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尹정부] “참모들이 있긴 한 건가”…대통령에 직언하는 사람 없어
  • 이원석 기자 (lws@sisajournal.com)
  • 승인 2022.07.15 14:00
  • 호수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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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2개월 만에 30%대 지지율’ 초래한 내부 요인 다섯 가지 (下)
①대통령 부인 관리 ②비선 논란 ③편중된 인사 ④윤 대통령의 태도 ⑤참모의 무능력

☞ 앞서 보도된 「[위기의 尹정부] 비선 논란 중심에 선 김건희 여사」에서 이어지는 기사입니다.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이 취임 2개월여 만에 30%대로 추락했다. 대통령 임기는 60개월(5년)이다. 42.195km를 달리는 마라톤에 비유하면 이제 2km도 채 지나지 않았는데 주자가 벌써 숨을 헐떡이며 휘청거리는 모양새다. 윤석열 정부의 남은 임기는 57개월여나 된다. 너무 빨리 찾아온 위기는 역설적으로 여전히 시간적 여유가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문제점을 파악해 고치고 나면 다시 기회가 찾아올 수 있다. 가장 큰 위기는 문제가 있다는 걸 모르거나 외면하는 태도를 보일 때 온다.

시사저널은 윤 대통령 지지율에 치명적 영향을 미친 대통령실의 내부적 요인들을 추적해 봤다. 크게 5가지로 정리된다. ①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 관련 논란 ②비선 논란 ③편중된 인사와 부실한 검증 ④윤 대통령의 태도 ⑤참모의 무능력 등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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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문제 일으킨 유투버도?…‘능력’ 안 보이는 인사

역대 정부마다 반복되는 교훈은 인사 문제였다. 잘못된 인사는 후폭풍이 크다. 그런데 이 문제가 윤석열 정부에서도 그대로 반복되며 대통령 지지율 하락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대통령실 참모 및 초대 내각은 ‘서육남’(서울대+60대+남성)과 검찰 위주 인사에 편중됐다는 비판을 받았다. 장관 후보자 등 인사들의 도덕성 문제도 컸다. 현재까지 장관급에서만 4명이 ‘아빠찬스’ ‘정치자금법 위반’ 의혹 등으로 낙마했다.

특히 대통령실 내부의 크고 작은 인사도 상당히 시끄러웠다. 김건희 여사가 운영하던 회사의 직원, 윤 대통령의 친구 아들, 친척 동생 채용도 여기에 포함된다. 사적 인연이나 친분이 인사 발탁에 크게 작용하는 것 아니냐는 점에서 논란은 반복됐다. 최근엔 문재인 전 대통령 양산 사저 앞 욕설 시위를 주도하는 극우 유튜버 안정권씨의 누나 안아무개씨가 대통령실에 행정요원으로 채용돼 일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져 크게 논란이 됐다.

대통령실은 누나 안씨에 대해 “능력을 인정받아 임용된 것”이라며 “누나와 동생을 엮어 채용을 문제 삼는 건 연좌제”라고 발끈했다. 그러나 시사저널 취재 결과, 안씨 남매는 단순한 가족 관계를 넘어 극우 유튜브 채널을 함께 운영한 동업자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해당 채널에선 진보진영 정치인들은 물론 세월호 참사 유가족, 일본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비하가 빈번하게 이뤄졌다. 

사실 매우 비슷한 장면이 윤 대통령 취임 직후에도 이미 존재했다. 윤석열 정부에서 신설된 대통령실 종교다문화비서관에 임명됐던 김성회씨가 동성애 및 위안부 피해자 비하 발언이 드러나면서 자진 사퇴한 일이다. 김씨는 극우 성향 목회자인 전광훈 목사가 창간한 한 극우 매체의 논설위원도 역임했다. 선거 과정에서 김 여사 찬양 칼럼을 여러 편 쓰기도 했다.

논란이 된 대통령실 인사들은 무게감에서 내각 인사와는 차이가 있다. 그러나 같은 윤 대통령의 인사 철학이 관통한다. 윤 대통령이 인사에서 강조한 건 능력이다. 대통령실도 인사 관련 논란에서 빠지지 않고 하는 말이 “능력을 우선적으로 봤다”는 것이다. 그러나 결국 몇몇 사례를 통해 능력보다는 특정 성향이나 윤 대통령과의 친분이 인사에서 중요하게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된다.

