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 출신’ 현직 8명 재도전… “우리 동네 교육감 후보자 누구”
  • 김현지 기자 (metaxy@sisajournal.com)
  • 승인 2022.05.23 07:30
  • 호수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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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은 3선 노리는 조희연 독주 속 조영달·박선영·조전혁 각자 출마
‘깜깜이 선거’ 논란에 러닝메이트제·정책연합 등 대안 거론

6·1 지방선거 공식 선거운동이 5월19일 시작됐다. 후보자들은 투표를 10여 일을 앞두고 선거 레이스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이번 선거는 ‘미니 대선급’으로 불린다. 인천 계양을에 도전한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경기 분당갑에 나선 안철수 전 인수위원장 등 거물급 정치인이 국회의원 보궐선거 후보로 나서면서다. 지난 2021년 4·7 재보선에서 정치 복귀에 성공한 오세훈 서울시장의 재선 도전,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와 ‘윤심(尹心)’을 등에 업은 김은혜 전 의원 간 경기지사 빅매치를 보는 유권자의 시선도 남다르다.

그러나 교육감 선거 열기는 좀처럼 달아오르지 않았다. 지상파 방송3사(KBS· MBC·SBS)가 5월16일 발표한 교육감 후보 관련 조사 결과, 수도권 응답자의 70%는 ‘지지 후보가 없다’ ‘모르겠다’고 답했다. 이른바 ‘부동층’이다. 이러한 흐름은 9일 발표된 코리아리서치의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나타났다. 서울시교육감 선거에서의 부동층은 62.8%였다. 경기도교육감 선거에서는 그 비율이 69.6%로 올라갔다. 같은 기관의 서울시장·경기지사 여론조사에서의 부동층 비율은 각각 19%, 22.7%였다. 서울·경기 교육감 선거의 부동층 비율은 이보다 세 배 이상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교육감 직선제에 대한 회의적인 목소리도 높다. 지방자치를 명분으로 한 교육감 선거가 정작 유권자들의 관심을 받지 못해서다. 교육감 직선제가 도입된 지는 15년이 됐다. 지난 2007년 부산에서 처음 제도가 실시됐고, 2010년 제5회 지방선거에서는 시·도지사 선거와 함께 치러졌다. 그런데도 ‘깜깜이 선거’ 논란이 되풀이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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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교육감 선거 주요 후보들. 왼쪽부터 조희연(진보), 조영달, 박선영, 조전혁(이상 중도보수)ⓒ시사저널 포토

서울시, 중도·보수 후보 단일화 ‘물음표’

서울시교육감 선거에서는 중도·보수 후보들의 단일화 문제만 돋보였다. 박선영·조영달·조전혁(가나다순) 후보의 후보 등록기간(5월12~13일) 전 단일화는 물 건너갔다. 결국 이들을 포함해 총 7명의 후보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에 후보로 등록했다. 전국 17개 시도 교육감 선거 중 후보가 가장 많다.

단일화 논의는 지난 2월부터 이뤄졌다. 지난 2021년 12월 출범한 ‘수도권 교육감 후보 단일화 추진협의회(교추협)’가 보수진영 후보 단일화를 처음 이끌었다. 조영달 후보(서울대 교수)는 선거인단 등 불공정한 과정을 지적하며 협상 테이블에서 나갔다. 박선영 후보(21세기 교육포럼 대표, 전 국회의원)도 예비후보 사퇴를 선언했다. 결국 조전혁 후보(전 국회의원)가 3월30일 교추협의 단일후보로 선출됐다.

상황은 이주호 전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의 등장으로 복잡해졌다. 이 전 장관은 지난 4월 예비후보로 나섰고, 박선영 후보는 다시 단일후보 협상에 참여했다. 이 전 장관이 재단일화를 요구하며 단식투쟁을 벌인 끝에 박선영·이주호·조전혁 후보 간 단일화가 성사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이 전 장관의 사퇴 이후 박선영·조전혁 후보 간 단일화 논의는 진척이 없었다. 서울교육리디자인본부는 4월11일 자체 공모를 통해 조영달 후보를 단일후보로 선출했다. 단체는 그러나 지난 5월20일 조 후보 지지를 철회했다.

꼬여버린 단일화 협상 탓에 보수 원로들도 나섰다. 김무성 전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대표 등이 이끄는 ‘시민사회 지도자회의’는 5월16일 박선영·조영달·조전혁 후보를 대상으로 한 단일화 합의 서약식을 계획했다. 박 후보만 이 자리에 참석하며 단일화 무용론이 커졌다. 단일화 방식을 둘러싼 입장 차도 있었다. 박 후보는 ‘여론조사 100%’ 방식의 단일화를, 조영달 후보는 ‘정책토론 50%, 여론조사 50%’를 고수했다. 조전혁 후보는 두 후보 간 합의를 전제로 어떤 방식의 단일화도 수용하겠다는 입장이다.

