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계단 오르기가 힘들어진다면… [강재헌의 생생건강]
  • 강재헌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2.04.04 11:00
  • 호수 16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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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지혈증 치료제 때문일 수도⋯의심 증상 보이면 빨리 주치의 찾아야

56세 여성 A씨는 며칠 전부터 피로감과 근육통이 나타나고 다리에 힘이 없어 걸을 때 힘이 들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하루는 계단을 오르던 중 다리에 힘이 빠져 하마터면 넘어질 뻔했고, 검은색 소변이 나오기 시작했다. 깜짝 놀라 병원을 찾아 문진·진찰·검사한 결과 6개월 전부터 복용하기 시작한 고지혈증 치료제인 ‘스타틴’이 원인이었다.

한국인의 고콜레스테롤혈증 유병률은 2019년 남자 21.0%, 여자 23.1%이며, 남녀 모두 2005년 이후 증가 추세가 지속되고 있다. 그리고 이들 중 상당수는 고지혈증 치료제를 계속 먹게 된다. 고지혈증 치료제 중에서 스타틴 제제는 혈중 콜레스테롤을 낮추고, 관상동맥을 보호해 심장병 사망률 등을 낮추는 효과가 입증돼 있다. 이 약을 장기간 먹어도 약효가 유지되는 장점이 있어 고지혈증 치료제 복용 환자 중 약 78%가 스타틴을 복용하고 있다.

하지만 한 연구에 따르면 스타틴 복용자의 1.5~3%는 근육통을 경험한다. 특히 이들 중 일부에서는 근육에 염증이 생겨 근육통과 근력 감소가 나타나는 근육염이 생기기도 한다. 한 연구에서 스타틴 복용 시작 후 근육통이 발생할 때까지의 기간을 조사한 결과, 1주~4년이었고 평균으로는 6.3개월이었다. 따라서 스타틴 복용을 시작하고 4년 이상 지난 후 나타난 근육통은 스타틴이 원인일 가능성이 거의 없다.

스타틴 복용 시 근육통·근육염 등 근병증 부작용이 발생하기 쉬운 위험요인으로는 여성, 80세 이상 고령, 저체중, 당뇨병, 신장 또는 간 질환, 갑상샘저하증, 격렬한 운동, 과음, 대수술 또는 외상, 일부 항생제, 일부 혈압약 등 약물 복용이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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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틴 복용자의 1.5~3%는 근육통 경험 

스타틴에 의한 근병증은 대개 위쪽 팔, 어깨, 골반, 허벅지 근육에서 시작되고 진행되면서 발과 다리 근육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또한 다리가 무겁고 아프며 뻣뻣한 느낌이 생기며 피로감이 동반된다. 심할 경우 전신 근육통, 검은색 소변, 신장 손상까지 나타나는 횡문근융해증이 나타날 수 있지만, 발생률은 0.01%로 매우 낮다.
스타틴 복용을 시작하고 나서 근병증을 의심할 수 있는 증상이 나타나면 가능한 한 빨리 주치의를 방문해 문진·진찰과 혈액검사를 받아봐야 한다. 주치의는 격렬한 운동, 갑상샘저하증 등 근육통의 다른 원인이 있지 않은지 조사한다. 또 근육 염좌, 골관절염, 신경근병증 등 근병증과 증상이 유사한 다른 질환 여부를 확인할 것이다.

횡문근융해증이 의심된다면 바로 스타틴을 끊고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 근육통이나 근육염이 의심된다면 2주 정도 약을 끊고 스타틴을 복용할 때에 비해 증상의 차이가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스타틴을 끊고 증상이 사라지면 주치의의 판단에 따라 스타틴을 저용량으로 다시 먹거나 다른 스타틴이나 다른 계열의 고지혈증 치료제로 바꿔 복용해볼 수 있다. 

스타틴 복용 중에 근병증 증상이 나타나면 무척 당황스러울 수 있다. 하지만 스타틴 복용은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고 심근경색 등 동맥경화성 질환들을 예방하는 탁월한 효과가 있으므로 의사의 지시 없이 약을 끊어서는 안 된다. 스타틴 복용 중에 위에 설명한 근병증 의심 증상이 있을 때는 바로 주치의를 만나 적절한 조치를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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