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펀딩 메이커’가 될 수 있다
  • 장정은 변호사·와디즈 법무정책총괄이사(CLO)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2.04.07 10:00
  • 호수 16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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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딩은 기성품이 아니라 '세상에 없는 아이디어' 구매하는 것
올바른 크라우드펀딩 활용법 숙지해야

“어제 오픈한 메이커의 프로젝트에 서포터 1000명이 펀딩해 목표금액의 300%인 2억원을 달성했다.” 펀딩 플랫폼 와디즈에 관심이 있다면 익숙하게 들어본 이야기일 것이다. 와디즈는 2012년부터 10년간 스타트업, 중소기업, 창작자의 새로운 아이디어와 필요를 연결하는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현재 월 1000개가량의 펀딩 프로젝트가 오픈되고 있다. 펀딩을 오픈하는 사람에게는 대중의 피드백을 직접 확인하면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고, 펀딩에 참여하는 사람에게는 그 취지와 필요성에 공감하는 프로젝트를 지원해 새로운 아이디어가 더해진 제품을 누구보다 빠르게 만나볼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된다. 자금이 필요한 기업과 이를 지지하고 응원하는 마음으로 참여하는 대중을 연결하는 것, 그렇게 ‘창업 활성화’에 크게 기여하고 있는 것이 바로 펀딩이다.

결제와 배송은 프로젝트 성공 이후에

얼핏 금전을 지불하고 물품을 사는 쇼핑몰과 비슷해 보이지만, 다르다. 펀딩은 태생적으로 전자상거래와는 다른 고유한 산업적 특성을 지닌다. 무엇보다 아직 정식으로 시장에 유통되지 않는 제품을 다룬다는 점이 펀딩의 대표적 특징이다. 아이디어를 가진 기업과 창작자가 대중에게 제품 생산비용을 후원받는 구조라고 생각하면 쉽다. 구매가 확정돼야 정산을 받는 일반 커머스와 달리, 펀딩은 제품 생산을 위해 비용을 ‘선 정산’해 주는 구조다. 새로운 시도에 필요한 비용의 진입장벽을 획기적으로 낮추는 것이다. 현재 국내 대표적 피로 회복 음료로 유명해진 ‘링티’나 가상현실 라이딩을 체험할 수 있는 ‘야핏 사이클’ 등도 와디즈 펀딩을 통해 시작됐다.

기획·개발한 제품을 선보이기 위한 목적으로 프로젝트를 오픈하는 주체를 ‘메이커’, 자금 제공을 통해 이들의 도전을 지지하는 대중을 ‘서포터’라고 부른다. 메이커들은 자신의 아이디어가 담긴 제품이나 서비스를 스토리를 통해 공개하고, 일정 기간 모으고자 하는 목표금액을 최소 50만원 이상으로 설정한다. 메이커가 보여주는 아이디어와 가치에 공감하는 서포터들은 펀딩 버튼을 누른다. 목표치 이상의 펀딩금이 모이면 해당 프로젝트는 ‘성공’하게 되고, 메이커는 스토리에서 약속했던 목적으로 펀딩금을 사용한다. 그래서 펀딩은 바로 결제되지 않는다. 프로젝트가 성공해야만 결제가 이뤄지고, 이후 메이커가 공지한 일정에 따라 배송이 이뤄진다.

오래 기다려서 받은 이 제품에 문제가 있다면 어떻게 될까. 펀딩은 서포터들이 메이커의 아이디어를 살핀 후, 그 아이디어를 실현할 수 있도록 지지하는 목적으로 참여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펀딩금을 돌려받는 것은 어렵다. 하지만 펀딩 산업의 특성상 불완전성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 와디즈가 2020년 ‘펀딩금 반환 제도’를 업계 최초로 도입하면서 ‘책임중개’를 강화한 이유다. 서포터들은 수령한 제품이 스토리를 통해 설명한 내용과 다르거나, 하자가 있거나, 약속한 기간 내에 배송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14일 이내에 펀딩금 반환을 요청할 수 있다. 구매 물품 ‘환불’이 아닌, 펀딩금 ‘반환’ 정책이 적용되는 것이다.

