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철부대2》, ‘밀리터리 예능’의 강인한 계보 쓸까
  • 조유빈 기자 (you@sisajournal.com)
  • 승인 2022.03.15 10:00
  • 호수 16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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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1에 이어 시즌2도 순항
‘특수부대’와 ‘서바이벌’ 포맷으로 다른 밀리터리 예능과 차별화

육군특수전사령부, 해병대특수수색대, 제707특수임무단, 해군특수전전단, 군사경찰특임대, 해군해난구조전대, 공군특수탐색구조대대, 국군정보사령부 특임대. 이름만으로도 어떤 이들의 가슴을 뜨겁게 하는, 일명 ‘특수부대원’이라 불리는 이들이 한곳에 모였다. 지난해 방송가를 달군 뜨거운 콘텐츠 중 하나였던 채널A·SKY의 《강철부대》가 시즌2로 돌아온 것이다. 출연자 논란 등에 따른 부침도 있었지만 ‘차별화’라는 난이도 높은 과제를 성공적으로 마쳤던 《강철부대》이기에, 다시 시작하는 시즌에 대한 시청자들의 기대치는 크다. 이번에는 시즌1의 특수부대들에 공군과 정보사까지 더해졌다. 미션의 난이도는 올라갔고, 전투의 배경도 넓어졌다. 무엇이 달랐기에 《강철부대》는 시즌제를 이어가며 ‘밀리터리 예능’이라는 장르의 가능성을 증명할 수 있었던 것일까.

《강철부대》 시즌2 출정식 ⓒ 채널A

《진짜 사나이》 《가짜 사나이》의 한계

《강철부대》가 무엇이 다른지를 논하기 위해서는 다른 밀리터리 예능의 역사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우정의 무대》나 《청춘 신고합니다》처럼 위문공연 성격이 결합된 프로그램을 제외하고 보자. 대표적인 밀리터리 예능 프로그램은 《진짜 사나이》다. 2013년 시작한 MBC 《진짜 사나이》는 ‘체험형’ 예능에 가까웠다. 연예인들이 특정 군부대에 입소해 훈련을 거치며 군대 생활을 체험하는 포맷이었다. 두 자릿수 시청률을 기록하며 인기를 끌었지만. ‘만들어진 리얼리티’에 대한 호응은 오래가지 않았다. 어수룩한 멤버가 군대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장면은 희화화됐고, 군 서열 구조가 빚는 모순적이고 불합리한 상황은 웃음으로 귀결됐다. 편집으로 만들어진 감동은 시청자를 돌아서게 했다. 연출된 군대 생활, 실제와 다른 훈련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유튜브를 통해 2020년 공개된 《가짜 사나이》는 이렇게 ‘만들어진’ 《진짜 사나이》에 대한 반발 심리를 기반으로 출발했다. 이름 자체가 《진짜 사나이》의 패러디다. 헬스 유튜브 채널 피지컬갤러리와 글로벌 전술 컨설팅 회사인 무사트가 제작한 《가짜 사나이》는 연예인이나 유튜버 등 다양한 분야의 인물들이 군 특수부대 훈련을 모티브로 만들어진 교육 프로그램을 체험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강도 높은 훈련 과정과 극한 상황에 내던져진 출연진의 본성을 적나라하게 비추며 시청자들을 열광시켰다.

그러나 리얼리티의 양면성은 존재했다. 출연자가 실신 위기에 빠지고, 각막이 손상되는 부상을 입으면서 강도 높은 훈련을 둘러싼 가학성 논란이 불거졌다. 《가짜 사나이》는 아예 ‘참가자들이 고통스러워하는 장면을 부담스러워하실 수 있는 분들은 시청에 특별한 주의를 부탁드린다’는 문구를 내걸기도 했다. 실제 전투를 가정한 특수부대 훈련이며 출연진 전부가 사전 동의한 과정이므로 문제가 없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결국 가학성을 이유로 대중의 일부는 돌아섰다. 폭언과 모욕적인 발언을 내뱉는 교관들의 태도도 도마에 올랐다. 군의 악습이 왜곡된 남성성으로 해석되는 것에 대한 우려였다.

《진짜 사나이》는 리얼리티를 표방했지만 심의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던 지상파의 한계와 ‘만들어진 예능’의 봉착점을 보여줬다. 《가짜 사나이》는 유튜브라는 플랫폼을 통해 한계 없는 리얼리티를 보여줬지만, 가학성 논란에 ‘인성’을 매회 언급하던 교관들에 대한 자격 논란까지 더해지며 결국 불명예스러운 중단을 했다. 결국 리얼리티 면에서 대중을 열광시켰지만, 그 리얼리티의 선을 위험하게 넘어버린 사례로 기록됐다. 이 시점에 다시 밀리터리 예능에 도전하는 《강철부대》는 그 사이의 지점을 찾아야만 했다. 리얼리티를 가져가되 가학성의 논란을 야기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밀리터리 예능 프로그램을 만들어야만 했다.

