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음표투성이인 김연경·이재영·이다영의 다음 목적지
  • 김양희 한겨레신문 기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2.04.23 13:00
  • 호수 16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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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리그 생활 청산하고 국내 코트 복귀할까…金은 ‘흥국생명과 악연’, 쌍둥이 자매는 ‘부정적 여론’이 관건

2021~22 시즌 V리그가 끝났다. 시즌 종료와 함께 배구코트를 떠나는 사령탑이 나오고 있다. 박미희 감독도 그들 중 한 명이다. 흥국생명은 프로배구 유일의 여성 감독인 박 감독과 계약을 연장하지 않았다.

박미희 감독은 2014~15 시즌부터 8시즌 동안 흥국생명과 동행해 왔다. 2016~17 시즌에는 정규리그 1위를 했고, 2018~19 시즌에는 국내 4대 프로스포츠 최초로 여성 사령탑으로서 통합우승을 일궈냈다. 하지만 영광은 길지 않았다. 2020~21 시즌에 불미스러운 일이 터졌다. 김연경의 복귀와 국가대표 쌍둥이 자매(이재영·이다영)를 보유하며 ‘흥벤져스’(흥국생명+어벤져스)로 출발했던 팀은 시즌 도중 쌍둥이 자매의 과거 학교폭력(학폭) 문제가 터지면서 좌초했다. 흥국생명 선수단 내 불화도 드러나며 박미희 감독의 리더십에 흠집이 났다.

시즌 종료 뒤 이재영·이다영은 악화한 여론에 떠밀려 해외리그로 진출했고, 김연경은 도쿄올림픽을 치른 다음 중국리그(상하이 브라이트 유베스트)로 떠났다. ‘흥벤져스’는 흩어졌고, 박미희 감독은 어수선한 팀을 수습하고 리빌딩에 착수했으나 10승23패(6위)의 초라한 성적표를 남겼다. 신생 구단 페퍼저축은행이 없었다면 꼴찌였다. 흥국생명은 권순찬 감독을 새롭게 영입했다.

1월23일 광주 염주종합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1~22 V리그 올스타전’에서 김연경이 팬들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뉴시스

“김연경, 1년 더 유럽에서 뛰고 국내 복귀할 듯”

권순찬호로 갈아탄 흥국생명과 함께 김연경, 이재영, 이다영의 ‘미래’에도 관심이 쏠린다. 김연경은 상하이 구단 소속으로 짧은 시즌을 보낸 뒤 지난 1월 중국리그 종료와 함께 귀국해 소속팀 없이 한동안 개인 생활을 했다. 이제 소속팀을 정해야 할 시간이 다가온다.

김연경이 국내에 복귀할 경우 선택지는 없다. 보유권을 가지고 있는 흥국생명에서 무조건 1년간 더 뛰어야만 한다. 아무래도 흥국생명과는 껄끄러울 수 있어 ‘사인 앤 트레이드’ 방법도 있으나, 가능성은 0%에 가깝다. 김연경은 팀 성적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거물이기 때문이다.

김연경은 일단 4월4일 개인훈련을 위해 미국 LA로 출국했다. 미국에서 두 달 동안 기술훈련과 개인 맞춤 체력훈련을 하다가 5월말께 귀국할 예정이다. 현재 김연경 측은 팀 계약에 대해서는 일절 말을 아끼고 있다. 김연경의 에이전트 측은 “급하게 결정할 일은 아니라서 여러 가지 옵션을 고려 중이다. 경기를 할 컨디션을 만들어 미국에서 돌아올 것”이라고만 했다.

김연경은 1년 전 흥국생명과 결별할 때도 심사숙고 끝에 다음 목적지를 택했다. 당시는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기승을 부리던 때여서 선택이 꽤 제한적이었다. 흥국생명 복귀 전까지 뛰던 터키리그 팀들의 경우 터키 경제 사정 때문에 연봉 면에서 맞지 않았다. 하지만 엔데믹 시대가 도래하며 1년 전과 달리 선택지가 꽤 다양해진 편이다. 배구선수로는 적지 않은 나이(34세)지만 김연경은 아직도 월드클래스급 선수다.

