감 대선, 오히려 유권자들을 TV 앞으로 끌어들였다
  • 김종일 기자 (idea@sisajournal.com)
  • 승인 2022.03.04 14:00
  • 호수 16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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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TV토론 시청률 39%…선관위 TV토론 시청률도 30%대
후보자 태도와 정책 직접 검증…부동층 표심 막판 움직일까

도합 39%. 2월3일 열린 20대 대선후보 첫 TV토론의 지상파 3사 시청률 총합(KBS 19.5%, MBC 11.1%, SBS 8.4%)이다. 직전 선거였던 2017년 19대 대선에서 지상파 포함 7개 채널이 편성한 1차 TV토론의 시청률은 38.5%였다. 1차 TV토론 기준으로 1997년 15대 대선 55.7% 이후 최고 시청률이다. 놀라운 숫자다. 3월1일 KBS 9시 뉴스 시청률이 13.4%, SBS 8시 뉴스 시청률이 6.3%에 그치는 상황이다. 2월28일 종영한 싱어게인2 시청률도 8.5%로 TV토론에는 한참 미치지 못했다. 이후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주관한 TV 토론회 시청률도 1차 34.3%, 2차 33%, 3차 33% 등 계속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대체 유권자들은 역대 최악의 비호감 대선이라고 질타하면서도 왜 이렇게 TV토론에 뜨거운 관심을 보이는 걸까. 역설적이게도 오히려 역대 최악의 비호감 대선이라는 평가가 유권자들을 TV 앞으로 끌어당긴 것으로 보인다. 네거티브 공방(검증) 외에 유권자는 후보자의 태도와 정책을 직접 보고 듣기를 원하는데 그 소통 수단으로 TV토론을 택했다는 분석이다. 사실 TV토론 외에 유권자가 택할 뾰족한 다른 대안이 없기도 하다. 후보자들은 이번 대선에서 오미크론 확산에 따라 현장 유세를 축소하는 모습을 보였다. 

대선이 1~2%포인트 차이로 승패가 갈릴 초접전 양상으로 막판까지 진행되고 있는 점도 TV토론의 영향력을 키웠다. 어떤 여과나 편집 없이 수많은 유권자 앞에서 실수나 잘못된 태도를 보인다면 결정적인 한 방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제가 MB 아바타입니까’(2017년 대선·안철수 후보) ‘저는 박근혜 후보를 반드시 떨어뜨릴 겁니다’(2012년 대선·이정희 후보) 등은 ‘부정적 장면’의 대표 사례다. 또 이른바 ‘결정적 한 방’이 없더라도 TV토론이 누적되면서 후보의 이미지가 각인되면, 이는 부동층 선택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이번 대선은 과거 어느 대선보다 부동층이 많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5일 서울 상암동 SBS 스튜디오에서 열린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주관 제20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2차 정치분야 방송토론회에서 심상정 정의당(왼쪽부터), 안철수 국민의당, 윤석열 국민의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토론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국회사진기자단
25일 서울 상암동 SBS 스튜디오에서 열린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주관 제20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2차 정치분야 방송토론회에서 심상정 정의당(왼쪽부터), 안철수 국민의당, 윤석열 국민의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토론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국회사진기자단

TV토론, 유권자 설득 보단 기존 생각 강화

정치권에서 통상 TV토론은 대선 결과를 좌우하는 결정적 변수는 아니라는 분석이 많다. TV토론이 유권자의 태도와 투표 행위에 미치는 영향은 크게 두 가지다. 토론을 통해 유권자가 지지 후보를 정하거나 바꾼다는 ‘설득 효과’와 유권자가 기존에 갖고 있는 판단을 더 강화한다는 ‘강화 효과’가 있다. 학계 연구 중 다수는 TV토론이 유권자의 태도를 바꾸기보다는, 이미 갖고 있는 생각을 강화한다는 결론에 손을 들어주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이준한 인천대 교수는 흥미로운 분석을 제기했다. 이 교수는 “TV토론의 ‘강화 효과’가 크다는 것은 지금까지의 우리 선거에서 관찰된 현상이 맞다”면서도 “이번 선거에서는 예외적 현상이 나타날 여지가 있다. 후보자와 배우자의 리스크에 유권자들이 몸서리를 치고 있는 초유의 비호감 대선이다. 구체적 수치로 딱 밝힐 수는 없지만, 역대 다른 대선에서보다 이번 TV토론은 ‘강화 효과’가 미치는 영향이 적을 수도 있다. 또 TV토론을 거듭 본 유권자 중 일부는 투표 자체를 포기하는 결정을 할 수도 있다”고 했다. 비호감 대선이라는 이번 대선이 갖고 있는 초유의 성격이 TV토론의 영향을 과거와는 다르게 작동시킬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TV토론이 중도층과 보수-진보 지지층에게 미치는 영향이 각각 다르다”면서 “양 진영의 지지층은 TV토론을 3번 보나 10번 보나 변화가 크게 없다. 반면 중도층은 TV토론을 수차례 보고 서서히 마음을 정한다. 이번 대선은 중도층과 무당층이 승패를 가를 핵심 변수다. TV토론은 지금 소리 없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TV토론의 영향력은 거의 소멸됐다는 의견도 여전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이번 대선에서 TV토론은 승패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며 “자기 지지층의 확증 편향만 강화시켰다고 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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