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당선인 옥죄는 부동산 정책…과감한 규제 완화가 어려운 이유
  • 이종우 이코노미스트(전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2.04.20 07:30
  • 호수 16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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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 취임 후 부동산 정책 개편 예상

새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둘로 나뉜다. 하나는 현 정부의 과다한 규제를 완화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공급 확대를 통해 가격을 안정시키는 걸 내용으로 하고 있다. 규제 완화 중 가장 빨리 시행될 정책은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 유예다. 법을 고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취임 다음 날 곧바로 시행할 수도 있다. 현 정부도 똑같은 정책을 내놨지만 효과를 보지 못했다. 그 결과 2017년 212만 명이던 다주택자가 재작년에 232만 명으로 늘어났는데, 이번 유예 기간엔 상당한 매도가 나올 걸로 보인다. 부동산 가격 전망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가 커 중과세를 유예해 줘도 매물이 나오지 않았지만 지금은 상승 기대가 꺾인 상태여서 반응이 다를 수밖에 없다.

ⓒ시사저널 박은숙
4월12일 서울 마포구의 한 아파트 상가에 부동산 중개사무소 출입문이 줄지어 열려 있다.ⓒ시사저널 박은숙

규제 완화와 공급 확대가 핵심

부동산 세제에 대해서는 종합적인 재검토가 이뤄질 전망이다. 현 정부는 우리나라의 부동산 보유 실효세율이 0.16%로 미국(0.99%), 영국(0.77%) 등에 비해 낮은 걸 세금 인상의 근거로 삼아왔다. 반면 새 정부는 보유세 부과의 근거가 되는 부동산 총액을 산정하는 기준이 나라마다 달라 우리나라 실효세율이 꼭 낮은 건 아니라고 본다. 이런 생각의 차이가 세금을 보는 관점의 차이를 만들었는데, 새 정부는 부동산 보유세를 가격을 잡는 도구로 사용하지 않고, 조세 원칙에 맞게 보유세 수준과 변동 폭을 조정하겠다고 얘기했다.

전세 제도와 관련해서는 임대차 3법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시장에서는 신규 계약 때 임대료가 과도하게 오를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전셋값 상승이 집값 상승의 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감안해 새 정부는 임대차 3법을 폐지하고 대신에 민간 임대 등록과 민간 임대주택 활성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공급 확대는 재건축 활성화가 대표적이다.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는 재건축사업 기간에 오른 집값 중 상당 부분을 환수하는 제도다. 2006년 처음 도입된 후 부동산 경기에 따라 시행과 유보가 반복됐는데, 현재 전국적으로 63개 단지, 3만3800가구가 초과이익환수 대상에 들어가 있다. 새 정부는 재건축 활성화를 위해 부담금을 낮추는 형태로 이익환수제를 손볼 계획이다. 현행 3000만원 이하인 면제 기준을 상향 조정하고, 3000만원 초과분에 대해 10%부터 50%까지 부과율을 세분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새 정부의 계획대로 부동산 정책이 파격적으로 바뀔 수 있을까. 새 정부는 현재 부동산 정책과 관련해 두 개의 상반된 요구를 받고 있다. 한쪽에서는 현 정부가 만들어놓은 각종 규제를 완화해 집값을 올려주기를 바라고 있고, 다른 쪽으로부터는 정책을 통해 집값을 낮춰줄 것을 요구받고 있다. 동시에 들어줄 수 없는 요구들이어서 효율적인 정책을 펴기 힘든 상태다.

이런 제약 요인을 감안하면 중과세 유예를 제외한 많은 정책이 시행이 늦춰지거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에서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다. 종합부동산세도 마찬가지다. 세율을 크게 인하할 경우 부자 감세 논란이 벌어지고, 재정 적자 상태에서 부동산 관련 세금을 깎아주는 게 맞느냐는 비난에 휩싸일 수 있다.

MB 정부 때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MB 정부는 주택 가격 급등에 따른 민심 이반을 기반으로 집권했고, 취임 6개월 후에 첫 번째 규제 완화 조치를 내놨다.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높이고, 지방 미분양 주택에 대해 취득세를 경감해 주는 내용이었다. 원성이 높았던 종부세 부과 대상을 6억원 이상에서 9억원 이상으로 올리고, 세율을 1~3%에서 0.5~1%로 낮추는 개편안도 이즈음 발표됐다. 그러나 나머지 규제는 계속 남아 집권 4년 차에 강남을 투기제한구역에서 해제할 정도였다. 부자 감세 등 규제 완화에 대한 거부감이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부동산 가격 상승에 대한 두려움도 정책 변화를 늦추는 역할을 했다. 규제를 완화했다가 집값이 오르면 이전 정부보다 더 큰 비난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과감한 완화 정책을 펴지 못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대권주자였던 당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021년 8월29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부동산 정책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연합뉴스

완화 정책 펴도 집값 오르긴 힘들어

새 정부는 MB 정부보다 정책을 펼 수 있는 환경이 더 좋지 않다. 집값이 고점 부근에 있어 언제든지 다시 오를 수 있고, 여당이 국회에서 소수여서 독자적인 입법도 불가능하다. 이런 여건을 감안할 때 과감한 규제 완화가 쉽지 않을 걸로 전망된다.

이런 상황을 감안할 때 앞으로 부동산 시장은 어떻게 될까. 집값은 다섯 개 변수에 의해 결정된다. 첫 번째는 경기다. 경기가 좋을 때 집값이 올라간다. 최근 국내외 장·단기 금리가 역전되고, 선행지표들이 하락하는 등 경기가 둔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부동산에 불리한 상황이다. 금리도 사정이 좋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10년 만기 국채수익률이 3.3%까지 상승했다. 이자 부담 때문에 빚을 내서 주택을 구입하는 걸 엄두도 내기 힘든 상황이 된 것이다. 코로나19 발생 직후 낮은 금리와 유동성 공급이 부동산 가격 급등을 가져왔음을 감안하면 금리 상승이 부동산 가격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짐작할 수 있다. 소득은 정체 상태다. 인플레이션을 감안하면 실질소득이 오히려 줄어들고 있어 부동산 구입 여력이 약해지고 있다. 부동산 가격을 결정하는 여러 경제지표가 좋지 않은 쪽으로 움직이고 있어 완화 정책을 편다 해도 큰 힘이 되지 못할 것이다.

싸면 문제가 없을 텐데 지금 아파트를 포함한 국내 부동산은 많은 사람이 매수를 꺼릴 정도로 높은 상태다. 작년 4분기부터 수도권 주택 가격 상승이 주춤해졌다. 지난 2월에는 몇 년 만에 처음 가격이 떨어지기도 했다. 시장에서는 세금 부담 확대, 금리 인상, 대출 규제 때문에 집값이 조용해졌다고 얘기하지만 더 큰 역할을 한 건 가격이다. 주택 가격이 문제가 된 2018년 이후 유사한 정책이 수없이 나왔어도 집값을 잡지 못했는데 이번에는 효과를 발휘한 건 사람들이 높은 집값에 부담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새 정부가 부동산 규제 완화 정책을 펴더라도 가격이 크게 움직이지 않을 것이다. 상승하기 보다는 시간이 지나면 가격이 떨어질 가능성이 더 높다. 가격이 정책에 우선한다는 사실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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