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수완박’ 국면에 소신 발언으로 다시 부상한 ‘조금박해’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2.04.20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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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내 조응천‧박용진, ‘검수완박’ 비판에 당원 ‘문자폭탄’ 쇄도
원외 금태섭‧김해영, “수사공백 우려” “이러니 ‘내로남불’”

“경찰 견제할 장치를 거둬들이려는 시도다.” (조응천 의원)

“이러니 ‘내로남불’ 소리를 듣는 것이다.” (금태섭 전 의원)

“민주당이 제대로 반성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박용진 의원)

“사법체계 혼란과 수사 공백을 가져올 것이다.” (김해영 전 의원)

20대 국회 당시 ‘내 편’을 가감 없이 비판하며 유명세를 탄 정치인 4인방, ‘조금박해(조응천·금태섭·박용진·김해영)’가 다시금 쓴소리를 내뱉기 시작했다. 더불어민주당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처리를 강행하면서다. 민주당 전‧현직 의원인 이들이 ‘검수완박’ 반대 입장을 밝히자 민주당 당원들이 ‘폭탄 문자’를 보내는 등 집단 반발하고 있다. 정권 교체를 앞두고 ‘조금박해’가 국민의힘이 아닌 민주당을 비판하고 나선 이유는 무엇일까.

사진 왼쪽부터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 금태섭 전 의원, 박용진 민주당 의원, 김해영 전 의원 ⓒ시사저널·연합뉴스
사진 왼쪽부터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 금태섭 전 의원, 박용진 민주당 의원, 김해영 전 의원 ⓒ시사저널·연합뉴스

잠잠하던 ‘조금박해’, ‘검수완박’에 다시금 공격 모드

‘조금박해’는 20대 국회에서 민주당 배지를 달고 활동했던 조응천, 금태섭, 박용진, 김해영 4인을 일컫는 용어다. 당시 이들은 ‘조국 사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검·경 수사권 조정’ 등을 두고 당내 친문(親文) 세력과 대치했다. 이에 금 전 의원은 당규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구두·서면 경고처분을 받기도 했다. 이후 ‘조금박해’는 친문의 앙숙이자, 민주당 소장파의 상징처럼 쓰였다.

21대 국회 들어서 ‘조금박해’는 자취를 감췄다. 조 의원과 박 의원은 재선에 성공하며 원내에 진입했다. 그러나 부산 연제구에서 재선에 도전한 김 전 의원은 석패했다. 금 전 의원은 강서구 갑 경선에서 탈락한 뒤 2020년 10월 민주당을 탈당했다. 당적과 상황이 달라지면서 이들이 특정 사안에서 한 목소리를 내는 상황이 더는 연출되지 않았다.

그랬던 ‘조금박해’가 다시금 정치권 전면에 부상했다. 이들이 ‘검수완박’을 일제히 비판하고 나서면서다. 당을 나간 금 전 의원뿐 아니라 민주당의 조 의원과 박 의원, 김 전 의원까지 가세해 ‘검수완박’을 추진하는 민주당 수뇌부를 거칠게 몰아세우기 시작했다.

포문을 연 것은 금 전 의원이다. 그는 지난 1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조국 사태 이후 응징적 차원에서 수사권을 박탈하겠다고 하니 ‘내로남불’ 소리를 듣는 게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어 “민주당 정부는 자신들이 집권해서 검찰을 활용할 수 있었을 때는 최대한 이용하다가, 검찰이 말을 잘 듣지 않고 이제 정권도 내주게 되자 검찰의 수사권을 박탈하겠다고 하는데 이건 앞뒤가 안 맞는 전후모순일 뿐만 아니라 염치없는 짓”이라고 꼬집었다.

김 전 의원도 ‘검수완박’ 비판에 가세했다. 그는 지난 18일 페이스북을 통해 “국가의 형사사법체계에 대대적인 변화를 가져올 이러한 법안에 대해 충분한 논의 과정 없이 국회 의석수만으로 밀어붙이는 것은 형사법체계의 큰 혼란과 함께 수사 공백을 가져올 것”이라며 “혼란과 공백은 누가 책임질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검수완박’보다 더 중요한 사안이 많다. 수사와 기소의 분리문제는 성급하게 추진할 것이 아니라 충분한 논의가 우선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으로 활동 중인 조 의원도 자당 움직임에 제동을 걸었다. 조 의원은 18일 민주당 소속 의원들에게 친전을 보냈다. 이를 통해 “(검찰개혁 관련 법안의) 개정안 내용 일부는 위헌의 소지가 있고, 법체계상 상호모순되거나 실무상 문제점이 발생할 것이 확실한 점이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이어 “이미 비대화된, 앞으로 더 비대해질 경찰을 견제하고 국민의 인권과 재산을 보호할 장치를 굳이 거둬들이려고 시도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박 의원은 ‘검수완박’에 대한 공개 입장은 밝히지 않고 있다. 다만 지난 13일 열린 의원총회 비공개 토론에서 지방선거를 앞두고 검찰개혁을 의제로 삼으면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 의원은 민주당이 반성 없이 개혁만 앞세워서는 국민의 공감대를 얻을 수 없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 3월21일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조국 사태’에 대해 진솔하게 반성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여전히 내부 총질을 한다는 비판이 쏟아진다”며 “통렬히 반성해야 하는데 스스로 격려하고 있다”고 민주당의 현 모습을 비판했다.

 

“내부 총질 멈추라”…민주당원 표적 된 ‘조금박해’

민주당 내에서도 ‘조금박해’의 주장에 동조하는 의원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적인 인물이 박지현 공동비상대책위원회위원장이다. 박 위원장은 지난 13일 열린 의총 모두발언에서 “‘검수완박’ 법안이 통과되기도 힘들지만 통과된다고 해도 지방선거에 지고 실리를 잃지 않을까 걱정된다”며 반대파 의견의 물꼬를 틔웠다. 그러나 이후 지원 사격은 없었다. 이후 ‘조금박해’뿐 아니라 박 위원장을 향해서도 ‘내부 총질’을 비판하는 ‘문자 폭탄’이 쏟아진 것으로 전해진다.

‘조금박해’가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민주당 내에서는 여전히 비주류 의견으로 치부되는 모양새다. ‘검수완박’에 찬성하는 당원들이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지난 12일 전국 대의원들을 대상으로 온라인투표를 실시, 검찰·언론개혁 입법 여부에 대한 의견을 물었는데 투표율 약 53%에 찬성표 90% 이상을 기록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한 초선의원은 “대선 직후에는 (‘검수완박’ 등) 개혁이 아닌 쇄신을 우선하자는 분위기였다”며 “그러나 윤석열 당선인의 거침없는 행보 탓에 ‘생존 위기’를 호소하는 의원들이 많아졌다. 반대 의견이 나올 수는 있지만 당의 입장이 바뀌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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