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훈식 "다시 민주당을 좋아할 4가지 이유 만들겠다"
  • 구민주·김종일 기자 (mjooo@sisajournal.com)
  • 승인 2022.07.0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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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당대표 출마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 “민주당을 쿨하고 힙하게…진보 재구성하겠다”
“尹정부 반사이익에 기대지 않고 정치 효능감 선사할 것…이재명, 자신과 함께 싸웠던 이들부터 어루만져야”
6일 오후 더불어민주당 당대표에 출마한 강훈식 의원이 국회 의원회관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시사저널 이종현
 더불어민주당 당대표에 출마한 강훈식 의원이 6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시사저널 이종현

“쓸모 있는 정치가 무엇인지 보여드리겠다”며 당대표 출사표를 던진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새 당대표가 갖춰야 할 세 가지 능력을 제시했다. ‘미래와 혁신을 만들 비전’과 ‘170석 야당을 운영할 수 있는 정무적 감각’ 그리고 ‘계파 싸움을 극복할 통합의 리더십’이다. 강 의원은 자신이 이를 두루 갖춘 적임자라고 강조하며 “과거 많은 이들이 좋아했던 쿨하고 힙한 민주당을 다시 만들어내겠다”고 밝혔다.

강 의원은 당 안팎에서 부는 세대교체론을 “단순히 젊은 사람이 나서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새로운 감각으로 당을 전면쇄신해 승리하라는 명령”으로 해석했다. 그는 민주당 승리의 답은 김대중-노무현 두 전직 대통령이 앞서 걸었던 ‘통합의 길’에 있다고도 강조했다.

 

‘쓸모 있는 민주당’을 약속했다. 그동안은 민주당이 쓸모없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민주당은 민생 정치를 실종시켰다. 뜻은 좋았지만 검찰개혁도 성급했다. 청년과 여성에 대해선 지나치게 표로만 접근했다. 국민이 180석을 몰아줬는데 과연 그동안 어떤 쓸모가 있었는지 스스로 되묻지 않을 수 없었다. 지금 윤석열 대통령은 국민에게 절망만 안기는 쓸모없는 정치를 하고 있다. 고물가·고유가·고금리 속에서 뚜렷한 답을 주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은 기본과 상식이 무너져 있던 과거를 극복하고 이제라도 쓸모 있는 정치를 해야 한다.”

민심이 민주당을 외면한 이유는 무엇일까.

“많은 사람들이 좋아해줬던 시절 민주당은 ‘쿨’하고 ‘힙(hip)’했으며 ‘핫’하고 ‘팝(popular·대중적인)’했다. 지난 개표방송 당시 윤석열 후보의 당선 유력 문구가 떴을 때 ‘깔끔하게 패배를 인정하고 지도부 총사퇴를 결단해야 한다’는 얘기가 있었고 실제 그렇게 실행했다. 이런 결정이 ‘쿨’한 것이다. 그것이 대중들에게 미안함과 애잔함을 자아냈고 신규 당원이 급증했다. 지방선거 이후 ‘쿨함’이 사라졌지만 말이다. 때로는 ‘힙’하고 혁신적이었고 촛불광장에선 ‘핫’하기도 했다. 그래서 대중이 당으로 모였다. 지금 우리 당은 그 네 가지를 모두 잃었다. ‘쿨함’ 대신 내로남불을 얻었다. ‘힙함’은 사라지고 기득권 정당이 됐다. ‘핫’하지 않고 미지근한 모습이다. 그래서 대중들이 떠났다. 진단이 정확하면 길도 보인다. 당을 혁신하고 진보를 재구성해 과거 민주당을 좋아했던 네 가지 이유를 회복해 나가겠다.”

진보의 재구성은 어떻게 이뤄질 수 있나.

“과거 국민의힘의 전신들은 ‘독재’였고 우리 당은 그에 맞서 ‘민주화’를 외쳤다. 그런데 지금 저쪽이 독재인가. 그렇지 않다. 윤 대통령도 이준석 대표도 독재의 후예가 아니다. 보수를 재구성해낸 것이다. 우리도 ‘정치 뉴딜’을 해야 한다. 우리 당이 누구를 위해 일할지 준거집단을 다시 명확히 하고 이들을 위한 정치를 펼쳐야 한다. 우리가 챙겨야 할 서민과 중산층, 이들이 누구인지를 재설정하고 그에 맞는 정책을 제시해야 한다.”

