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는 원숭이두창 격리·백신 접종 시작…국내는 어쩌나
  • 박나영 기자 (bohena@sisajournal.com)
  • 승인 2022.05.25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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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증상 발현 4∼5일 이내 사람들에게 백신 접종
밀접접촉자 3주 자가격리
방역당국이 24일 해외에서 감염 사례가 잇따르는 원숭이두창의 국내 유입 방지를 위해 감시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은 이날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의 입국자 코로나19 검사 센터 모습. ⓒ연합뉴스
방역당국이 24일 해외에서 감염 사례가 잇따르는 원숭이두창의 국내 유입 방지를 위해 감시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은 이날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의 입국자 코로나19 검사 센터 모습. ⓒ연합뉴스

바이러스성 질환인 '원숭이두창(monkeypox)'이 전세계 19개국으로 확산하면서 예방과 치료법에 관심이 쏠린다. 천연두 백신이 원숭이두창에 85%의 예방효과를 가진다지만 방역당국은 사용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다. 올 여름 코로나 재유행 가능성이 큰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국내에 두 가지 전염병이 동시 확산하는 상황이 오는 건 아닌지 우려가 크다. 

방역당국은 24일 원숭이두창의 국내 유입 가능성이 대비해 입국 감시 체계를 강화하고 전국 시도 보건환경연구원에서의 검사 확대도 검토하고 있다. 검역 등과 관련해 PHEIC(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 선언 등 국제사회에서의 움직임이 있을 경우 따로 검역 절차나 해외 출입 문제를 다시 고려한다는 방침이다. WHO는 앞서 원숭이두창이 풍토병화되지 않은 지역에서는 발병 조기 인지·격리 등의 방법으로 전파를 막을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현재 유럽·북미 등을 중심으로 감염자가 속출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24일(현지 시각)까지 확인된 확진 사례는 19개국에서 131건이다, 의심 사례는 106건이다. 감염되면 발열, 두통, 근육통, 요통, 근무력증 등의 증상을 보이며 1∼3일 뒤 발진이 생긴다. 발진은 얼굴에서 시작해 다른 부위로 퍼진다. 가렵거나 아프고 물집이 생겼다가 딱지가 돼서 떨어지며 흉터가 남을 수 있다. 약 2∼4주간 지속되며, 잠복기가 5∼21일로 긴 편이다. 치료제는 없지만 두창 치료에 쓰인 항바이러스제가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원숭이두창에 85% 감염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사람두창 백신이 확진자들에게 사용되기 시작했다. 영국 보건안전청은 감염자와 직접 접촉했거나 함께 사는 경우 3주 자가격리하라는 지침을 내리고, 일부 밀접 접촉자들에게 사람두창 백신을 접종했다. 영국의 감염병 전문가인 수전 홉킨스 박사는 "영국에선 이미 지역감염이 나타나고 있다"면서 "백신은 일반 대중에게 사용하진 않고 증상이 나타날 위험이 높거나 증상 발현 초기 4∼5일 이내인 사람들에게 접종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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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도 사람두창 백신 3502만 명분이 비축돼 있지만 방역당국은 사용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외국에서와 같이 매우 제한된 목적의 사용만 고려하겠다는 입장이다. 방역당국은 "현재 보유하고 있는 백신은 세계 어딘가에 남아 있을 수 있는 두창 바이러스와 특히 실험실에서의 사고에 대비한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아주 큰 위험 상황이 아니면 사람두창 백신은 사용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사람두창 백신 접종 방식이 어려운 점도 우려 요인이다. 코로나 백신처럼 근육주사로 한 번에 놓는 방식이 아니라 10~20번 피부를 찌르는 분지침 방식으로 매우 까다롭고, 접종 중 감염 위험이 있어 격리기간을 가져야 해 대규모 접종은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 두창 백신이 중단된 1979년 이전에 두창 백신을 맞은 사람들이 두창에 대해 면역력이 어느 정도 있을 수 있지만, 이에 대한 평가는 정확하지 않다. 방역당국은 "사람의 몸에는 면역을 기억하는 면역세포들이 있는데 현재 어떻게 발현될지 알 수 없어서, 이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정확한 평가는 어렵다"고 밝혔다. 

코로나19 백신과의 공동 사용이 가능한 지에 대한 검토도 이뤄지지 않았다. 정부는 재유행 시기가 가을에서 여름에서 앞당겨질 것으로 예측하고 하반기 4차 접종 계획을 세우고 있다. 방역당국은 "사람두창 백신은 기본적으로 생백신이기 때문에 코로나 백신과 병용에 대해 의학적으로 검토가 좀 더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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