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은 왜 지지부진할까 [쓴소리 곧은소리]
  • 김형준 명지대 교수(정치학) (db827@naver.com)
  • 승인 2022.05.14 10:00
  • 호수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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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지지율도 답보 상태…신여권에 정권교체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이유
감동 없는 인사, 안철수와 협업 미흡, 소통보다 속도 중시, 정당 일체감도 약해

1987년 민주화 이후 5년 만에 정권이 교체됐다. 그 주역은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이다. 그런데 정권교체가 무색할 정도로 이들의 지지도는 답보 상태다. 윤석열 정부 공식 출범 직전에 실시된 한국갤럽 조사(5월3~4일) 결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직무 수행에 대해 41%가 ‘잘하고 있다’고 긍정 평가했다. 하지만 이 수치는 지난 대선에서 윤 대통령이 얻은 득표율(48.6%)보다 훨씬 낮다. 더구나 4월 2주(12~14일)와 비교해 긍정 평가는 9%포인트 하락했다. 더 충격적인 것은 퇴임을 앞둔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운영 지지도(45%)보다 낮았다는 점이다. 윤 대통령의 지지 구조는 취약하다. 60대와 70대 이상에서만 긍정 평가가 부정 평가보다 많았고, 20~50 세대에서는 반대로 부정 평가가 더 많았다.

윤 대통령의 당선인 시절 직무수행 지지도가 지난 대선에서 얻은 득표율보다 낮고, 시간이 흐를수록 긍정 평가가 하락하고, 긍정적으로 평가한 사람 중 그냥 막연하게 이유 없이 지지한 사람이 많다는 것은 위험 신호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4월10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초대 내각 명단을 발표하고 있다. 이날 윤 당선인은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국토교통부, 국방부, 과학기술부, 보건복지부, 문화체육관광부, 여성가족부 장관 인선을 발표했다.ⓒ인수위사진기자단

대통령 집무실 이전 과정에서 불통 이미지 형성

한편, 국민의힘 지지도는 대선 승리 이후에도 큰 변화가 없다. 가령, 한국갤럽이 대선 직후 실시한 조사(3월15~17일)에서 국민의힘 지지도는 38%였고, 민주당 지지도는 36%였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 취임 직전 갤럽 조사(5월3~4일)에서, 국민의힘 지지도는 40%로 큰 차이가 없다. 이는 2017년 대선에서 정권교체를 이룬 문재인 대통령 취임과 함께 여당이 된 더불어민주당 지지도가 48%로 대선 직전에 비해 13%포인트 상승한 것과 큰 차이를 보인다. 더구나, 민주당이 국민의 반대 여론이 압도적인 검수완박 법안을 일방적으로 강행 처리했음에도 지지도는 40%에 육박했다.

그렇다면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지율이 정권을 교체했는데도 왜 오르지 않는 것일까. 무엇보다 윤 대통령에 대한 기대와 실체가 일치하지 않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 과정에서 보여준 윤 대통령의 직진 리더십, 국민에게 큰 감흥을 주지 못한 초기 내각 인사, 공동정부의 한 축인 안철수 전 인수위원장과의 협업 미흡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 같다.

역대 대통령들이 이루지 못한 대통령 집무실 이전 공약을 지키려는 윤 대통령의 의지는 높이 평가할 만하다. 윤 대통령은 집무실 이전의 가장 큰 명분으로 ‘국민과의 소통’을 내걸었다. 하지만, 집무실 이전 결정 과정에서 보인 일방적인 의사결정으로 오히려 ‘불통’ 이미지가 형성됐다. 한번 결정하면 좌고우면하지 않고 과감하게 밀어붙이는 직진 리더십은 독선으로 비칠 수 있다. 윤 대통령이 주장하는 ‘공정과 상식’의 가치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는 크다. 그런데 서오남(서울대, 50대, 남성)에 편중된 1기 내각 인사와, 공정과 상식과는 거리가 먼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에 대한 고집 인사는 국민이 혐오하는 내로남불로 비쳐지고 있다. 안철수 전 인수위원장이 추천한 인사가 단 한 명도 초기 내각에 들어가지 못한 것은 친안 성향의 중도층 이탈을 가져왔다.

 

대선 승리에 도취하다 보수 몰락의 길 접어들 수도

한국갤럽 조사(5월3~4일)는 이런 분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윤 대통령 직무 수행 부정 평가 이유로 ‘대통령 집무실 이전’(32%), ‘인사’(15%), ‘공약 실천 미흡’(10%), ‘독단적/일방적’(7%), ‘소통 미흡’(5%), ‘신중함 부족/성급함’(3%) 등이 지적됐다. 윤 대통령이 “속도보다 소통이 먼저다”라는 것을 깨닫지 못한 채 ‘내가 하는 것은 항상 옳다” “나는 전임자와 다르다”고 과신하면 할수록 국민과의 거리는 멀어지고 지지도 상승에도 걸림돌이 될 것이다. 윤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반지성주의에 따른 민주주의 위기”를 강조했다. 그런데, 민주주의는 “내가 틀릴 수도 있다”는 것을 전제로 상대방과 대화하고 배려해야 성숙해진다.

정권교체의 주역인 국민의힘 지지도가 오르지 않는 이유는 간단하다. 국민의힘에 대한 ‘정당 일체감’이 약하거나 형성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정당 일체감이란 ‘오랜 기간 동안 특정 정당에 대해 갖고 있는 당파적 태도’다. 국민은 국민의힘을 가깝게 느끼거나 자신을 대표한다는 생각이 약하다. 심지어 갤럽 조사에 따르면, 비호감(52%)이 호감(41%)보다 여전히 높다. 더구나, 이준석 대표의 유아적이고 돌출적인 행태로 당에 대한 정서적 일체감이 지극히 약해졌고, 국민의힘이 민주당과 차별화되는 비전과 정책을 제시하지 못한 채 분파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마디로, 외연 확대에 실패하면서 국정을 책임질 집권당의 위상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의 검수완박 입법 독재 앞에 보여준 국민의힘의 혼선과 무기력은 보수 세력의 분노와 이탈을 가져왔다. 2017년 대선 당시 방송3사 심층 출구조사에 따르면 진보 27.1%, 중도 38.4%, 보수 27.7%로 진보와 보수 간 큰 차이가 없었다. 그런데 5년이 지난 2022년 대선 출구조사 결과에서는 진보 21.6%, 중도 39.5%, 보수 31.4%로 진보는 6%포인트 정도 하락한 반면, 보수는 4.3%포인트 상승했다. 결과적으로 진보와 보수 간 격차가 9.8%포인트로 벌어졌다. 정권교체를 이룩하고 우호적인 이념 지형의 변화가 있음에도 국민의힘 지지도가 오르지 못한다는 것은 웰빙에 빠져 얼마나 변화와 혁신에 둔감한지를 잘 보여준다.

국민의힘이 국민의 신뢰를 받는 집권당으로 환골탈태(換骨奪胎)하기 위해선 6·1 지방선거 이후 지금까지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정당 대혁신에 나서야 한다. 그 핵심은 지도체제 개편을 포함해 국고보조금에만 의존하는 비대한 중앙당 축소, 공천 혁명, 청년 및 여성 인재 육성, 당 정책 연구원 개편 등을 일관성 있게 추진하는 것이다. 국민의힘이 대선 승리에 도취되어 혁신을 게을리하면 미래는 없다. 또 다른 보수 몰락의 길로 접어들지도 모른다.

 

※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정치학)
김형준 명지대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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