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출퇴근’ 통제에 집회까지…‘용산 시대’ 날벼락 맞은 경찰
  • 이혜영 디지털팀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2.05.11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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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무실=관저’ 공식 깨지면서 집회 대응방안 다시 짜야
출퇴근 따른 도로 통제·시민 불편 최소화에 골머리
용산 대통령 집무실 인근은 관저 인근과 달리 '집회금지 장소'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는 11일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이 용산경찰서장을 상대로 낸 집회 금지통고 처분 집행정지(효력정지) 신청을 일부 인용했다. 사진은 이날 오후 대통령 집무실 인근 1인 시위 현장 ⓒ 연합뉴스
용산 대통령 집무실 인근은 관저 인근과 달리 '집회금지 장소'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는 11일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이 용산경찰서장을 상대로 낸 집회 금지통고 처분 집행정지(효력정지) 신청을 일부 인용했다. 사진은 이날 오후 대통령 집무실 인근 1인 시위 현장 ⓒ 연합뉴스

윤석열 정부 출범과 동시에 '용산 시대'가 개막하면서 경찰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사상 첫 '출퇴근 대통령'으로 도로 통제·경호 부담이 가중된 데다 법원 판단에 따른 집회 대응 계획도 원점에서 검토해야 할 상황에 처하면서다. 

11일 경찰은 용산 대통령 집무실은 관저로 볼 수 없다며 '집무실 100m 이내 구간의 집회와 행진을 일부 허용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오자 당혹감 속 대응책 마련에 돌입했다. 

그동안은 대통령의 집무실과 관저가 모두 청와대 내부에 있어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적용·해석에 큰 이견이 없었다. 그러나 새 정부에서 대통령 집무실과 관저가 분리되면서 집시법 해석을 둘러싼 이견이 돌출됐다. 

경찰은 집시법 제11조가 대통령 관저 100m 이내 옥외집회를 금지하고 있는데, 관저 역시 집무실에 포함된다고 보고 용산 집무실 인근 집회·행진을 금지했다. 

하지만 시민단체인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이하 무지개행동)은 윤석열 정부에서는 '집무실=관저' 공식이 적용되지 않는다며 이의를 제기했다. 경찰의 판단에 불복한 이들은 법원에 용산경찰서장을 상대로 한 집회 금지통고 처분 집행정지(효력정지) 신청을 냈다. 

결국 재판부는 이날 최대 쟁점이었던 '용산 대통령 집무실 100m 이내 구간에서 행진을 허용해야 한다'는 판단을 내놨다. 다만 경호와 차량 정체 우려를 고려해 한 장소에 계속 머무는 것은 금지했다.

경찰 관계자는 법원 결정에 대해 "집시법에 따른 집회 제한이 불가능해진 만큼, 대통령 등의 경호에 관한 법률상 최소한의 안전 활동을 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경찰은 무지개행동의 외에도 집회 금지를 통고한 사안들을 재검토해야 하는 상황이다. 경찰은 다른 집회들에 대한 금지 통고를 철회할지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이런 집회·시위는 처음이기 때문에 상황을 보면서 대응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 차량 행렬이 5월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중앙로를 지나 용산 대통령 집무실로 향하고 있다. ⓒ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차량 행렬이 5월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중앙로를 지나 용산 대통령 집무실로 향하고 있다. ⓒ 연합뉴스

용산 주민을 비롯해 집회·행진으로 불편을 호소하는 시민들의 민원도 경찰 몫이 됐다. 이와 함께 윤 대통령 출퇴근길 도로 통제와 경호도 경찰에 던져진 난제다. 

이날 8시21분께 서초구 자택을 나온 윤 대통령은 반포대교를 건너 용산 미군기지 13번 게이트를 통해 13분 만인 8시34분께 용산 집무실로 출근했다. 도로에서 소요된 시간은 8분 가량이었다. 

경찰은 윤 대통령의 서초-용산 출근 첫 날엔 큰 혼잡이 없었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혼잡한 출근 시간대에 윤 대통령이 강남에서 강북으로 이동하면서 연쇄적으로 도로 통제가 이뤄졌고, '나비효과'로 인한 불편함을 호소하는 반응도 뒤따르고 있다. 

경찰은 윤 대통령이 반포대교를 비롯해 동작대교, 한남대교, 한강대교 등도 이용할 것으로 보고 당일 상황에 맞춰 유동적으로 대처한다는 계획이다.

경찰 관계자는 "오늘은 순간적인 우회 통제와 신호기 개방만 했다. 교통 통제로 인한 정체는 없었다"며 "앞서 세 차례 시뮬레이션해 본 것과 아주 비슷하게 진행됐고 특별한 일이 없으면 앞으로도 이렇게 교통관리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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