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이 아닌, 자기들끼리 서로 싸우는 민주당
  • 구민주 기자 (mjooo@sisajournal.com)
  • 승인 2022.04.22 12:00
  • 호수 16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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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세인 민주당, 송영길 공천 배제 논란에 계파 갈등 수면 위로
[시사저널-조원씨앤아이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
양자 대결 조사…오세훈 52.1% vs 송영길 34.0%, 오세훈 51.5% vs 이낙연 32.9%

검찰 수사권 폐지 법안을 둘러싸고 여야 간 고성이 오가던 4월19일 밤,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예비후보 송영길 전 대표와 박주민 의원의 공천 배제(컷오프) 소식이 전해지면서 민주당 분위기는 순간 싸늘해졌다. 이날 밤, 배제 당사자인 박 의원이 SNS에 올린 “전쟁 같은 법사위 중에…”라는 짧은 문구는 갑작스러웠던 소식에 대한 당혹감을 가늠케 했다. 송 전 대표 역시 즉각 입장문을 내고 “(공천 배제 결정은) 지방선거를 포기하고 민주당을 파괴하는 자해행위”라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민주당 내 전략공천관리위원회(전략공관위)의 이 같은 결정은 이날 당사자인 송 전 대표와 박 의원에게 통보되기도 전에 언론 속보로 먼저 전해졌다. 전략공관위 정다은 심사위원이 두 예비후보의 공천 배제 결정에 반대해 위원직을 사퇴하겠다고 자신의 SNS에 게재하면서다. 곧장 당내에서 반발의 목소리가 거침없이 쏟아졌다. 결과적으로 당 지도부는 4월20일 두 차례의 마라톤 회의와 21일 서울 지역 초선 의원들과의 논의 끝에 전략공관위의 결정을 철회하고 100% 국민경선을 통해 후보를 선출하기로 확정했다. 이로써 이틀간의 공천 배제 사태는 봉합됐지만, 논쟁 과정에서 수면 위로 드러난 계파 갈등은 이제 본격화됐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 지도부는 4월21일 전략공관위의 송영길·박주민 서울시장 예비후보 공천 배제 결정을 철회하고 100% 국민경선을 통해 후보를 선출하기로 결정했다. 왼쪽부터 박지현·윤호중 공동비대위원장, 박홍근 원내대표ⓒ시사저널 박은숙

공천 파문이 다시 불붙인 ‘이재명 책임론’

이번 결정은 ‘대선 패배의 책임을 누구에게 어디까지 물어야 하는지’의 논쟁으로 번졌다. 특히 전략공관위에서 송 전 대표와 박 의원의 공천 배제를 결정한 사유가 갈등의 도화선으로 작용했다. 전략공관위에 따르면, 송 전 대표는 당 대표로서 대선 패배의 책임이 있다는 이유로, 박 의원은 지난해 임대차 3법 통과를 앞두고 자신이 소유한 아파트 임대료를 인상해 부동산 물의를 빚었다는 이유로 각각 심사에서 컷오프 결정이 내려졌다. 이를 두고 당장 박지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그는 노영민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충북지사 후보로 단수 공천된 사례를 들며, ‘고무줄 잣대’이자 ‘계파 공천’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전략공관위의 컷오프 기준대로라면 대선 패배의 주원인인 부동산 실패의 책임자이자 ‘다주택 논란’을 빚었던 노 전 비서실장 역시 탈락시켜야 한다는 주장이다. 대선 패배의 책임을 특정 인물 몇몇으로 한정 지을 수 없다는 반발도 나왔다. 전략공관위원장을 맡은 이원욱 의원과 윤호중 공동비대위원장 역시 모두 이재명 대선후보 선대위의 지도부였다는 주장이다. 이 위원장은 이러한 지적에 대해 “혁신공천을 계파공천으로 휘두르지 말라”며 모욕감을 드러냈다.

공천 배제에 반발한 송 전 대표의 ‘이재명 소환’으로, 대선 과정에서 불거졌던 친이재명계 대 친문재인계 또는 ‘명낙대전’으로 일컬어진 친이재명계와 친이낙연계 간 대립 양상이 심화되기도 했다. 송 전 대표는 자신을 배제한 결정을 두고 “이재명에게 대선 패배 책임을 물으며 그의 정치 복귀를 반대하는 선제타격 의미”라며 계파 갈등과 연관 지었다. 여기에 이재명계 좌장인 정성호 의원 역시 “오직 계파적 이익만 추구한다면 무슨 미래가 있겠는가. 이런 작태들을 용납하는 것은 비겁한 일”이라고 가세했다.

