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바뀐 운명? 개국공신 된 이준석의 ‘앙숙들’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2.03.11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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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일화 적중 평가에 장제원‧안철수 ‘핵심요직’ 하마평
‘윤핵관’‧安과 척진 李는 대선 ‘진땀승’에 책임론 직면

제20대 대선이 국민의힘 승리로 끝나면서 공신(功臣)들은 ‘꽃길’을 예고하고 있다. 대선 막판 야권 단일화로 승리에 힘을 보탠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국무총리로 입각할 가능성과 당권에 도전하는 안이 유력한 상황이다. 단일화 협상을 주도한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의 비서실장으로 임명됐다. 반면 이들과 ‘앙숙’ 관계인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책임론’에 직면했다. ‘성별 갈라치기’와 ‘자강론’으로 진땀승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비판이 나온 탓이다.

사진 오른쪽부터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시사저널·연합뉴스
사진 오른쪽부터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시사저널·연합뉴스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은 향후 합당 절차 등을 두고 논의에 들어갔다. 가장 큰 관심을 모으는 것은 안 대표가 맡을 직(職)이다. 안 대표와 윤 당선인이 지난 3일 발표한 단일화 합의문에는 ‘인수위 구성부터 운영을 함께한다’는 조항이 명시돼 있다. 이에 안 대표가 윤 당선인의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이나 국무총리로 입각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안 대표 역시 입각에 대한 욕심을 숨기지 않고 있다. 안 대표는 지난 3일 단일화 공동 기자회견에서 “국회의원으로서 여러 가지 입법 활동을 했습니다만 직접 성과로 보여주는 행정적인 업무는 하지 못했다”며 “이번 기회를 통해 우리나라를 더 좋은 나라로 만드는 변화된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밝혔다.

안 대표가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권에 도전하는 시나리오도 있다. 안 대표는 단일화 기자회견에서 “국민의힘을 더욱더 실용적이고 중도적 정당으로 만드는 일에 공헌하고 싶다”고 말했다. 정당을 직접 변화시키기 위해 당권 도전 의사를 내비친 것으로도 해석된다. 이에 안 대표가 오는 6월 지방선거 공천권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당대표로서 국민의당 쪽 인사들을 대거 출마시키고 이들이 공천을 받을 수 있도록 뒤에서 힘을 실을 것이란 분석이다.

국민의힘 내 여론도 안 대표에게 우호적이라는 후문이다. 대선을 엿새 앞둔 지난 3일 안 대표는 극적인 후보 단일화를 선언, 박빙 양상이던 대선에서 윤 당선인의 승리에 쐐기를 박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안 대표 고정 지지율이 최소 5%는 된다고 봤을 때 (안 대표가) 완주를 택했다면 대선 결과는 달라졌을 수 있다”며 “결단을 높이 사야 하고 새로운 정부에서 일할 기회를 보장할 의무가 (국민의힘에) 있다”고 말했다.

안 대표에 이어 또 다른 ‘공신’으로 부상한 인물은 장제원 의원이다. 대선 전까지 장 의원 앞에는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이라는 꼬리표가 붙었다. 이준석 대표가 직접 만든 신조어로, 단순 측근이라는 의미를 넘어 윤 당선인의 ‘비선실세’라는 의미로 통용됐다. 그러나 장 의원이 안 대표와의 단일화 협상을 성사시킨 것으로 알려지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장 의원이 음지의 ‘윤핵관’이 아닌 양지의 ‘대핵관’(대통령 핵심 관계자)로 탈바꿈한 것이다.

