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련한 추억에 감성 한 스푼을 더하다 [김정희의 아하! 마케팅]
  • 김정희 마케팅 컨설턴트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2.04.24 10:00
  • 호수 16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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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월드·포켓몬빵·진로이즈백 등 인기 비결은 ‘레트로 마케팅’
레트로 넘어 ‘뉴트로’로 고객 ‘무장해제’

국내 소셜 미디어의 시조 격이라 할 수 있는 ‘싸이월드’가 16년 만에 돌아왔다.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찾아 로그인을 하면 마음이 몽글몽글해지는 인사말이 나타난다. ‘다시 만나서 반가워. 오랜만이야? 잘 지냈지?’ ‘기억나니? 너와 나의 싸이월드, 그리운 일촌과 우리의 옛 추억들….’ ‘그때 그 모습 그대로, 미니홈피, BGM, 파도타기, 도토리… 생각나니?’ 한 문장 한 문장에서 그간의 그리움이 물씬 묻어난다. 대답을 안 할 수가 없다. ‘그래 그래, 다시 만나서 너무 반가워.’ ‘그럼 그럼, 기억나지!’

ⓒ시사저널 최준필
포켓몬빵 열풍이 계속되는 가운데2022년 4월21일 서울 의 한 편의점에 관련 안내문이 붙어 있다.ⓒ시사저널 최준필

방울방울 떠오른 싸이월드의 추억

1999년 출시 이후 많은 사람이 이용했던 싸이월드는 2010년 이후 부침을 겪다 지난 4월2일 모바일 버전을 정식 출시하며 다시 사용자 곁으로 돌아왔다. 과거 ‘싸이데이’라 불리던 날이었다. 출시 5일 만에 200만 명이 넘는 회원이 로그인하며 휴면 해제를 했다. 사용자 대다수는 “판도라의 상자가 열렸다”거나 “흑역사가 봉인 해제됐다”면서도 그 시절 미니홈피와 사진첩을 되찾은 것을 즐거워하며 각종 소셜 미디어에 인증샷을 줄줄이 올리고 있다.

사용자들은 미니홈피와 미니미, 도토리에 대한 추억을 떠올리며 공유한다. 그 당시 맺었던 일촌들이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궁금해하기도 하고, 다시 일촌들이 잠에서 깨어나주길 기다리기도 하고, 또 새로운 일촌 맺기를 고대하고 있는 듯한 모습이다. 아직 모든 기능이 다 복구된 것은 아니지만, 기능 하나하나가 복구될 때마다 싸이월드 관련 주가도 함께 움직이는 모양새다. 추억은 방울방울 떠올라 마음을 몽글몽글하게 하는 것도 모자라 경제에도 영향을 미친다.

16년 만에 돌아온 추억의 띠부띠부씰(스티커) ‘포켓몬빵’은 추억 소환을 넘어 광풍 수준이다. 지난 2월 SPC삼립이 포켓몬빵을 재출시하자마자 전국 편의점에서 매진 사례가 잇따랐다. 빵에 포함된 159종의 스티커 수집 열기가 구매 욕구를 자극하고 있다는 평이다. 스티커를 모으기 위해 1500원짜리 빵을 산다는 얘기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형국이지만 품귀현상에 고객들은 밤샘도 불사하며 온갖 구매 전략을 펼치고 있다.

소셜 미디어상에는 각종 구입 성공 후기나 활약상이 넘쳐나고 있다. 초등학교 시절 포켓몬빵을 사먹고 스티커를 모았던 2030세대의 이목을 끈 것은 물론이고, 현재 초등학생들과 다른 세대에서도 인기몰이 중이다. 추억 소환의 기쁨, 159종의 스티커 완성본을 향한 도전과 경쟁의 재미, 더 나아가 중고장터에서 재판매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SPC삼립은 포켓몬빵 재출시로 매출과 더불어 주가가 상승했으며, 일부 기업에서는 고객 유치를 위해 포켓몬빵을 프로모션에 활용하고 있다.

기억을 끄집어내고 과거에 대한 향수를 자극하는 레트로(retro), 즉 복고 마케팅은 오래되고 친숙한 개념이지만 진정성을 가지고 제대로 느끼게 할 수 있게 해야 강력한 효과를 발휘한다. 추억은 강한 감정적 반응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요소로 사람들의 심리에 영향을 미치고, 긍정적인 감정은 구매 욕구로 이어질 수 있다. 어린 시절 즐겨 보던 만화책, 게임, 유행했던 음악, 친구들과 함께 놀았던 놀이, 과거에 입고 먹고 생활했던 것들에 대한 좋은 감정은 사람들을 움직인다.