리얼리티를 표방했지만 지상파의 한계와 ‘만들어진 예능’의 봉착점을 보여준 《진짜 사나이》 ⓒ MBC 유튜브
리얼리티를 표방했지만 지상파의 한계와 ‘만들어진 예능’의 봉착점을 보여준 《진짜 사나이》(위)와 한계 없는 리얼리티를 보여줬지만 가학성·출연자 논란이 불거진 《가짜 사나이》 ⓒ MBC·MUSAT 유튜브
한계 없는 리얼리티를 보여줬지만 가학성·출연자 논란이 불거진 《가짜 사나이》 ⓒ MUSAT 유튜브

‘특수부대’와 ‘서바이벌’의 조합

그 해답으로 제작진이 선택한 것은 ‘특수부대’라는 타이틀이었다. 이원웅 PD는 “강철부대는 고도로 훈련받은 예비역들이 경험을 되살려 미션을 수행하는 과정에 초점을 맞춘다”며 “비전문가 출연자들의 군사훈련을 다룬 프로그램과는 기획 자체가 다르다”고 언급한 바 있다. 그동안 밀리터리 예능이 아마추어가 프로를 따라 하면서 보이는 좌절감에서 웃음 포인트를 찾으려고 했다면, 《강철부대》는 프로로서 승부를 펼치는 서바이벌이기 때문에 그 ‘결’이 다르다는 것을 명확히 한 것이다.

《강철부대》는 《가짜 사나이》를 통해 사람들이 관심을 갖게 된 특수부대의 특성은 가져가되, 실제 특수부대 출신으로 남들과는 다른 체력과 경험을 가진 출연자들을 섭외했다. 일반인이라면 하기 힘든 미션이지만 특수부대 출신이라면 가능하다는 전제를 깔아둠으로써 가학성 논란을 피해 갔다. 미션을 구성하는 데도 전문가의 의견을 반영했다. 미리 미션을 구성해 보고 진행하는 방식을 통해 ‘실제로 가능한 미션인지’를 염두에 뒀다.

시즌1에서 진행된 ‘250kg 타이어 뒤집기’는 체대생들을 통해 테스트해본 결과 ‘힘들지만 불가능한 미션은 아니다’는 결론을 얻고 진행한 미션이다. 이 PD는 시즌1 종영 후 인터뷰를 통해 “출연자들도 쉬운 미션은 바라지 않는다. UDT는 IBS 침투작전 이후 체육관에 가서 운동을 더 했다”고 언급한 바 있다. 미션이 혹독한 것은 사실이지만, 출연자들의 체력과 전문성을 통해 가학성 이슈를 지워내는 것이다.

《강철부대》 시즌1 ⓒ 채널A
《강철부대》 시즌1 ⓒ 채널A
《강철부대》는 IBS 침투작전, 대테러 구출작전 등을 서바이벌 상황으로 제시한다. 사진은 시즌1의 한 장면 ⓒ 채널A 

특수부대를 대표한다는 대표성은 출연자들이 자발적으로 행동하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이 자발성을 불러오는 것은 서바이벌 포맷이다. ‘체험’ ‘훈련’이 아닌 ‘경쟁’이라는 키워드는 대중을 끌어들인다. 극한 상황을 마주했을 때 드러나는 출연자들의 인간적인 면모, 경쟁 그 자체에서 오는 긴장감이 시청자들을 몰입시킨다. 《강철부대》에는 불필요한 체력훈련, 폭언을 듣거나 눈물을 흘려가며 얼차려를 받는 과정 같은 것은 없다. 말 그대로 서바이벌이며, ‘팀전’이다. 전문성이 있는 특수부대이기에 가능한 IBS 침투작전, 대테러 구출작전 등을 서바이벌 상황으로 제시한다.

이 과정에서 각 부대가 가지고 있는 전문성이 부각된다. 육군과 해군, 혹은 특전사와 구조대가 잘할 수 있는 미션은 다를 수밖에 없다. 부대별로 장점을 보일 수 있는 분야가 다르기 때문에 서바이벌은 단순히 승패를 가리기 위한 목적에 그치지 않는다. 장점을 보여주거나, 혹은 단점을 극복해 나가는 장치로도 서바이벌은 기능한다. 이 과정에서 자신의 부대에 대한 소속감과 자부심이 함께 작용함은 물론이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특수부대들의 ‘팀전’이라는 라이벌 구도, 어떤 부대가 최강인지를 지켜보고 있는 대중의 반응도 서바이벌 형식에 힘을 보탠다. 혹독한 미션을 수행하는 중간중간 출연자들의 욕설이 (묵음 처리가 돼) 등장하고, 출연자들이 부상을 입는 일도 일어나지만, 강철부대가 쌓아올린 프레임은 이것들을 리얼리티라는 이름으로 승화시킨다.

