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2000만원 매출 올려도 적자 가게 ‘수두룩’
  • 김상훈 창업통TV 대표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2.04.19 07:30
  • 호수 16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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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앱 수수료 인상에 따른 손익계산서 산정해 보니…
배달음식에 대한 소비자 불만도 높아져

코로나19 시대 배달음식점은 여전히 성업 중일까. 우리나라 전체 음식점 수는 70만 곳에 달한다. 코로나 기간 동안 국내 음식점의 대략 90% 정도는 배달 메뉴를 출시했다. 매출 100%를 배달에 의존하는 이른바 공유주방 같은 배달전문 식당들도 급격히 늘어났다. 통계청 데이터에 따르면 우리나라 음식배달 시장 규모는 2019년 기준 9조7354억원에서 2년 후인 2021년 말 기준 25조6847억원으로 급증했다.

한편으로 코로나 3년 동안 푸드트럭 창업자들에겐 암흑의 시간이었다. 여의도 밤도깨비시장 같은 푸드트럭 상권 자체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이들 중 상당수는 배달음식점으로 갈아탔다. 배달전문 음식점은 창업자금이 적게는 1000만원에서 많게는 5000만원 내외로 생계형 창업자가 대다수다. 배달음식점 사장들은 우리나라 생계형 창업자의 대명사다. 이러한 생계형 배달음식점 창업자들을 기반으로 플랫폼 기업들의 매출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물론 배달앱 업체들도 매출은 늘어났지만, 영업이익은 적자라고 아우성이다. 관건은 배달음식점 창업자들의 수익성이다. 배달 중개 수수료 인상률을 감안해 배달음식점 창업자의 손익계산서를 꼼꼼하게 따져봤다.

ⓒ연합뉴스
3월25일 서울 강남구 교보타워 사거리에서 열린 산재 사망 배달노동자 조병철씨 추모 노제에서 배달노동자들이 운구차를 따라 추모 행진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배달음식만 판매해서는 한계

국내 배달앱 선발업체는 독일 기업 딜리버리히어로 자본의 ‘배민’과 ‘요기요’, 또 다른 공룡기업인 ‘쿠팡이츠’다. 이들 업체는 3월22일 전격적으로 배달 중개 수수료 인상을 단행했다. 기존 중개 수수료는 배달 1건당 1000원이었다. 하지만 이제부터 단건 배달의 경우 판매금액 대비 배민 6.8%, 쿠팡이츠 9.8%의 중개 수수료를 배달음식점에서 징수하겠다는 것이다. 인상된 배달 중개 수수료를 기반으로 월 2000만원 정도 매출을 올리는 치킨점의 손익계산서를 산정해 봤다.

배민앱을 이용해 2000만원의 매출을 올리는 치킨점의 ‘배민’ 중개 수수료는 월 136만원 정도다. 배달 오토바이 비용을 건당 4000원만 계산해도 한 달 기준 364만원이다. 0.5%인 카드 수수료 15만원, 5%인 포장비용 100만원이다. 고정비용인 매출액 대비 40%인 식재료 원가 800만원, 점포 임대료 100만원, 15%인 인건비 300만원, 7%인 세금 및 기타비용 140만원을 제외한 배달식당 주인의 한 달 순이익은 45만원에 불과하다. 인상된 쿠팡이츠 중개 수수료 9.8%를 적용하면 더 심각하다. 매출액 2000만원을 쿠팡이츠를 통해 올렸다면 한 달 중개 수수료 196만원을 쿠팡이츠에 지불해야 한다. 결국 모든 고정비용과 부대비용을 제외한 배달음식점 사장의 한 달 순이익은 남는 게 아니라 11만원 적자다. 심각하다.

물론 배민과 쿠팡이츠의 단건 배달로 100% 매출을 올린다고 강정했을 때의 손익계산이다. 결국 배달음식 메뉴만 판매해서는 음식점 사장 입장에서 거의 남는 게 없다는 얘기다. 홀 매출을 최소한 50% 이상 가져가면서 배달 메뉴를 곁가지로 운영하는 음식점은 그나마 나을 수 있다. 궁극적으로 배달 중개 수수료 인상으로 인해 전문 배달음식점들의 수익성 악화는 당연한 귀결이다. 폐업이 늘 수밖에 없다고 본다. 배달음식점 경영자 입장에서는 새로운 배달 체계를 중심으로 꼼꼼하게 손익계산을 따져보고 배달식당을 운영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하지만 배달음식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점은 따로 있다. 소비자들의 배달음식 불만지수가 갈수로 높아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나라 배달앱 이용자 수는 배민 2069만 명, 요기요 887만 명, 쿠팡이츠 628만 명에 달한다. 비대면 소비가 보편화되면서 어쩔 수 없이 배달음식을 주문하는 소비자가 많았다. 하지만 최근 소비자 불만이 커지고 있다. 특히 배달 라이더 인건비가 올라가면서 덩달아 소비자 부담도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빅데이터 서비스 업체인 ‘썸트렌드’에 따르면 최근 3개월 동안 ‘배달음식’에 대한 소비자의 부정적인 의견이 현저히 많아지고 있다. 긍·부정 의견 순위를 보면 1위 ‘부담’이라고 응답한 소비자가 무려 4061건에 달한다. 2위 ‘먹고싶다’ 1491건, 3위 ‘맛있다’ 1367건, 4위 ‘스트레스’ 1215건 등이 뒤를 이었다. 그 외 부정적 의견으로는 ‘귀찮다’ ‘고민’ ‘범죄’ ‘질리다’ 등 소비자의 볼멘소리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누구를 위한 배달음식인가?

창업시장에서 소비자의 불만지수가 높아진다는 것은 매우 위험한 징후로 읽힌다. 불만지수가 높아지다 보면 거래 중단으로 이어질 수 있고, 배달 매출 하락세로 이어지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기 때문이다. 최근 배달 외식업 시장에서 배달비 부담과 배달음식 가격 인상 등으로 소비자의 불만이 점차 커지고 있는 게 사실이다. 배달앱을 지웠다는 소비자도 느는 추세다. 배달이 아닌 매장을 방문해 음식을 소비하자는 현장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상권마다 소위 ‘맛집’으로 인정받는 음식점들은 코로나 기간 중에도 배달판매는 하지 않고, 포장판매 매출 증대에 신경 쓰는 곳이 많았다. 특히 소비자의 불만이 높아지는 또 다른 이유는 배달음식의 비싼 가격도 문제지만, 배달로 인해 음식의 품질이 떨어진다는 의견도 많아지고 있다.

배달 플랫폼 업체들도 어렵긴 매한가지다. 전체적인 매출은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적자이기 때문에 배달 중개 수수료를 인상할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한다. 배달음식점 사장들은 인상된 현 수수료 체계로는 음식을 판매해도 거의 남지 않는다고 말한다. 때문에 100% 배달에 의존하는 음식점은 살아남기 어렵다고 판단된다. 더 심각한 문제는 배달시장의 생명줄을 담보하고 있는 소비자의 불만지수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여차하면 배달음식 소비를 중단할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배달음식 시장의 최대 수혜자는 배달 라이더 운영업체와 배달 오토바이 기사들 뿐일까? 이해 당사자 간 현명한 조정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판단된다. 자칫 배달음식 시장 전체의 자멸을 가져올 위험성도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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