좋은 감정이 되살아나면 사람들은 그때를 그리워하고, 그 순간을 함께 추억할 수 있는 사람들을 찾아 서로 대화하고 공유한다. 레트로 마케팅은 경험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과거에 대한 향수를 느낄 기회다. 날마다 새로운 기술과 제품이 쏟아지고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불확실하고 불안한 세상에서 과거에 좋았던 기억은 더 단순 명료하고 안정적인 느낌을 줄 수 있다. 이런 느낌을 강하게 주는 브랜드일수록 좋은 추억을 재현해 보고 싶은 사람들의 구매 욕구를 촉진시킬 수 있다.

기업은 단순히 추억 소환에 그치는 레트로 마케팅이 아니라 경험이 없는 세대에게도 과거를 경험해 보고 즐길 수 있는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도록 뉴트로(newtro) 마케팅 전략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그리운 과거를 되살리고 유행을 재창출하는 일이 만만치는 않다. 현재에 반응을 일으킬 수 있는 과거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소환해야 하기에 과거의 데이터를 올바르게 읽고 현재의 고객을 올바르게 이해하는 일이 필수적이다.

과거의 모습 그대로 재현하더라도 지금의 고객 감성이나 니즈가 고려돼야 하고, 현대적 감각을 더해 재해석하고 제품과 서비스에 풀어내야 한다. 과거와 현재를 제대로 연결해야 순수하고 재미있던 경험을 다시 또는 새로 즐기고 싶은 감정과 욕구가 폭발할 것이다. 하이트진로는 2019년 레트로 열풍에 발맞춰 ‘진로이즈백’을 출시했다. 옛 감성을 되살린 두꺼비 소주병에 16.5도로 도수를 조정한 저도주로 시장을 공략하면서 꾸준한 인기와 성장률을 이어가고 있다.

레트로 소주로 유명해진 ‘진로이즈백’은 고객의 입맛이 다양해지고 저도주 소비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 제품으로 과거 두꺼비 소주를 현대적 감각으로 잘 재해석한 브랜드로 꼽힌다. 두꺼비 캐릭터가 나오는 광고, 피규어, 소주잔 등 굿즈와 ‘두껍상회’ 팝업스토어 운영, 타 브랜드와의 협업 같은 마케팅 활동으로 두꺼비 소주에 대한 향수를 가지고 있는 세대를 아우를 뿐만 아니라, 복고를 새롭게 즐기는 젊은 세대 공략에 성공하며 시장에 안정적으로 침투했다.

4월20일 싸이월드 이미지 화면ⓒ시사저널 임준선
4월20일 싸이월드 이미지 화면ⓒ시사저널 임준선

진정성 있어야 강력한 효과 발휘

레트로 마케팅을 통해 선보이는 브랜드는 과거에 인기가 있었거나 유행했던 것으로 이미 인지도가 확보돼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고객에게 이미 검증받은 신뢰성 있는 브랜드란 전제가 깔려있기 때문에 마케팅 비용 측면에서 절감 효과를 볼 수 있고, 빠른 시간 안에 고객에게 브랜드를 인지시키거나 쉽게 상기시킬 수도 있다. 또 브랜드를 경험한 세대와 경험하지 못한 세대 사이에서 소통하고 공감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줄 수 있다는 측면도 이점으로 꼽힌다.

기업은 과거의 역사나 브랜드 유산을 레트로 마케팅에 활용할 수 있다. 그러면 브랜드에 인간미가 생겨 고객은 더 친근감을 느끼게 된다. 물론 과거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다시 출시할 때만이 레트로는 아니다. 신제품에 복고 스타일을 적용해 차별화된 느낌을 줄 때도 레트로 마케팅은 작동한다. 추억에 감성 한 스푼을 더해 향수를 자극하고 감성적 차원으로 연결하거나, 현대적 기술 및 감각과 결합해 새로운 가치를 더해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면 고객은 확장될 수 있다. 그러니 이제 흘러가는 과거도 붙잡아보고 꺼진 추억도 다시 한번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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