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담대 금리’ 13년 만에 7%대 돌파 가능성
  • 이광수 미래에셋증권 수석연구위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2.04.25 11:00
  • 호수 16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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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걸릴 뿐, 집값 대세 하락은 불가피
절대 수준보다 시장 변화를 읽어야

19세기 독일의 수학자 카를 야코비는 “뒤집어라, 항상 뒤집어라”라고 즐겨 말했다. 어떤 의문이 생겼을 때 반대의 관점에서 생각해 보면 정확한 답을 찾을 확률이 높아진다. 최근 기준금리가 인상되면서 ‘집값은 어떻게 될까?’라는 질문이 많아지고 있다. 답을 찾기 위해 뒤집어서 질문해 보자. “금리가 하락하면 집값은 어떻게 될까?”

금리 하락이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비교적 최근 변화에서 찾아볼 수 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전 세계적으로 금리가 빠르게 하락했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었다. 코로나19로 인해 경기 위축 우려가 커지자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1.5% 수준에서 0.5%로 인하했다. 역대 최저 수준이었다. 금리가 인하되자 사람들은 빚을 내서 주택시장에 뛰어들었다. 주택담보대출은 급증했고, 주택 가격은 폭등했다. 금리 인하로 대출이 증가하고 주택 수요가 크게 확대됐다. 내수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금리를 낮췄지만 정작 돈은 부동산으로 쏠렸다.

ⓒ시사저널 박정훈
4월20일 서울 용산구의 한 부동산중개업소에 부동산 매물 정보가 붙어있다.ⓒ시사저널 박정훈

금리 오르면 집값은 어떻게 될까

누구나 내 집을 마련하고 싶어 한다. 그러나 구체적인 행동을 결정할 때는 트리거(trigger·우리의 생각과 행동에 영향을 주는 모든 자극)가 필요하다. 최근 한국에서 주택 수요를 급증시킨 트리거는 금리 인하였다. 2030세대가 대출을 일으켜 집을 사기 시작한 이유도 금리 인하에 있었다. 2030은 다른 세대와 비교해 순자산 규모가 적기 때문에 주택을 구매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대출이 필요하다. 따라서 금리 인하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할 가능성이 크다. 2021년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 현황(한국부동산원)을 연령별로 살펴보면 20·30대 매수 비중이 40% 이상으로 조사됐다. 역대 최고 수준이다.

주택 수요 증가와 맞물려 아파트 가격이 낮을수록 상승률이 높았다. 코로나19 이전 경기도 평균 호당 실거래 주택 가격을 살펴보면 3억8000만원이었다. 2020년에는 4억9000만원으로 28% 상승했고 거래량은 53% 증가했다. 경기를 지역별로 나눠보면 차이점이 발견된다. 가격 상승 추세 속에서도 호당 주택 가격이 낮을수록 거래량이 증가하고, 반면 높을수록 거래량은 오히려 감소했다. 2020년 거래량이 증가한 지역은 김포시, 파주시, 평택시, 광주시, 오산시가 대표적이다. 즉, 아파트 가격이 낮을수록 거래량이 증가했다. 반면 거래량이 감소한 과천시, 성남시, 하남시, 의왕시는 상대적으로 가격이 높은 곳이었다. 가격에 따라 거래량 차이가 커진 이유는 20·30대 수요가 주로 저가 아파트에 집중됐기 때문이다.

집값 상승 원인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그중에서 팬데믹 이후 빠르게 확대된 유동성과 금리 인하가 가장 중요한 원인이었던 데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 그렇다면, 이제 반대로 금리가 인상되면 부동산 가격은 어떻게 될까? 뒤집어서 생각해본 결과 쉽게 답을 하나 얻었다. 금리 인하로 주택 수요가 증가했으니 반대로 금리가 인상되면 주택 수요가 감소할 가능성이 크다.

최근 기준금리가 인상되면서 부동산 대출이자 역시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올해 주담대(주택담보대출) 금리가 13년 만에 처음으로 7%를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마저 나오고 있다. 대출이자가 상승하면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부담을 느끼게 된다. 현실적으로 매달 내야 하는 이자비용이 크게 증가하기 때문이다. 더 중요한 사실은 금리 상승이 지속된다는 점이다. 인플레이션이 빨라지면서 물가에 대응하기 위한 기준금리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금리 인상에도 절대 수준이 낮기 때문에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적다는 의견이 나온다. 그러나 변화를 읽을 때는 절대 수준보다 변화를 읽어야 한다.

집을 사기 위해 5억원을 대출받는다고 가정해 보자. 대출금리가 4%일 때 매달 내야 하는 이자는 약 133만원이다. 이제 대출금리가 6%로 인상됐다. 이자는 200만원으로 기존보다 무려 50%나 상승한다. 대출금리가 6%라고 해서 낮은 수준이라고 판단할 수 있다. 그러나 직접 내야 하는 이자는 50%가 인상된다. 변화율을 감안하면 주택 수요 심리는 빠르게 냉각될 수 있다.

그렇다면 금리 인상으로 주택 수요가 줄어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가장 먼저 일어나는 일은 거래량 감소다. 시장에 살 사람이 감소하면 제일 먼저 거래가 줄어든다. 서울 아파트 시장을 보면 기준금리가 인상되기 시작한 2021년 8월 이후부터 거래량이 급감하기 시작한다. 평균 4000건 이상 거래됐던 서울 아파트는 2021년 9월 2000건대로 급감했다. 추가적으로 금리가 인상된 2월에는 1000건 이하로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대선 이후 정책 완화 기대감이 작용했음에도 2021년 3월 거래량은 1265건에 불과했다. 매달 1000건의 아파트 거래량을 보였던 적은 금융위기 때가 유일했다.

 

아파트 거래량, 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

수요가 감소하면서 거래가 크게 줄어들고 있다. 반면, 집값은 수요가 줄어든다고 바로 하락하지 않는다. 살 사람이 없어도 싸게 파는 사람이 없다면 거래만 성사되지 않을 뿐이다. 특히 상승하던 국면에서 가격이 변동될 때는 가격 결정권을 매도자가 갖게 된다. 즉, 싸게 파는 사람이 없다면 가격은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 그렇다면 집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싸게 집을 팔게 될까?

조금 더 긴 호흡으로 접근하면 집값을 결정하는 매물은 집값 전망에 따라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집값 상승 기대감이 높으면 집을 팔 이유가 없다. 반대로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커질수록 시장에 매물은 증가하게 된다. 흥미로운 것은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는 수요가 결정한다는 점이다. 시장에 수요가 많아지면 가격 상승 기대감은 높아진다. 반대로 시장에 수요가 줄어들면 가격 상승 기대감은 줄어든다. 결국, 수요가 감소하면 가격 상승 기대감이 줄어들고 그에 따라 매도 물량도 증가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부동산 시장에서 수요의 변화는 매우 중요하다. 수요가 줄어들면 매도 물량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일본 부동산 시장이 장기 불황에 빠진 결정적인 이유는 수요 감소에 있다. 수요는 모든 시장 변화의 출발점이자 도착점이다. 최근 금리 인상으로 주택 수요가 감소함에도 매도가 크게 증가하지 않으면서 집값은 보합권을 유지하고 있다. “거봐, 금리 올라도 집값은 안 빠지지?”라고 말한다면 근시안적인 접근이다. 금리 인상→수요 감소→거래량 감소→가격 상승률 하락 단계를 넘어 본격적인 매도 물량 증가로 주택 가격 하락이 가시화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시간이 걸릴 뿐이다. 이에 대한 선택은 결국 투자자의 몫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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