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때녀》, 스타 탄생과 구설은 계속됐다
  • 하재근 문화 평론가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2.04.20 16:00
  • 호수 16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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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자 신뢰 회복과 선수 보강이 과제로 남아

SBS 《골 때리는 그녀들》(이하 《골때녀》) 시즌2 리그전이 마무리됐다. 시즌1 때는 폭발적인 화제와 함께 스타 탄생이 줄을 이었다. 그 여세를 몰아 시즌2가 시작됐는데 조작방송 논란이 터졌다. 제작진이 하차하고 방송이 중단되는 등 홍역을 치렀지만 방송사 입장에선 모처럼 터진 히트 시리즈를 끝내기 힘들었다. 결국 새로운 제작진을 투입해 방송을 이어갔는데 시즌1에 비해선 시청자의 관심이 조금 식은 편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기본 이상의 성공은 거뒀고 스타   이어졌다. 시청자들은 벌써부터 시즌2 스타들의 다음 시즌 활약을 기대하고 있다. 시즌2 최대의 스타 팀이 현재 탈락한 상황이기 때문에, 그들이 다시 나올 다음 시즌을 벌써 기다리는 것이다. 이대로라면 시즌3는 시즌2의 인기를 뛰어넘을 가능성도 있다. 

SBS 《골 때리는 그녀들》 방송 화면ⓒSBS 캡쳐

송소희·황소윤·주명·윤태진·노윤주·김보경 등 ‘두각’

탈락한 이번 시즌 최대의 스타는 바로 FC원더우먼의 송소희다. 국악소녀로 어렸을 때부터 많은 사랑을 받았기 때문에, 국민여동생 같은 느낌이어서 격한 운동경기와는 거리가 멀게 느껴졌다. 그런 송소희가 처음 경기에 나섰을 때 시청자들은 경악했다. 그녀가 축구를 했기 때문이다. 

다른 연예인 선수들은 기본도 안 된 상태에서 그저 공만 보고 달려드는 식으로 공놀이를 하는 느낌이었는데 송소희는 정확하게 패스하고 뒷공간으로 침투하는 공격수의 모습이었다. 손흥민과 같은 킬러 본능이 엿보인 순간이다. 여자 연예인 축구경기에 나타난 진짜 축구 같은 플레이에 사람들은 열광했다. 송소희는 킥도 정확해 골문 앞 혼전 중에 우당탕탕 들어가는 골이 아닌 정확한 슛에 의해 골을 만들어냈다. 그야말로 군계일학이었다. 이 때문에 송소희가 나오는 경기만을 오매불망 기다리는 팬들이 생겨났다. 

하지만 송소희에겐 작은 체구와 약한 체력이라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아무리 발재간이 좋아도 몸싸움에서 밀리면 경쟁력을 발휘하기 어렵다. 그래서인지 처음 등장했을 땐 곧바로 리그를 지배할 것 같았지만 의외로 초반에 고전했다. 하지만 마지막 경기 때 해트트릭을 달성하면서 일약 득점왕에 올랐다. 그런데 팀이 탈락했기 때문에 앞으로 이어질 슈퍼리그에서는 송소희를 볼 수 없게 된 것이다. 이래서 많은 사람이 송소희가 다시 등장할 시즌3를 기다리게 됐다. 

송소희의 팀인 원더우먼의 성장도 관심 포인트다. 강력한 선수 둘을 보유했어도 체력적 열세 때문에 고전했지만 주명이 가세한 후 경기력이 살아나기 시작했다. 크게 이름을 알리지 못했던 주명도 이번 《골때녀》를 통해 일약 유명 연예인으로 등극했다. 주명의 활약 이후 한때 소속사 홈페이지가 다운되기까지 했다. 마지막 경기 때 오버헤드킥을 선보여 보는 이들을 충격에 빠뜨렸다. 여초 커뮤니티에서 열광했다. 황소윤도 송소희와 원투펀치 공격 편대를 이뤄 뜨거운 호응을 받았다. 이러니 팀워크가 더욱 좋아질 원더우먼의 다음 시즌이 궁금해진다. 