여기에 서사를 더하는 것은 드라마다. 밀리터리 예능에서 드라마적 요소는 전우와의 동료애, 포기하지 않는 끈기와 같은 클리셰다. 감동의 발원지는 탈락을 눈앞에 둔 상황에서 벌어지는 ‘데스매치’다. 40kg에 달하는 동료의 군장을 나눠 짊어메고 함께 걸어주는 SDT, 탈락이 확정된 후에도 ‘패배’할 수는 있지만 ‘포기’할 수는 없다는 마인드를 보여준 해병대의 군인정신, 그것을 묵묵하게 응원하는 강철부대원들의 모습. 이 장면들은 패자가 더 아름다울 수도 있다는 것을, 최강자를 가리는 서바이벌에서 또 다른 가치가 빛날 수도 있음을 보여줬다. 시즌2 역시 그 부분을 강조한다. 팀원 전체가 달려가 함께 전환점을 돌고, 지친 동료의 깃발을 받으러 뛰어나가며 팀워크를 보여준다. 팀의 승리를 위해, 동료를 위해 자발적으로 움직이는 부대원들의 모습에 시청자들은 반응한다.

《강철부대2》의 특수부대원들이 참호격투, 장애물 각개전투 등 미션을 통해 경쟁을 펼치는 모습 ⓒ 채널A

드라마적 서사 더해…《강철부대》의 과제는

이 모든 프레임을 강조하는 역할을 연예인 패널들이 한다. 여성 아이돌 패널, 해병대 출신 패널의 존재는 군대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과 ‘잘 아는 사람’의 시각을 《강철부대》라는 프로그램에 더하는 장치다. 단순히 촬영된 영상을 보며 관전하는 것이 아니다. 누군가는 전문성을 끊임없이 강조하고, 누군가는 참가자들의 전우애에 눈시울을 붉히고, 누군가는 질문을 던진다. 그들의 힘든 미션에 공감하기도 하고 감탄하기도 하면서 《강철부대》가 만들어낸 장치들을 부각시키는 미션을 패널들이 맡는 셈이다.

밀리터리 예능이라는 서사를 새롭게 만든 《강철부대》 앞에도 과제는 놓여있다. 《강철부대》 역시 《가짜 사나이》가 봉착했던 논란 중 하나인 출연자 이슈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한 출연자에 대한 성범죄 연루 의혹이 제기되면서 그의 출연 분량이 ‘통편집’됐고, 프로그램에 대한 신뢰도와 몰입도는 상대적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시즌2가 시작되면서 출연자에 대한 검증이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던 이유다.

출연자를 비추는 방법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시즌1은 스타성 있는 인물들을 여럿 배출했다. 방송 초반에 주목된 인물들뿐 아니라, 미션에 집중하는 모습을 통해 각자의 개성과 장점이 조명된 캐릭터도 많았다. 그러나 시즌2는 전체 대원들의 상의 탈의 모습을 클로즈업하는 등 출연자들의 피지컬을 유독 강조해, 시즌1에 비해 ‘군’보다 ‘예능’ 쪽에 초점을 맞추고 프로그램을 시작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참호격투 이후 영하의 날씨에 방치된 출연자들에 대한 가학성 논란도 일부 시청자들 사이에 여전히 남아있다.

'공정성 논란’이 빚어진 바 있기에, 프로그램의 후반부를 지켜보는 눈도 많다. 시즌1은 후반부에 탈락팀들을 패자부활전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불러들였다. 미리 고지하지 않은 진행방식은 ‘룰의 훼손’으로 여겨졌고, 공정한 경쟁을 원하는 시청자는 이탈했다. 포기하지 않은 이들에게는 격려의 박수를 보내지만 승자의 노력과 성취는 인정해야 한다. 당연한 논리를 무시하는 일방적인 진행방식은 일종의 불공정으로 해석될 수 있다. 결국 대중이 원하는 것은 리얼리티와 공정성, 진정성의 균형이다. 공정성과 미션의 수준을 더욱 고민하며 만들었다는 《강철부대2》는 밀리터리 예능의 계보를 또 한 번 성공적으로 써내려갈 수 있을까. 《강철부대》라는 프로그램의 운명을 건 미션은 현재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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