실제 윤 당선인은 대선이 끝난 직후 장 의원을 본인의 비서실장으로 임명했다. 당선인 비서실장은 당선인의 뜻대로 인수위 인선작업부터 조직 구성 등 실무작업을 담당하는 중요한 보직이다. 윤 당선인은 최측근인 장 의원을 통해 인수위 구성과 주요인사 검증에 착수한 상태다. 장 의원은 윤 당선인과 수시로 소통하면서 업무를 넘어 휴식 및 기상 시간까지도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핵관’ 논란의 당사자였던 장 의원이 비서실장에 전격 발탁되면서, 권성동, 윤한홍 의원을 비롯한 다른 최측근 그룹들도 차기 정부 주요 인선에서 전면에 나서게 될 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권 의원의 경우 윤 당선인의 입당 초기부터 조력자 역할을 했다. 윤 당선인이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결정된 후 권 의원이 당 사무총장 자리를 꿰차기도 했다. 이에 권 의원이 법무부 장관으로 입각하거나 집권 여당 첫 원내대표에 도전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윤 당선인의 두터운 신임을 받는 것으로 알려진 윤 의원은 원내 핵심 당직을 맡거나 행정안전부 장관으로 입각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5일 저녁 서울 광진구 어린이대공원 후문 광장에서 이준석 대표,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 함께 공동 유세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5일 저녁 서울 광진구 어린이대공원 후문 광장에서 이준석 대표,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 함께 공동 유세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張‧安과 ‘천적’ 이준석은 ‘책임론’ 직면

반면 대선 레이스를 주도해온 이준석 대표는 다소 난처한 입장에 처했다. 이 대표는 줄곧 윤 당선인의 낙승을 예견해 왔다. 그 배경으로 2030세대 젊은 유권자와 50대 이상의 유권자가 윤 당선인을 지지하고 있다는 ‘세대포위론’을 들고 나왔다. 단일화없이도 이긴다는 ‘자강론’을 내세우기도 했다. 선거 막판 호남 목표 지지율을 30%라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윤 당선인이 헌정 사상 최소 득표율 차로 진땀승을 거두면서 이 대표의 선거 전략이 실패한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제기된다.

실제 대선 출구조사 결과, 윤 당선인은 전통적 지지층인 60대 이상에서만 큰 격차의 승리를 거뒀다. 20대에선 오히려 윤 당선인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에 뒤졌다. 20대 남성의 58.7%가 윤 당선인을 찍었지만, 20대 여성의 58%가 이 후보를 선택한 영향이 컸다. 윤 당선인은 호남에서 12.75%를 얻어 보수 후보 최다 득표율을 기록하긴 했지만 이 대표의 전망치에는 크게 못 미쳤다.

이 같은 성적표에 당내 일각에서는 이 대표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제기된다. TK(대구‧경북)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한 의원은 “이 대표 주장대로 ‘윤핵관’ 다 쳐내고 단일화도 안 하고 ‘이대남’(20대 남성 유권자)만 쫓았다면 이번 대선을 이겼을까”라고 반문하며 “선거는 자만하는 순간 진다. 민심 앞에서는 항상 겸손해야 한다는 사실을 (이 대표가) 깨달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선 직전까지 이 대표와 날을 세웠던 안 대표와 ‘윤핵관’이 핵심 인사로 부상하면서, 정치권 일각에서는 국민의힘 내홍이 재발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향후 공천권 등을 놓고 안 대표와 이 대표가 충돌하거나 당청 관계에서 이 대표와 장 의원 간의 관계가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실제 이 대표와 장 의원, 안 대표는 대선 이후에도 별도 ‘화해의 장’을 만들거나 회동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이번 선거는 결국 ‘윤핵관’이 주도한 모양새가 됐다. ‘윤핵관’과 안 대표의 관계는 좋은 반면 이 대표와 이들과의 관계는 좋지 않다”고 했다. 이어 “‘윤핵관’과 이 대표, 안 대표는 결국 ‘오월동주’의 관계다. 서로 사감(私感)이 있는 탓에 이들이 당내에서 타협과 협상을 통해 하나가 되기는 상당히 어려울 것”이라며 “이 관계가 해소되지 않으면 국민의힘에서 계속 잡음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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