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틀대는 ‘부정선거’ 의혹에 숨죽이는 정치권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22.03.07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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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대선 막판 변수 된 확진자 사전투표 부실 관리 논란
부정선거 의혹 확산에 지지층 투표 보이콧할까 ‘예의주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코로나19 확진‧격리자 사전투표 관리 부실 사태가 20대 대선의 막판 변수로 떠올랐다. 정치권은 사상 최고 사전투표율에 반색할 새도 없이, 고개 드는 ‘부정선거’ 의혹 차단에 주력하는 분위기다. 여야를 막론하고 부정 선거 소용돌이에 휘말릴 경우 감내해야 할 후폭풍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확진자 사전투표 관리 부실 사태는 발생 사흘째인 7일에도 대선 정국을 흔들고 있다. 사전투표 이튿날인 지난 5일 오후 5시부터 6시까지 임시 기표소에서 별도로 실시된 확진·격리자 사전투표 당시 유권자들의 투표용지를 소쿠리나 비닐봉지 등 허술한 용기에 담아 이동시키는가 하면, 일부 지역에선 이미 기표된 투표용지를 배부했다는 사례가 속출하면서 부정선거 의혹에 불을 댕겼다. 논란이 확산하자 선관위는 관리 부족을 인정하면서도 “부정선거는 가능하지 않다”며 선을 그었다.

7일 오전 경기 과천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종합상황실에 마련된 사전투표함 보관장소 CCTV 통합관제센터에서 선관위 관계자가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 ⓒ 공동취재
7일 오전 경기 과천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종합상황실에 마련된 사전투표함 보관장소 CCTV 통합관제센터에서 선관위 관계자가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 ⓒ 공동취재

초박빙 대선에 찬물 끼얹은 선관위의 ‘관리 부실’

문제는 부정선거 의혹 제기가 수그러들지 않을 경우 향후 선거 불복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사이 지지율 격차가 여론조사 공표 금지 기간 직전까지도 초박빙 접전으로 나타났기 때문에 당락이 근소한 차이로 갈릴 것이란 예측에 힘이 실리는 상황이다. 1000표 단위 차로 승부가 갈리게 된다면, 이번에 논란을 빚은 확진‧격리자 투표 분을 놓고 정당성 시비가 일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 어느 때보다 진영 간 결집이 두드러진 구도를 보이고 있는 만큼, 선거 불복 움직임이 일어난다면 사회적으로 큰 혼란을 야기할 게 불가피해 보인다. 지난 2020년 4‧15 총선에서도 보수 진영에서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한 사례가 있으며 이들은 현재까지도 의심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같은 해 미국 대선에서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에 불복해, 지지층이 의회를 점거하는 초유의 사태까지 일어난 바 있다. 누가 당선되더라도 부정 선거 의혹에 편승한 쪽은 불복의 빌미를 제공해 정국을 대혼돈으로 몰아넣을 수 있다는 얘기다.

부정선거 논란이 투표 보이콧을 부를 수 있다는 점도 우려되는 대목 중 하나다. 사전투표에서 부정선거 의혹을 학습한 유권자들이 본 투표일에 선거를 포기해 투표율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다. 여야는 진영 결집 효과를 노리고 저마다 투표를 독려해왔다. 진영 간 세 대결이 중요한 구도에서 투표율을 높여야 승산을 볼 수 있다는 계산이었다. 이 같은 국면에 부정선거 논란에 화력을 더하면, 진영 결집 효과가 떨어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3월7일 경기도 구리 유세에 나선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왼)와 제주 유세에 나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 연합뉴스
3월7일 경기도 구리 유세에 나선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왼)와 제주 유세에 나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 연합뉴스

선거 불복 빌미 될라…‘부정선거’ 쉬쉬하는 與野

이를 의식한 듯 정치권은 선관위의 준비 부족을 질타하면서도 한 목소리로 부정선거 의혹을 일축했다. 특히 부정선거 이슈에 예민한 보수 진영에서 적극적으로 의혹에 선을 긋는 분위기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7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미리 만들어놓은 투표지를 투표함에 넣으려고 했던 것 아니냐는 의심이 합리적인지 아닌지는 별개의 문제다. 이런 의심을 불러일으킨 선관위는 완전히 엉터리”라면서도 “그 음모론(부정선거)에 동의하긴 어렵다”고 분명히 말했다. 윤석열 후보도 “부정 선거는 국민의힘이 철저하게 막겠다. 걱정 말고 한 분도 빠짐없이 투표해달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치권의 대응에도 불구하고 사전투표 부실 관리 논란은 후폭풍이 거세지고 있다. 전날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가 노정희 선관위원장을 대검에 고발한 데 이어 투기자본감시센터, 법치주의 바로세우기 행동연대 등도 고발 대열에 합류하면서 시민단체들의 수사 요구가 빗발치는 상황이다. 본격적인 수사는 대선 이후 시작될 것으로 전망이다. 어느 후보가 압도적 표차로 당선되는 경우가 아니라면 사전투표 부실 관리 논란에 따른 부정선거 의혹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사전투표 마지막 날인 5일 부산 해운대구 한 사전투표소 측이 준비한 확진자·격리자용 투표용지 종이박스 ⓒ연합뉴스
사전투표 마지막 날인 5일 부산 해운대구 한 사전투표소 측이 준비한 확진자·격리자용 투표용지 종이박스 ⓒ연합뉴스

한편 선관위는 이날 긴급회의를 열어 논란에 휩싸인 확진·격리자 임시기표소를 없애고 확진·격리자라 하더라도 직접 투표함에 기표용지를 넣을 수 있도록 방침을 바꾸기로 했다. 오후 6시 이후 일반 유권자들이 투표를 마치고 모두 퇴장하면 오후 7시30분까지 확진·격리 유권자들이 같은 투표소에서 같은 방법으로 투표를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선관위 측은 “지난 5일 실시된 확진자 등의 사전투표에서 제기된 각종 문제점이 선거일에는 재발하지 않도록 세밀하게 준비하고 있다. 확진자 등에게 투표 안내 문자메시지 등으로 투표 방법을 안내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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