배구계 한 관계자는 “올 시즌에는 유럽리그가 코로나19 이전처럼 정상화될 것 같다. 아마도 김연경은 최소 1년 정도는 유럽리그에서 뛰고 국내리그에 돌아오지 않을까 싶다”는 예상을 내놨다. 국내리그의 경우 샐러리캡 등의 영향으로 FA 계약이 모두 끝난 뒤 계약하면 연봉 면에서 김연경이 손해를 볼 수 있다. 흥국생명과 계약할 때도 김연경은 연봉을 상당 부분 양보했었다. 그는 유럽리그에서 한때 17억원의 연봉을 받은 바 있다.

김연경과 함께 이재영·이다영의 향후 행보도 물음표로 남아있다. 쌍둥이 배구 자매는 지난해 10월 PAOK 테살로니키 구단과 1년 계약하면서 그리스리그에 진출했다. 흥국생명이 2021~22 시즌 전에 이들의 선수 등록을 추진했으나, 여론의 반대가 너무 커 이재영·이다영은 결국 해외리그에 진출할 수밖에 없었다.

ⓒ뉴스1
배구선수 이재영, 이다영 쌍둥이 자매가 2021년 10월17일(한국시간) 그리스 테살로니키에 도착한 뒤 여자프로배구 PAOK 테살로니키 구단 관계자들의 환영을 받으며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뉴스1

이다영은 루마니아로…이재영은 국내 복귀?

그러나 이재영의 해외리그 활약 시간은 극히 짧았다. 고질적인 왼쪽 무릎 통증으로 지난해 11월 국내로 급거 귀국했다. 왼쪽 무릎은 흥국생명 소속일 때 한 차례 수술을 받았던 부위. 이재영은 국내 병원 5곳에서 검진을 받은 결과 4곳에서 수술 대신 3~4개월 휴식 뒤 재활을 권유받았다. 휴식과 재활 기간 때문에 PAOK 재합류는 어려워졌고, 계약도 자연스레 종료됐다.

항간에는 국내 복수의 구단이 이재영 영입을 고려했다는 소문이 있다. 이재영은 현재 해외뿐만 아니라 국내 구단 어느 곳과도 계약이 가능한 FA 신분이기 때문이다. 배구계 일부에서는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9월 개최)을 대비하기 위해 이재영만이라도 국내 코트에 복귀시켜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항저우아시안게임은 김연경·양효진·김수지 등이 국가대표를 은퇴한 뒤 처음 치르는 국제대회다. 이재영만 한 공격수도 국내에 없는 터. 그러나 여론이 아직 좋지 않다는 게 문제다.

이다영은 언니인 이재영이 시즌을 조기 종료한 것과 달리 현재 소속팀 주전 세터로 포스트시즌을 치르고 있다. 정규리그 3위(20승6패)를 기록한 PAOK는 4월17일 AEK 아테네와 8강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승리하며 4강 티켓을 거머쥐었다. 이다영은 경기가 끝난 뒤 인터뷰에서 활짝 웃으면서 “저 너무 행복해요. 사랑해요”라고 한국말로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이다영 또한 포스트시즌이 끝나면 PAOK와의 계약이 종료되기에 향후 진로를 정해야 하는 처지다. 이 와중에 흥미로운 그리스 현지 언론보도도 나왔다. 이다영의 루마니아리그 진출 가능성이 나온 것이다. 그리스리그 정규 시즌 우승을 차지한 올림피아코스의 카를로 파리시 감독이 루마니아리그 라피트 부쿠레슈티 팀으로 이적하면서 그동안 리그에서 눈여겨봤던 이다영을 함께 데리고 갈 것이라는 전망이었다. 이다영은 국가대표 세터로 활약했을 만큼 실력은 검증돼 있다.

루마니아리그는 그리스리그보다 한 수 위로 평가받는다. 2021~22 시즌 유럽배구연맹(CEV) 여자리그 랭킹을 보면 전체 6위에 올라있다. 그리스리그는 36위로 한참 뒤처진다. 라피트 팀은 이번 시즌 루마니아배구협회 컵대회 3위에 올라 2006년 정규리그 우승 이후 가장 좋은 성적을 냈다. 명장인 파리시 감독 영입을 통해 2022~23 시즌에는 우승까지 노리고 있다. 이다영이 PAOK에 잔류할지 혹은 다른 리그에 진출할지는 포스트시즌 종료 뒤 결론이 날 것으로 점쳐진다.

시즌을 위한 1차 국내리그 선수 등록 기간은 6월30일까지다. 김연경이나 이재영·이다영 쌍둥이 자매의 다음 소속팀도 6월에는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확실한 사실은 이들이 국내 복귀를 결심할 경우 여론의 반응은 다를 것이라는 점이다. 선택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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