이렇게 펀딩 산업이 제도적으로 안착되면서 펀딩은 더욱 대중화됐다. 기존에는 기성품과 다른 독특한 제품을 선호하는 얼리어답터들이 펀딩 플랫폼을 찾았다면, 최근에는 대기업에서 새롭게 선보이는 푸드·가전 등 신제품을 빠르게 만나보려는 브랜드 팬덤도 몰려드는 추세다. 올해 3월부터는 심사정책도 대폭 간편화됐다. 심사 과정 중 단순하고 반복적인 절차의 경우 RPA(Robotic Process Automation·로봇 프로세스 자동화) 시스템으로 간편하게 처리하고, 자체 개발한 AI를 활용해 심사 정확도를 높이고 있다. 광고나 스토리 관련 각종 증빙 서류는 심사 단계가 아닌 펀딩 오픈 전에 제출할 수 있도록 해 심사 과정에 드는 시간도 단축했다. 모든 메이커에 적용되던 필수 서류도 규모와 카테고리별로 간소화됐다. 이렇게 심사 과정이 간편해지면서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뿐만 아니라 크리에이터, 대학생, 주부들까지 누구나 펀딩을 쉽게 오픈할 수 있게 됐다.

 

심사 프로세스 간편화…누구나 펀딩 오픈·참여 가능

펀딩을 오픈하고 싶은 메이커라면 펀딩 목표금액과 진행기간, 제공되는 리워드(제품 혹은 서비스)를 설정하고 프로젝트 소개 스토리를 작성해 제출하면 된다. 이후 콘텐츠 심사를 거쳐 최종 승인을 받으면 프로젝트가 오픈된다. 펀딩에 참여하고 싶은 서포터는 마음에 드는 펀딩 프로젝트에서 리워드 옵션과 수량을 확인하고 펀딩 버튼을 누르면 결제 예약이 완료된다. 프로젝트가 종료된 후 목표금액이 달성되면 결제 예약했던 카드로 결제가 이뤄진다.

들어설 문턱이 낮아진 만큼 펀딩에 대한 꾸준한 모니터링과 올바른 이해 및 인식도 중요해지고 있다. ‘펀딩을 하는 목적’은 대부분 새롭게 기획·개발한 시제품을 본격 생산하는 것에 있다. 완제품이 스토리와 다른 문제점, 완제품의 일부 불완전한 점들에 대한 리스크를 관리할 필요가 있다. 와디즈는 이러한 문제를 최소화하기 위한 서포터 보호 장치로 RPA 시스템을 통해 펀딩 페이지에 대한 모니터링을 실시간으로 진행하고, 서포터의 다양한 반응을 확인하면서 이슈가 예상되는 프로젝트를 빠르게 추출해 조치하고 있다. 이를 통해 2021년 한 해에 신고된 프로젝트 수가 전년 대비 90% 감소하는 성과를 보이기도 했다.

또한 플랫폼의 책임중개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서포터의 인식이다. 이미 유통되고 있는 기성상품을 고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아이디어가 더해진 실제 제품이 세상에 나올 수 있도록 메이커의 도전을 응원한다’는 펀딩의 취지를 기억해야 한다. 타인의 지식재산권을 침해하거나 스토리와 다른 내용은 없는지, 프로젝트 이력이나 피드백 등을 고려해 믿을 만한 메이커인지 꼼꼼하게 따져보는 것이 중요하다. 와디즈는 서포터들의 판단과 결정을 돕기 위해 메이커의 평판, 소통, 인기 등 메이커 신뢰도를 프로젝트에 표기하고 있다.

안전성을 위해 규모 있는 기업만을 선택한다면 사회에 새로운 변화가 생기기는 어렵다. 자금난을 겪는 스타트업부터 일상의 작은 아이디어를 실현하고자 하는 개개인까지 누구나 도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지지의 장을 열어주는 것이 크라우드펀딩이다. 플랫폼·메이커·서포터 모두가 펀딩 산업의 가치를 이해하고 올바르게 활용한다면, 새로운 도전에 공감하고 지지하는 가치소비 문화 정착과 함께 우리 삶의 기회와 다양성을 확대하는 건강한 창업 생태계가 형성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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