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과 연락 안될 때 김건희에…” 의구심 키운 한동훈 답변
  • 이혜영 디지털팀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2.05.10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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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식 소통’이라는 한 후보자 해명, 설득력 떨어져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5월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생각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5월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생각하고 있다. ⓒ 연합뉴스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에게) 보고가 안 될 경우 총장 사모를 통해서 연락한 적이 있을 뿐이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와의 '명령관계' 의혹을 정면 반박했다. 그러나 한 후보자의 해명이 수사 기밀과 보안을 중시해야 할 검사로서는 물론 국가의 법무 사무를 총괄해야 하는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서도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후보자는 9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2020년 '검언유착' 의혹 등이 논란됐을 당시 김 여사와 332회 카카오톡 대화를 주고 받은 일로 집중 공세를 받았다.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 후보자가 김 여사와 잦은 연락을 주고 받은 데 대해 "의아하다"고 물었고, 한 후보자는 "당시 제가 대체 불가능한 업무를 부산고검에서 수행 중이었고,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나 국정농단 수사와 관련해 매일 보고가 필요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과 연락이 닿지 않을 때만 김 여사에 카톡을 보내 도움을 요청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후보자는 "(카톡을 주고받았다는) 300건은 글 하나하나, 한 줄씩 센 거다. (날짜로 계산하면) 몇 달, 많지 않다"고 반박했다. 또 "윤 총장이 전화 받게 해달라고 부인에 메시지를 보낸 것이 왜 잘못인가"라고 반문했다. 

당시 부산고검 차장검사였던 한 후보자는 상관인 윤 대통령에게 수사 관련 보고를 위해 연락을 해야했고, 본인과 통화나 카카오톡으로 연결이 되지 않았을 때만 김 여사에 연락했다는 것이 답변 취지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5월10일 오전 제20대 대통령 취임식이 열리는 서울 여의도 국회에 도착, 걸어서 단상으로 향하고 있다. ⓒ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5월10일 오전 제20대 대통령 취임식이 열리는 서울 여의도 국회에 도착, 걸어서 단상으로 향하고 있다. ⓒ 연합뉴스

그러나 주요 수사사항을 논의하기 전 총장이 연락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수차례 상관의 배우자를 거쳤다는 점은 설득력이 다소 떨어진다. 총장 보고를 위한 공식 라인이 아닌 '비선'인 김 여사를 거친 데다, 단순 연락을 넘어 구체적인 수사 사항이 민간인인 제3자의 휴대폰에 그대로 노출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번 청문회 증인으로 출석한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은 한 후보자의 행위에 대해 "극히 이례적"이라며 "(윤 대통령) 자택을 방문해 식사를 해야 측근으로 분류되는 것으로 안다. 저는 김 여사와 통화한 적 없다"고 말했다.

지난 대선 기간에 공개된 김 여사와 '서울의소리' 기자의 대화 녹취록에도 김 여사와 한 후보자가 사적 지시를 주고 받고 있는 것으로 읽히는 대목이 등장해 의구심은 더 커진 상태다. 당시 김 여사는 서울의소리 기자와 대화하면서 "내가 한동훈이한테 전달하라고 그럴게"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청문회에서 비선 논란을 언급하며 "(김 여사가) 대통령 배우자가 되면 비선으로 연락하지 않을 거란 보장이 있나"라고 물었고, 이에 한 후보자는 "제가 특별히 영부인이 될 분하고 연락할 일이 없다"고 답했다. 

김용민 민주당 의원도 정식 보고라인이 아닌 총장 부인을 통해 연락한 점을 재차 지적하자 한 후보자는 "그렇지 않다. 총장과 검찰 내 의사소통은 제가 더 잘 안다"며 '검찰식 소통'에 따라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재반박했다. 

앞서 민주당은 김 여사와 한 후보자의 잦은 연락을 두고 두 사람의 '명령관계' 또는 윤 대통령과 한 후보자 간 민감한 대화 내용을 드러내지 않기 위한 시도로 보고 의혹을 제기해왔다. 

강병원 민주당 의원은 이날 KBS 라디오에 출연해 한 후보자가 내놓은 해명에 대해 "(당시) 윤 총장하고 통화가 안돼서 김 여사와 카톡을 했다는데 국민들이 믿어줄 지 모르겠다"며 "(윤 정부의) 1인자는 김 여사 같고, 2인자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후보자)이 아닐까 싶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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