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정상회담 열리는 날, 대통령실 앞 집회 열린다
  • 박나영 기자 (bohena@sisajournal.com)
  • 승인 2022.05.20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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法 “집무실은 관저 아냐”
낮 12시~5시 전쟁기념관 앞 인도·하위 1개 차로로 집회 범위 축소
지난 13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부근 삼각지역 일대에 경찰의 질서유지선이 설치돼 있다. ⓒ연합뉴스
지난 13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부근 삼각지역 일대에 경찰의 질서유지선이 설치돼 있다. ⓒ연합뉴스

한·미정상회담이 열리는 21일 시민단체의 용산 대통령실 인근 집회를 허용하라는 법원 결정이 나왔다. 대통령 집무실 근처 집회 허용 여부를 두고 시민단체와 경찰이 대립하고 있는 가운데 나온 법원의 두 번째 판단이다. 

20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박정대 부장판사)는 참여연대가 서울 용산경찰서의 집회 금지 처분에 불복해 제기한 집행정지(효력정지) 신청을 일부 인용했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제11조는 대통령 관저 100m 이내 옥외집회를 금지하고 있는데, 해당 법의 '관저'에 대통령 집무실이 포함되는지가 쟁점이었다. 새 정부가 청와대 내에 함께 있던 관저와 대통령 집무실을 분리해 옮기면서 경찰과 시민단체 간에 이견이 생긴 것이다.

경찰은 국회의장이나 대법원장, 헌법재판소장 등 다른 공공기관장들의 공관도 100m 이내 집회가 금지된 점에 비춰볼 때 대통령 집무실 역시 금지 대상이라고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참여연대는 경찰이 법 조항을 무리하게 해석해 집회의 자유를 제한한다고 맞섰다. 

재판부는 "집시법에서 정한 대통령 관저란 직무수행 외의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주거 공간만을 가리킨다고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어 "대한민국 건국 이래 최근까지 대통령의 주거와 집무실이 같은 건물이나 구역에 있어 집무실을 별도의 금지 장소로 정할 필요가 없었다"며 "입법자가 '대통령 관저'를 집무실까지 포함하는 법률 용어로 창설한 것이라 단정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14일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회원 등 시민들이 용산 대통령 집무실 인근 도로로 행진하고 있다. ⓒ연합뉴스
성소수자 차별 반대 무지개행동 회원들이 14일 용산 대통령 집무실 인근 도로로 행진하고 있다. ⓒ연합뉴스

재판부는 다만 낮 12시부터 오후 5시까지 전쟁기념관 앞 인도와 하위 1개 차로에서의 집회만 허용하고, 이를 벗어난 범위에서는 경찰의 금지 처분을 유지했다. 당초 참여연대는 오전 8시부터 밤 10시까지 국방부 정문 앞과 전쟁기념관 앞 2개 차로에서 집회를 진행할 예정이었다.

재판부는 "질서 유지를 위한 경찰과 경호 인력이 다수 투입되더라도 집회 시간에 참여연대의 의도를 벗어나 공공질서를 훼손하는 돌발 상황이 일어날 위험을 배제하기는 어렵다"고 집회 범위를 좁힌 이유를 설명했다. 

앞서 참여연대는 '남북·북미 합의 이행 및 한반도 평화'를 주장하는 기자회견과 집회를 국방부와 전쟁기념관 앞에서 진행하겠다고 경찰에 신고했다가 금지 통고를 받은 데 불복해 집행정지를 신청했다.

법원이 용산 대통령실 근처 집회에 허용 결정을 내린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김순열 부장판사)는 지난 11일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이 경찰을 상대로 낸 유사한 취지의 집행정지 신청을 일부 인용했다. 법원은 대통령실 100m 이내 행진을 허용하면서 1시간 30분 이내에 행진 구간을 빠져나가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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