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실금, 이제 더 이상 ‘말 못 할 고민’ 아니다 [강재헌의 생생건강]
  • 강재헌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2.04.27 11:00
  • 호수 1697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남성도 발생률 늘어…생활습관 개선하고 약물치료 병행하면 대부분 회복

67세 여성 B씨는 외출할 때마다 긴장하게 된다. 길을 걷다가 또는 기침 한 번만 해도 소변이 나오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고민 끝에 외출할 때는 성인용 기저귀를 착용하고 나가기로 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19년 요실금으로 내원한 환자 13만7193명 가운데 여성이 89.5%로 남성 10.5%에 비해 월등히 높은 발병률을 보였다. 그중 50대 여성 환자가 가장 많았으며 70대와 60대가 뒤를 이었다. 이처럼 요실금은 중년 이후의 여성에게 가장 흔하다. 여성은 요도가 짧고, 자연분만 시 골반 근육과 요도 괄약근 손상이 있을 수 있으며, 폐경 후 호르몬 변화가 생기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실금은 남녀 모두 나이가 증가함에 따라 발생 빈도가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 커피, 녹차 또는 음료수를 통한 카페인 섭취량이 늘어나고, 복부비만에 전립선 비대증이 증가하면서 남성에게서도 요실금 발생이 늘어나고 있다.

요실금은 원인에 따라 복압 요실금, 절박 요실금, 범람 요실금, 혼합 요실금 등으로 나눌 수 있다. 복압 요실금은 기침이나 재채기가 나오거나 웃거나 줄넘기를 하거나, 무거운 물건을 들 때 갑작스럽게 복압이 증가하면서 방광의 수축 없이 소변이 새는 현상이다. 복압 요실금은 여러 요실금 중 가장 흔하다. 여성의 경우 임신과 출산으로 방광과 요도를 지지하는 근육이 약해졌거나 폐경기에 여성호르몬 분비가 감소하는 것이 가장 흔한 원인이다. 

절박 요실금은 갑작스럽고 강하게 소변이 마려우며 미처 화장실에 도착하기 전에 소변이 흘러나오는 경우를 말한다. 방광염 등 감염이 있거나 뇌졸중, 척수 손상 등 신경계 손상이 있을 때 나타날 수 있다. 범람 요실금은 만성적으로 방광 하부가 좁아져 있거나 방광의 반사 기능이 저하돼 소변이 배설되지 못하고 방광에 모여있다가 방광의 저장용량을 넘는 순간 주체하지 못하고 소변을 자주 조금씩 보게 되는 경우를 말한다. 그리고 혼합 요실금은 절박 요실금과 복압 요실금이 혼합된 경우를 말한다.

ⓒ시사저널 사진 자료
ⓒ시사저널 사진 자료

하루에 10번 이상 케겔운동 해야 

요실금이 지속되면 요로감염 발생 위험이 증가하며, 방광과 콩팥이 손상을 입을 수도 있으며, 요독증과 같은 심각한 합병증도 생길 수 있다. 따라서 증상이 있으면 병·의원을 찾아 진찰과 검사를 받아야 한다. 주치의는 문진과 진찰을 하고, 배뇨 일지를 적도록 해서 요실금 빈도와 양상을 평가하게 된다. 필요하면 소변검사와 방광과 요도의 기능을 평가하는 요역동학검사를 시행할 수 있다.

요실금 치료의 첫 단계는 생활습관 교정이다. 체중 조절을 통해 복압을 낮추고, 카페인 음료나 탄산음료, 술 섭취를 제한해야 한다. 골반저근을 5~10초간 수축하고 이완하는 운동을 한 번에 10회씩, 하루에 8~10회 이상 반복하는 케겔운동이 도움이 된다. 그리고 요실금의 원인 질환이 있는 경우 약물치료로 요실금을 개선할 수 있다. 생활습관 교정과 약물요법만으로 요실금이 개선되지 않을 때는 요실금의 원인에 따라 수술적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

요실금은 나이가 들면 피할 수 없는 건강 문제는 아니다. 생활습관을 개선하고 필요할 때 약물치료를 받으면 대부분 회복할 수 있다. 그러므로 요실금 증상이 삶의 질을 떨어뜨릴 정도로 불편하다면 병·의원을 찾아 진단과 치료를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