 

“누군가를 악마화하는 행태는 팬덤이라 말할 수 없다”

당의 쟁점인 ‘팬덤 정치’에 대해선 어떤 입장인가.

“팬덤이 무슨 문제인가. 현실 정치에 답답함을 느끼는 지지자들의 적극적 참여 아닌가. 직접 민주주의를 늘려나가는 게 오늘날 북유럽 정치의 흐름이기도 하다. 다만 누군가를 악마화하고 집단 괴롭힘을 가하는 행태는 결코 팬덤이라 말할 수 없다. 어떤 스타에게도 그런 팬덤은 없다.”

대선 당시 전략기획본부장으로서 이재명 후보를 적극적으로 도왔다. 그럼에도 그의 당권 도전에 부정적인 이유는 무엇인가.

“만일 이번에 이 의원이 당대표로 나서는 게 맞다고 판단했다면 제가 나오지 않고 열심히 도왔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생각되지 않았다. 이 의원에게 모든 걸 걸고 대선을 뛰었다. 저 뿐 아니라 모두가 이재명이 되어 함께 싸웠다. 그의 어려웠던 삶의 여정에 공감하며 함께 눈물 흘렸고 상대의 공격에 혼신을 다해 맞섰다. 이 의원은 자신과 함께 싸워준 분들의 마음부터 충분히 어루만져줬으면 좋겠다.”

일각에서 분당설까지 나온다. 어떻게 헤쳐 나갈 계획인가.

“당 통합을 위한 제 제안은 ‘통합형 인재’를 적극적으로 등용하는 것이다. 그리고 인사의 문을 최대한 개방하는 것이다. 국회의원들이 당연하게 맡아 온 당직들이 여럿 있다. 사무총장·민주연구원장·홍보위원장·대변인까지 더 잘할 만한 외부 인재들을 영입하고 필요하면 경쟁도 거치도록 할 것이다. 안에서만 인재를 찾으면 조직은 고인물이 돼 버린다. 외부에서 새로운 에너지를 적극적으로 유입할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당대표에 출마한 강훈식 의원이 6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시사저널 이종현
더불어민주당 당대표에 출마한 강훈식 의원이 6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시사저널 이종현

“尹에 등 돌린 민심이 기댈 수 있는 당 돼야”

지지율이 아직 저조하다. 반전을 기대할 수 있나.

“출마한 지 이제 3일 됐다. 이제부터 흐름이 달라질 것이다. 저 강훈식이 경선 컷오프를 통과하면 그건 하나의 새로운 파격이 될 것이다. 그것이 곧 민주당 변화의 시작으로 읽힐 것이다. 그런 파격을 만들어낼 수 있을 거라 믿는다.”

‘강훈식 당대표’의 공천 원칙과 방향은 무엇인가.

“지난 총선에서 180석을 얻었던 정당 아닌가. 시스템 공천의 효과였다. 이번에도 시스템 공천의 룰을 정확하게 지키는 것을 원칙으로 두겠다. 공천을 이렇게 하겠다 저렇게 하겠다 덧붙이는 건 오히려 본질이 아니다.”

당대표가 된다면 대정부, 대여당 전략은 어떻게 세울 것인가.

“지금은 누가 뭐래도 윤석열과 김건희의 시간이다. 그런데 국민들은 이미 이 시간이 어떻게 끝날지 잘 알고 있다. 정부·여당에 실망해 등 돌린 민심이 민주당에 기댈 수 있도록 내실을 다지겠다. 독하기 만한 공격보다 정확하고 아픈 지적을 할 것이다. 윤석열 정부의 반사이익에만 기대지 않고 우리 당 자체로 국민에게 정치 효능감을 주는, 국민이 다시 좋아할 만한 정당으로 만들겠다.”

더 장기적인 승리 전략이 있나.

“개개인의 삶이 너무 힘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연대하고 포용하는 것이 가치 있는 길이라는 걸 잘 알고 있다. 우리 당이 이 가치를 다시 살리고 주도해야 한다. 보수의 공식은 딱 한 가지다. 남북을 갈라 빨갱이라고 몰아세우고, 동서를 갈라서 호남 전체를 매도하기도 했다. 이번엔 남녀를 갈라서 승리했다. 반면 우리 당은 이를 포용하고 연대하며 극복해왔다. 남북을 포용했던 김대중 전 대통령, 동서를 화합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있었다. 이젠 남녀 갈등을 넘어 통합의 시대를 열어야 한다. 이게 우리의 승리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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