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먼 연상” K-코인 폭락에 ‘패닉’…美 의회도 나섰다
  • 이혜영 디지털팀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2.05.12 15:06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테라·루나 급락 여파에 비트코인 2만7000달러선 붕괴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들이 폭락한 5월12일 서울 서초구 빗썸 고객센터 전광판에 가상화폐들의 실시간 시세가 표시되고 있다.이날 국내 가상화폐 시장에서 비트코인 가격은 9개월여 만에 처음으로 4000만원 밑으로 떨어졌다. ⓒ 연합뉴스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들이 폭락한 5월12일 서울 서초구 빗썸 고객센터 전광판에 가상화폐들의 실시간 시세가 표시되고 있다.이날 국내 가상화폐 시장에서 비트코인 가격은 9개월여 만에 처음으로 4000만원 밑으로 떨어졌다. ⓒ 연합뉴스

달러에 연동되는 한국산 스테이블(가치안정화) 코인이 폭락하면서 글로벌 가상화폐 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가상화폐 대장주인 비트코인도 2만7000달러 선이 무너지는 등 '리먼 사태급' 후폭풍이 우려되면서 미 의회까지 발 벗고 나선 상태다. 

상원 은행위원회 위원장인 셰러드 브라운(민주) 의원은 11일(현지 시각) 한국산 코인 테라USD(UST) 폭락 사태와 관련해 성명을 내고 의회와 감독 당국 차원의 규제 필요성을 역설했다고 블룸버그 통신 등이 보도했다.

스테이블 코인은 달러 등 법정통화에 연동하도록 설계된 가상화폐를 말한다. 최근 1UST가 0.5달러 이하로 추락한 테라는 애플 엔지니어 출신 권도형 최고경영자(CEO)가 설립한 블록체인 기업 '테라폼랩스'가 발행하는 가상화폐다.

브라운 의원은 테라 폭락 사태가 스테이블 코인과 다른 가상화폐 규제에 나서야 하는 또 다른 이유가 된다며 "아주 복잡한 (가상화폐) 상품은 국민을 위험에 빠트리고 다른 경제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공화당 간사 팻 투미 의원도 투자자 보호를 위한 규제가 필요하다며 "의회가 행동하지 않는다면 소비자들이 (투자한) 돈을 잃는 등 큰 문제가 되고 악영향을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도 테라 폭락 사태를 언급하며 스테이블 코인 규제 필요성을 언급했다. 그는 전날 상원 은행위원회 청문회에 참석해 "(스테이블 코인은) 급격히 성장하는 상품이며 금융 안정성에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테라폼랩스가 발행해 '한국산 코인'으로 분류되는 스테이블 코인 테라와 자매 코인 루나는 최근 연일 폭락하며 가상화폐 시장의 뇌관이 됐다. 테라는 코인 1개당 가치가 1달러에 연동되도록 설계됐고, 루나는 디파이(탈중앙화 금융) 등에 쓰이는 테라의 가치를 뒷받침하는 용도로 발행된다.

그러나 최근 미 연준의 금리인상·증시 하강과 맞물려 테라 가격이 1달러 밑으로 추락하면서 루나도 동반 폭락했다. 루나는 최근 일주일 새 97% 가까이 폭락했고, 한때 시총 180억 달러를 기록하며 가상화폐 3위까지 올라섰던 UST는 절반 이하로 쪼그라든 상태다. 

UST와 루나가 동반 폭락하면서 비트코인도 3만 달러 선이 무너지는 등 다른 가상화폐도 동반 급락했다. 테라폼랩스가 UST와 루나 가치 유지를 위해 매입한 35억 달러(약 4조4500억원) 가운데 상당 부분을 매도하거나 매도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시장의 공포가 극에 달한 것으로 분석된다.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한국시간으로 12일 오후 2시30분 기준 비트코인 가격은 2만7000달러가 무너진 2만6980달러 선에서 거래 중이다. 투자자들의 '패닉셀'이 이어지면서 오후 들어 낙폭이 더 커지는 모습이다.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업비트에 따르면, 비트코인 가격은 장중 3797만7000원까지 떨어지며 연저점을 경신했다. 이는 지난해 7월23일(3779만원) 이후 10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블룸버그 통신은 한국산 가상화폐 급락 사태에 대해 "모든 것이 무너졌다. 테라가 디파이(탈중앙화 금융) 세계에서 애정의 대상이었으나 죽음의 소용돌이로 향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2008년 금융위기를 불러온 리먼 사태와 비교되고 있다"며 "극단적으로 높은 레버리지와 물고 물리는 순환적 메커니즘 등 그림자 금융(건전성 규제를 받는 않는 금융기관)의 특징을 테라 생태계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고 꼬집었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