FC아나콘다의 윤태진과 노윤주도 이번 시즌 스타 탄생의 주인공이다. 이 팀은 아나운서 팀이어서 체격 조건의 우위로 큰 기대를 모았지만 의외로 경기력이 올라오지 않았다. 그런 상황 속에서 윤태진이 처음엔 화장하고 예쁜 얼굴로 나온다는 지적도 받았지만 곧이어 악바리 같은 경기 모습으로 모든 비판을 찬사로 바꿔버렸다. 노윤주도 발군의 운동신경으로 팀의 살림꾼 역할을 했다. 아나콘다가 과연 다음 시즌에 체격의 이점을 살린 강팀으로 거듭날 것인지가 관심 포인트다. FC탑걸은 가수 팀인데 연령대가 비교적 높아 시청자들을 안타깝게 했다. 나중에 합류한 김보경이 주목을 받았는데, 과연 다음 시즌에 선수 보강이 이뤄질 것인지가 관심 포인트다. 

지난 시즌 약체였던 FC액셔니스타, FC개벤져스, FC구척장신 등의 성장도 이번 시즌 눈에 띄는 점이었다. 이렇게 약체들이 한 시즌 만에 비약적인 성장으로 시청자에게 새로운 감동을 줬기 때문에, 시즌2 신규 팀들이 시즌3에 어떤 모습을 보일 것인지에 벌써부터 기대가 모아지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이번 시즌2는 시즌3를 위한 서막 같은 느낌이다. 시즌3가 더욱 기다려지는 이유다. 

이번 시즌2에선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조작방송 논란이 크게 일어났는데, 그것 이외의 논란들도 있었다. 일단 채리나의 말이 파문을 일으켰다. 채리나는 《골때녀》 제작진이 ‘축구공을 만지지도 말고’ 그냥 오라고 했다고 했다. 예능계 관행에 비춰봤을 때 충분히 개연성 있는 이야기다. 예능의 기본적인 작법이 성장 이야기다. 아주 미숙하고 엉망진창인 상태에서 피나는 노력을 통해 극적으로 성장하는 이야기를 그려내는 것이다. 그러려면 처음에 못해야 한다. 그래서 《골때녀》 제작진이 연예인들에게 미리 연습하지 말고 그냥 오라고 했다는 말에 신빙성이 느껴진다. 그런 식으로 했으니 처음 경기 때 연예인들이 우당탕탕 말도 안 되는 플레이를 선보였을 것이다. 

SBS 《골 때리는 그녀들》 방송 화면ⓒSBS 캡쳐

시즌3에서 보완해야 하는 것들  

그런데 그 속에서 원더우먼의 송소희와 황소윤이 축구 같은 축구를 하자 군계일학으로 빛났다. 이 둘은 동호회 축구 경험이 있었다. 이렇다 보니 제작진이 성장 스토리와 더불어 스타 만들기 전략을 동시에 추진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다른 팀들은 못하는 팀으로 깔아주면서 성장시키고, 운동신경이 좋거나 축구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원더우먼으로 몰아 스타로 부각시키려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다. 나중에 역시 또 운동신경이 좋은 주명이 원더걸스에 추가돼 의혹이 더 커졌다. 그래서 인터넷에선 주명이 ‘선출’(선수 출신)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제작진이 원더걸스가 생각보다 부진하자 아예 진짜 선수 출신을 보강해 줬다는 것이다. 

주명은 초등학교 때 축구부 활동 경험이 있다는 정도이기 때문에 선출이라고 하기엔 애매하고, 사실 다른 팀들에도 운동부 출신은 있다. 그래서 선출 주명으로 불공정하게 원더우먼을 밀어줬다는 의혹은 과도한 측면이 있어 보인다. 다만 다른 팀들은 가수, 배우 등 팀의 정체성이 분명한데 원더우먼만 불분명하다 보니 뒷말이 계속 이어졌다. 

이 와중에 조작방송으로 하차한 제작진이 하필 《골때녀》 스핀오프 예능으로 돌아온다는 보도가 나와, 방송사 측에서 여전히 진정성의 가치에 무신경한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을 샀다. 앞으로 이어질 슈퍼리그와 시즌3에선 이런 부분도 감안해 더욱 시청자 신뢰를 얻어야 할 것이다. 선수도 보강해야 한다. 팀 간 경기력의 균형을 맞춰야 하고, 선수 숫자가 너무 적어 아픈데도 교체하지 못하고 뛰어야 하는 문제가 있다. 너무 과도하게 몸을 던지다 보니 부상 위험이 상존하는 것도 문제다. 이런 부분들도 보완되면 더욱 사랑받는 프로그램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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