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리스크’가 ‘취임덕’ 부를라…고민 빠진 국민의힘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2.04.19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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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철‧정호영‧한덕수 후보자 둘러싼 논란에 당 지도부도 우려
김종인 “尹 당선인 공정 강조…법 아닌 상식 잣대로 판단해야”

“인사가 만사인데 이게 꼬였으니….”

지난 1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난 국민의힘 한 초선의원은 이른바 ‘아빠 찬스’ 논란에 휩싸인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 “검증이란 게 틈새는 있기 마련이지만 상식에 부합하지 않는 몇몇 의혹들이 보인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특히 (국민의힘) 초선 의원 여론이 좋지 않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명을 철회하지 않는다면 자진 사퇴를 요구하는 의원들 명의의 ‘연판장’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국민의힘이 ‘인사 갈등’에 시름하고 있다. 정호영 후보자는 자녀 의대 편입, 병역 특혜 의혹에 휩싸였다.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를 향한 ‘김앤장 전관예우 논란’도 해소되지 않는 모양새다. 김인철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와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갖은 논란은 덤이다. 더불어민주당의 거센 공세에 여론까지 악화되자 정치권 일각에선 윤 당선인이 정권 초기부터 ‘취임덕’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9일 오후 서울 용산공원 내 개방 부지에서 재난·안전사고 피해자 및 유가족들과의 오찬에 앞서 창밖을 살피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9일 오후 서울 용산공원 내 개방 부지에서 재난·안전사고 피해자 및 유가족들과의 오찬에 앞서 창밖을 살피고 있다. ⓒ연합뉴스

김용태·하태경 “정호영, 거취 스스로 결단해야”

당초 국민의힘은 윤 당선인이 지명한 인사들을 적극 옹호해왔다. 그러나 최근 분위기가 바뀌었다. 정 후보자를 향한 의혹이 ‘제2 조국 사태’로 비화할 조짐을 보이면서다. 이에 당 지도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실제 18일 국민의힘 지도부에서 정 후보자의 사퇴를 요구하는 공개적인 메시지가 처음으로 나왔다.

김용태 최고위원은 18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 회의에서 “적극적인 불법행위를 하진 않았더라도, 자녀의 편입 과정과 정 후보자의 걸어온 길을 돌아보면 국민의 일반적 눈높이에서 바라볼 때 쉽게 납득하기 힘든 게 현실”이라며 “정 후보자는 이해충돌 의혹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김 최고위원은 또 “품격과 도덕성이 필수인 고위 공직자 후보자에게 이해충돌 논란이 벌어진 것 자체만으로도 공정을 바랐던 국민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줄 수 있고, 기억하고 싶지 않은 조국 사태를 떠올리게 할 수 있다”며 “윤석열 정부의 공정이 훼손되지 않고, 많은 국민들이 기대를 저버리지 않도록 정호영 장관 후보자께서는 거취에 대해 직접 결단해달라”고 촉구했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도 김 최고위원 주장에 힘을 실었다. 그는 18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본인은 굉장히 억울할 수도 있는데, 제 생각에는 억울하더라도 자진 사퇴하는 게 맞다”며 “이 사안을 판단할 때는 법리적 판단이 아니라 정무적 판단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하 의원은 정 후보자가 ‘정면돌파’를 택하더라도 청문회 과정에서 낙마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우리(국민의힘) 의원들도 철저하게 (검증) 하겠다, 봐주지 않겠다는 마음이 있다”고 강조했다.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 관계자들이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앞에서 김인철 교육부 장관 후보자 임명 반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 관계자들이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앞에서 김인철 교육부 장관 후보자 임명 반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인사 논란 장기화하면 尹 지지율 타격 불가피

현재 논란에 휩싸인 후보자가 비단 정 후보자뿐만은 아니다. 김인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는 학생들을 향한 ‘막말 논란’과 사외이사 겸직 ‘셀프 허가’ 논란에 휩싸였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후보자는 사외이사 경력과 관련해 이해상충 지적이 제기됐다.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는 김앤장 고문으로 재직하며 18억원이 넘는 보수를 받은 것으로 확인돼 고액 고문료 논란이 빚어졌다.

정치권 일각에선 인사 논란이 조기에 종결되지 않으면 ‘취임덕’ 우려가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윤 당선인은 이른바 ‘조국 사태’ 당시 공정과 정의를 내세운 바 있다. 이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인사를 밀어붙인다면 다가오는 지방선거에서도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김종인 국민의힘 전 총괄선대위원장은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강조하는 것이 소위 공정과 상식”이라며 “거기에 비춰본다고 한다면 과연 이 사람은 상식에 맞는 짓을 했느냐 하는 것을 전제로 해서 판단하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임명을 강행한다면) 과거 정권에서 하던 짓이나 별 차이가 없다고 보는 것”이라며 “법률적인 판단을 해서는 나중에 후회할 일만 남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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