세 후보는 결국 5월19일 각각 출정식을 진행했다. 물밑 접촉은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사전투표일(5월27~28일)과 본투표일 직전 단일화의 불씨는 살려뒀다. 중도·보수 후보로 분류되는 윤호상 후보(한양대 교수) 역시 5월18일 기자회견에서 “네 명 모두 뭉쳐 단일화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압박에 나섰다. 그러나 단일화 분위기는 지난 주말 얼어붙었다. 조전혁 후보가 조영달 후보와의 통화에서 박선영 후보를 상대로 욕설을 한 음성 파일이 지난 5월21일 한 유튜브 채널에 올라오면서다. 

진보진영에서는 조희연 현 교육감 외 강신만(전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부위원장)·최보선(전 서울시 교육의원) 후보가 나섰다. 이들은 ‘조희연의 8년’에 비판적이다. 강 후보는 “조 교육감의 혁신학교는 실패했다”며 “기초학력 증진 등을 위한 ‘진보 2.0 시대’를 만들겠다”고 했다. 최 후보 역시 “혁신학교가 문제”라며 학력 격차 해소, 교권 강화 등을 주장했다. 다만 최 후보는 지난 5월22일 조희연 교육감과 교육정책연대 협약식을 열고 인공지능 기반 맞춤형 학습지원 시스템 구축, 교사 자율성 및 교권회복 등 공통 공약을 발표, 진보진영 세 결집을 다졌다. 

현재 조희연 교육감의 독주가 이어진다. 방송3사의 교육감 선거 후보 지지도 조사 결과를 보면, 조 교육감은 19.6%로 가장 높았다. 다른 여론조사에서도 같은 흐름을 보였다. 문제는 조 교육감이 ‘피고인’ 신분이라는 점이다. 조 교육감은 해직교사를 부당하게 채용한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1호 수사 대상이었고,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공직선거법은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그 형의 효력이 남은 자는 피선거권을 잃는다고 규정한다.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상 교육감은 피선거권이 없을 때 직에서 물러나야 한다. 조 교육감의 재판 결과에 따라 교육감직 사퇴 가능성도 있다는 의미다.

이번 선거에서 주목할 부분은 ‘바람’이다. 정권교체를 이뤄낸 대선 분위기가 지선으로도 이어지느냐다. 전국 17개 시도 중 진보와 중도·보수 간 일대일 대결이 이뤄지는 지역은 부산·대구·울산·충북·경남·제주·경기 등 7곳이다. 선관위에 따르면 교육감 선거 출마자는 5월19일 기준 모두 58명, 이 중 현직 교육감은 13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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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5월2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학교 학생들이 등교하고 있다.ⓒ뉴시스

17개 시도 교육청 예산 80조원 넘어

부산에서는 김석준 현 교육감과 하윤수 후보(부산교육대 교수)가, 대구의 경우 강은희 현 교육감과 엄창옥 후보(경북대 교수)가 맞붙는다. 울산의 노옥희 교육감 대 김주홍 후보(울산대 명예교수)도 일대일 대결이다. 충북과 경남, 제주에서는 김병우·박종훈·이석문 현 교육감이 윤건영(청주교대 명예교수)·김상권(전 경남교육청 교육국장)·김광수(전 제주도의회 교육의원) 후보와 경쟁한다. 경기교육감 출마자는 임태희(전 한경대 총장)·성기선(문재인 정부 교육과정평가원장) 후보다.

아울러 인천의 도성훈 교육감 대 최계운(인천대 명예교수)·서정호 후보, 전남의 장석웅 교육감 대 김대중(전남교육자치플랫폼 대표)·김동환(광주전남미래교육희망포럼 대표) 후보, 경북의 임종식 교육감 대 임준희(대구대 초빙교수)·마숙자(전 경북김천교육지원청 교육장) 후보 등의 대결도 이뤄졌다. 뚜렷한 중도·보수 성향 후보가 없는 광주에서는 5명(박혜자·강동완·이정선·정성홍·이정재)의 후보가 나섰다. 강원은 6명(신경호·유대균·민성숙·조백송·강삼영·문태호)의 후보가 난립했다. 충남(김지철·이병학·조영종·김영춘)과 대전(설동호·성광진·김동석·정상신), 세종(최교진·사진숙·최정수·이길주·최태호·강미애) 등에서도 현직 교육감이 재선에 도전했다.

교육감의 권한은 막강하다. 교육청 소속 기관장 및 교원 인사권, 예산 편성 및 집행권 등을 가진다. 지방재정통합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서울시교육청의 세입예산만 10조5800여억원이다. 17개 시·도 교육청의 올해 지방교육재정 규모는 80조원 이상이다. 유·초·중·고등학교 교육뿐 아니라 평생교육, 교육기관 설치·이전·폐지 등 지역 교육 전반에 미치는 교육감의 영향력이 크다.

지난 2018년 선거에서는 보수세가 강한 대구·경북 등을 제외한 전 지역에서 진보 성향의 교육감이 당선됐다. 모두 14곳이었다. 이들 중 전교조 출신은 10명이었다. 전교조에 따르면, 김병우(충북)·김지철(충남)·노옥희(울산)·도성훈(인천)·민병희(강원)·박종훈(경남)·이석문(제주)·장석웅(전남)·장휘국(광주)·최교진(세종) 등이다. 조희연 교육감은 전교조 활동 경력은 없지만 진보 성향의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민교협)에서 활동했다. 민교협 출신의 김석준(부산)·김승환(전북) 교육감과 이재정 경기교육감 역시 진보로 분류된다.

