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축의 ‘무풍지대’ 유럽·중국 주식 주목하라
  • 이종우 이코노미스트(전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2.04.26 11:00
  • 호수 16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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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상승 리스크 피하는 쪽으로 투자해야
금융주와 채권 투자 매력도 상승

금리 상승이 피할 수 없는 대세가 됐다. 올 하반기에 인플레가 누그러지면 상승 압력이 조금 약해지긴 하겠지만, 그래도 작년 수준의 금리로 돌아가지는 않을 것이다. 40년간 이어져온 미국의 금리 하락이 끝났기 때문이다. 문제는 금리 수준이다. 어느 정도 오른 후에 안정을 찾을 것인가가 관건인데, 과거 사례가 참고가 될 듯하다.

지난 100년 사이 미국 금리는 세 번의 방향 전환이 있었다. 첫 번째는 1920년대로 5%까지 올랐던 국채 금리가 13년간 고점 부근에서 횡보하다 하락했다. 두 번째는 1940년대다. 2.3%까지 하락한 금리가 상승 전환하는 데 10년 걸렸다. 그사이 미국 금리는 좁은 폭 내에 머물면서 바닥을 다졌다. 1980년대는 금리가 정점을 기록한 후 빠르게 떨어졌다. 당시 금리 상승은 연준이 기준금리를 20%까지 끌어올렸기 때문이어서 정책 전환 이후 금리가 급격히 떨어질 수 있었다. 이번엔 1980년대처럼 될 가능성이 있다. 금융위기와 코로나19를 겪는 과정에서 각국 중앙은행이 금리를 과다하게 낮췄기 때문이다.

ⓒEPA·AP 연합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3월10일(현지시간) 독일 프랑크푸르트 ECB 본부에서 기준금리 0% 동결 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왼쪽 사진) 중국 정부가 최근 부진한 경제지표를 만회하기 위한 경기 부양책을 발표하면서 주목받고 있다. 사진은 홍공증권거래소 전광판.ⓒEPA·AP 연합

1980년대 미국 상황 되풀이 가능성

금리 상승이 예상되는 만큼 투자는 그 영향을 피하는 쪽으로 진행해야 한다. 우선 유럽 주식시장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올 들어 유로존을 대표하는 지수인 유로스톡스(Eurostoxx)50이 10.6% 하락했다. 그사이 미국 나스닥지수는 15.6% 떨어졌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유럽에서 발생해 그 영향을 가장 많이 받았음에도 상대적으로 하락 폭이 작았던 것이다. 미국 주식시장보다 긴축의 영향을 덜 받은 결과다.

앞으로 전망도 나쁘지 않다. 유럽 경제가 여전히 부진하고, 시장금리가 0%대에 머물고 있어 유럽은행이 금리를 올리기 힘들다. 유동성 공급이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유동성을 줄일 수도 없다. 유럽이 긴축의 무풍지대가 된 건데, 유럽의 경기 회복 속도가 미국에 비해 느려 하반기에 세계경제가 둔화되더라도 악영향을 덜 받을 거란 점까지 고려하면 유럽 시장의 매력도가 더 높아진다.

중국도 관심을 가져야 할 지역이다. 최근 중국의 경제지표가 부진해 정책 당국이 부양책을 내놓았다. 올해 중국 경제는 5%대 초중반의 성장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 전망이 현실화할 경우 2022년은 천안문 사태와 코로나19로 낮은 성장을 기록했던 1990년과 2020년을 제외하고, 일상적인 상황에서 성장이 6%가 안 되는 첫해가 될 것이다. 코로나19로 상하이가 봉쇄되기 이전에 이미 5%대 성장이 예고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중국 정부가 경기 부양에 더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주가는 부담이 되지 않을 만큼 낮다. 코로나19 발생 후 상하이종합지수 최저점이 2660이었다. 지금 3200 정도니까 2년 사이에 20% 정도 오른 셈이다. 같은 기간 미국 주식시장이 1.3배 올랐고, 주요국 주식시장 역시 배 이상 상승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중국 시장이 얼마나 낮은지 알 수 있다.