당내 친이재명계 의원들 사이에선 이번 공천 배제가 곧 이재명 책임론을 키워 8월 전당대회에서 그의 출마를 막으려 한 의도라는 추측이 공유되고 있다. 실제 이번 공천 논란이 복귀를 저울질하고 있던 이재명 민주당 상임고문의 등판 시기와 방법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본인의 출마 고사에도 당내에서 계속 떠오르고 있는 ‘이낙연 등판론’도 친이재명계 인사들을 껄끄럽게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후보로 출마 예정인 오세훈 서울시장(왼쪽)과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예비후보ⓒ연합뉴스

이러한 갈등의 확산은 근본적으로 지도부의 당내 장악력이 약한 탓도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민주당은 지방선거 공천 전반을 담당하는 공천관리위원회(위원장 김태년)와 이번 결정을 내린 전략공천관리위원회로 분화된 채 공천 심사를 진행하고 있다. 노영민 전 실장과 송 전 대표·박 의원에 대한 고무줄 잣대 논란도 두 조직이 각각 결정을 내린 탓으로 확인된다. 이러한 혼선을 결국 당 지도부가 교통정리를 해야 하는데 덩달아 우왕좌왕했다는 지적이다. 비대위 내에서도 위원들 사이에 공천 배제와 관련한 찬반 입장이 팽팽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결과적으로 민주당은 불필요한 논쟁으로 선거가 불과 한 달여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시간을 소모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여전히 당내에선 오세훈 서울시장을 꺾을 대안이 없어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박용만 전 두산그룹 회장부터 김현종 전 대통령비서실 외교안보특별보좌관,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 당 밖 여러 인사와 접촉했지만 대부분 고사했거나 뚜렷한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자연히 이번 공천 배제를 두고 대안도 없이 긁어 부스럼만 만들었다는 비판이 따르는 이유다.

실제 시사저널이 공천 배제 파문이 진행되던 4월19일부터 21일까지 실시한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에서도 현재 민주당의 어려운 상황이 증명됐다. 여론조사기관 조원씨앤아이에 의뢰해 서울시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800명을 상대로 국민의힘 후보 오세훈 시장과 복수의 민주당 후보군의 서울시장 가상 양자 대결을 진행한 결과, 오 시장이 모든 민주당 후보에게 큰 차이로 앞서는 결과가 나타났다.

吳, 민주 후보군 가상대결에서 모두 과반 넘어

오 시장과 송영길 전 대표 양자 중 누구에게 투표하겠는지 물은 결과, 오 시장은 52.1%를 얻어 34.0%인 송 전 대표를 18.1%포인트 차로 앞섰다. 자신은 한 차례 출마를 고사했지만 계파 갈등 속에서 꾸준히 하마평에 오르고 있는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의 양자 대결에서도 오 시장은 51.5%를 기록해 32.9%를 얻은 이 전 총리를 앞질렀다. 이번 조사에선 최근 민주당 내 서울시장 후보로 차출론이 제기된 김현종 전 특보와 오 시장 간 양자 대결도 조사했다. 그 결과, 오 시장이 52.3%, 김 전 특보가 24.9%로 집계됐다.

시장과 민주당 후보군을 전부 포함해 서울시장 적합도 다자 대결을 펼쳐본 결과에서도 역시 오 시장은 47.7%를 얻어 우위를 보였다. 다만 2위 이낙연 전 총리(16.6%)부터 송영길 전 대표(14.0%), 박주민 의원(10.9%), 김현종 전 특보(3.6%)까지 민주당 후보군 4명의 응답률을 합산하면 45.1%를 기록했다. 시장을 지목한 응답률과 2.6%포인트 차의 차범위 내 박빙인 셈이다. 대선 당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서울 지역에서 각각 50.56%와 45.73%의 득표율을 나눠 가졌던 분위기가 지금도 일정 부분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시사저널 의뢰/조원씨앤아이 조사/ 서울 만 18세 이상 남녀 800명/2022년 4월19~21일/ 유선 RDD 및 무선가상번호 활용 ARS 여론조사/2022년 3월말 주민등록인구 현황에 따라 성별·연령별·지역별 비례할당 후 무작위추출/응답률 4.1%/표본오차 ±3.5%포인트(95% 신뢰수준)/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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