이번 교육감 선거 출마자 중 전교조 출신은 5월19일 기준 12명이다. 강신만(서울)·김병우(충북)·김지철(충남)·노옥희(울산)·도성훈(인천)·문태호(강원)·박종훈(경남)·이석문(제주)·장석웅(전남)·정성홍(광주)·성광진(대전)·최교진(세종) 등이다. 이들 중 현직 교육감(8명) 외 4명의 지지율은 낮은 편이다.

이는 혁신학교 확대, 2025년까지 자사고·특목고 등의 일반고 전환 등으로 이어졌다. 윤석열 정부는 아직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의 정시모집 비중 유지, 자사고 등의 존치 문제 등 첨예한 사안과 관련해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 다만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 시절 자사고·특목고 폐지 재검토 등 공약을 내세웠던 만큼, 향후 이와 관련한 지각변동도 점쳐진다.

ⓒ시사저널 박은숙·연합뉴스
왼쪽부터 임태희(전 한경대 총장)과 성기선(문재인 정 부 교육과정평가원장)ⓒ시사저널 박은숙·연합뉴스

‘깜깜이 선거’ 지적에 정책연합 대안 거론

“후보자들 간 정책토론이 활발해야 합니다. 언론도 후보들의 정책을 제대로 보도해야 합니다.” ‘깜깜이 선거’ 논란을 바라보는 군소 후보의 지적이었다. 교육감 자리는 막중하지만 그에 비해 후보의 정책과 정보 등은 제대로 공유되지 않고 있다. 후보들이 홍보를 위해 선거비용을 쉽게 지출할 수도 없다. 선관위에 따르면 후보 한 명이 지난 2018년 교육감 선거 때 사용한 선거비용은 평균 11억1000만원이었다. 시·도지사 후보들의 1인당 평균 사용액(7억6200만원)보다 많다. 교육감 선거 후보들은 이러한 선거비용을 보전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득표율이 15% 이상 돼야 선거비용을 100% 보전받을 수 있는데, 유권자들의 관심이 떨어지니 득표율 자체가 높지 않다.

대안으로는 교육감 선거 후보와 지방선거 정당 출마자 간 러닝메이트, 간선제 부활, 각 지자체장의 교육감 임명제, TV토론 활성화, 완전한 선거 공영제 등이 나왔다. 다른 나라의 교육감 제도는 어떻게 운영될까. 국회입법조사처 등에 따르면, 영국은 지방의회가 교육을 비롯한 지방자치와 관련해 모든 권한을 가진다. 교육위원회는 지방의회에서 임명된 교육위원들로 구성된다. 교육감은 교육위원회에서 임명한다. 일본도 비슷한 구조다. 일본의 교육행정기관은 중앙의 문부과학성과 지방의 교육위원회로 구분된다. 지방 교육위원회의 경우 지자체장이 교육위원을 선임하고, 의회의 동의를 얻어 교육위원 중 교육감을 임명한다. 미국은 주(州)별로 교육감 선출방법 등이 다르다. 일부 주에서는 교육감 직선제를 실시하는데, 이때 후보가 특정 정당을 표방할 수 있다. 직선제 외에 교육위원회에서 교육감을 임명하는 주도 있다.

전문가들은 교육감 선거 문제에 공감한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 교수는 “교육감 선거 후보들은 당적이 없다”며 “이에 지지 정당에 따라 투표하는 이른바 ‘줄투표’도 교육감 선거에서 보기 어려워, 결국 인지도가 높은 후보가 당선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정제영 이화여대 교육학 교수 역시 “교육감 선거 후보 개인의 교육 비전과 철학이 전혀 공유되지 않고 구체적 정책 논의가 완전히 실종됐다”며 “정보가 거의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정제영 교수는 “러닝메이트제, 국가가 모든 후보의 선거비용을 보전하는 선거공영제 등 대안이 있다”며 “이와 관련한 방향을 사회적 합의를 토대로 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성호 중앙대 교육학 명예교수는 “교육감 선거의 관심도를 높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교육감 선거 후보와 특정 정당의 지자체장 후보 간 ‘정책연합’”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헌법에는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명시하기 때문에 교육감 후보를 정당 소속으로 할 수는 없다”고 했다.

한편 기사에서 인용한 방송3사의 여론조사는 지난 5월14~15일 만 18세 이상 서울·경기 1000명, 인천·강원 801명, 충북·충남 8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서울·경기), 95% 신뢰수준에서 ±3.5%p(인천·강원·충북·충남)였다. 조사기관은 입소스(인천·충남), 코리아리서치(서울·강원), 한국리서치(경기·충북) 등이다. 코리아리서치 조사는 MBC 의뢰로 진행됐다. 5월7~8일 만 18세 이상 서울시 거주자 803명, 만 18세 이상 경기도 거주자 801명을 대상으로 각각 실시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5%p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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