종목별로는 금리 상승의 영향을 피할 수 있는 금융주가 좋다. 올해 초 금리 상승으로 코스피가 하락하고, 주요 제조기업의 주가가 떨어지는 와중에 은행주는 반대로 상승했다. 금리 상승으로 은행의 예대마진이 늘어나 이익이 증가할 것이란 기대가 반영된 결과다. 시장에서는 올해 국내 은행의 대출금리에서 예금금리를 뺀 순이자마진이 2%를 넘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작년보다 0.2%포인트 이상 높아진 수치다. 작년과 올해 4번의 금리 인상을 반영한 결과인데, 앞으로 추가 금리 인상이 있을 경우 순이자마진 확대 폭이 더 커지게 된다. 은행 이익 중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이자수익이 늘어나기 때문에 주가가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국채 10년물 금리 3.3%까지 치솟아

과거 은행주 주가는 금리 인하 사이클이 끝나고 금리 인상이 시작되는 초기에 가장 많이 올랐다. 작년 하반기부터 한국은행이 금리 인상을 시작했으니까 금리 상승의 1차 영향이 주가에 어느 정도 반영됐다고 봐야 한다. 이를 반영해 은행주 주가도 2월 중순 고점에서 10% 가까이 내려왔다.

앞으로 금리가 더 상승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현재 국채 3년물 금리가 3% 부근에 머물고 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1.5%로 올린 후 시장금리가 소폭 하락한 결과인데, 앞으로 금리 인상이 계속되면 채권 금리가 더 올라갈 수 있다. 관건은 미국 연준이다. 시장 예상대로 상반기에 금리를 1%포인트 인상하고, 하반기에 네 번 더 인상할 경우 한국은행의 부담이 줄어든다. 우리도 금리를 더 올릴 수 있어 은행주 입장에서 나쁘지 않은 그림이 만들어질 것이다.

채권도 좋은 투자 대상이다. 국채 10년물 금리가 3.3%까지 올랐다. 1년 전에 1.7%였고, 2년 전에 1.3% 정도였던 걸 감안하면 이제 이자수익도 고려해볼 만한 투자 대상이 된 것이다. 국채금리 상승으로 은행 등 금융기관이 발행한 후순위 채권과 신종자본증권은 금리가 4%대 후반이나 5%대가 됐다. 올해 은행의 수익성이 좋아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금융기관 채권이 안정적으로 분기에 1% 넘는 이자를 받을 수 있는 수단이 된 것이다.

일반인들이 채권투자를 꺼리는 이유가 몇 가지 있다. 먼저 채권투자가 어렵다고 생각한다. 투자해 보지 않았기 때문에 가지는 막연한 두려움인데 채권이 주식보다 투자하기 쉽다. 주식은 해당 기업이 올해 수익을 얼마나 낼지 예측해야 하지만 채권은 부도가 날지 안 날지만 판단하면 된다. 이마저 힘들면 국공채나 은행 등이 발행한 채권을 매수하면 된다.

채권투자를 하기 위해서는 많은 돈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도 투자를 꺼리게 하는 요인이다. 대다수 채권의 액면이 1만원이고 가격이 액면을 중심으로 형성돼 있으므로 1만원만 있으면 투자할 수 있다.

금리가 오르는 시기에 채권이 적당한 투자 대상인지에 대한 의문이 있을 수 있다. 금리가 오른다는 건 채권 가격이 떨어진다는 의미가 되는데, 금리 상승기에 채권을 샀다가 잘못되면 채권 가격 하락에 따른 손실이 더 커져 낭패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금리가 고점을 지난 후에 투자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지만, 만기 때까지 채권을 보유할 계획이라면 지금 투자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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