결국 윤석열 정부가 내세웠던 ‘공정과 상식’이 인사에서 무너진 것 아니냐는 쓴소리까지 나온다. 양승함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는 이같이 비판했다. “윤 대통령이 공정과 상식에서 벗어난 너무 편중된 인사를 하고 있다. 능력을 강조하는데 특별한 성과도 없고 국정운영에 대한 비전도 결여됐다. 낙마도 벌써 몇 번째인가. 전 정권과 다른 것이 무엇인지 모르겠다. 인사에 있어 본인의 인재 풀에서 벗어나 균형과 안배에 신경 쓸 필요가 있다.”

 

4. 윤 대통령의 ‘마이웨이’ 태도

“전 정권에 지명된 장관 중에 이렇게 훌륭한 사람 봤나.” 7월5일 도어스테핑(출근길 약식회견)에서의 윤 대통령 답변은 여권 내부에서도 ‘참사’로 평가된다. ‘인사 실패라는 지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취재진 질문에 손가락을 치켜세우며 신경질적 태도를 보인 것. 여당의 한 중진 의원은 “아무리 마음의 소리가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렇게 날것 그대로 속내를 내비친다면 언론과 야당에 빌미를 줄 수 있다”며 “윤 대통령이 조금 더 포커페이스(속마음을 들키지 않기 위해 하는 표정 관리)를 하면 좋겠다”고 했다.

평소의 직설적 화법은 윤 대통령의 장점으로 꼽힌다. 그러나 현시점에선 부정적 효과가 더 컸던 것으로 보인다. 신경질은 물론 ‘전 정권 탓’을 한 것도 이유다. 여러 논란 속에 국정운영 능력이 도마에 오른 상황이다. 날 선 반응은 실망만 키울 뿐이다. 마음을 더 넓히고 방어적 태도를 버려야 한다는 주문이 나온다.

윤 대통령의 태도 문제를 촉발한 도어스테핑을 두고도 견해가 분분했다. 그러나 여야를 가리지 않고 도어스테핑 자체에 대해선 긍정적 평가가 꽤 많은 편이다. 윤 대통령도 도어스테핑에 애정이 상당하다는 게 대통령실의 설명이다. 문제는 도어스테핑 자체가 아니라 준비 안 된 메시지에 있다는 시각이 크다. 즉흥적 약식회견은 방법이 없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취재에 따르면, 지금도 대통령실에서는 도어스테핑 때 나올 예상 질문에 대비한 답변을 나름대로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더 큰 문제인 셈이다. 그럼에도 윤 대통령의 정제되지 않은 메시지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 대통령실 내 코로나19 확진자 급증으로 인해 공지됐던 도어스테핑 잠정 중단을 놓고 ‘오락가락’ 결정이 이뤄진 것도 이러한 문제와 동떨어지지 않는다는 평가가 있다. 전날 대변인이 잠정 중단 사실을 알렸으나 다음 날 윤 대통령이 출근하면서 “이거야 하면 안 되겠나”라고 하루 만에 재개한 것이다. 이 장면에 대해 윤 대통령 조언 그룹에 속하는 한 여권 관계자는 “매우 즉흥적이고 ‘마이웨이’인 윤 대통령의 업무 방식을 그대로 보여준 장면”이라며 “참모들은 아마 여러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잠시 중단하고 정돈의 시간을 갖길 원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엔 준비가 중요하다. 준비된 태도, 준비된 메시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앞의 여권 관계자는 “도어스테핑이 약식회견이지만 국민에게 메시지를 던지는 것으로 지금보다 더 무게감을 갖는 태도가 필요하다. 도어스테핑뿐만 아니라 모든 국정운영에서도 마찬가지”라고 충고했다.

7월6일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열린 고위 당정협의회에 참석한 김대기 비서실 장(오른쪽)과 이진복 정무수석ⓒ연합뉴스
7월6일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열린 고위 당정협의회에 참석한 김대기 비서실장(오른쪽)과 이진복 정무수석ⓒ연합뉴스

5. 사라진 비서실장, 존재감 없는 수석들

최근 여의도 정치권과 용산 주변에선 “대통령의 참모들이 전혀 안 보인다”는 말이 심심찮게 들린다. 본래 대통령의 참모들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표현은 긍정적 의미가 되는 게 맞다. 참모들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대통령을 그림자 보좌하고 있다는 의미가 통할 때다.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정말로 참모들의 존재감이 보이지 않는다는 의미다. 앞서 열거한 요인들에 대해 사전에 대처하고, 이후에 대응해야 하는 건 참모들의 역할이다. 그런데 참모들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특히 대통령 주변에서 역할이 가장 무거워야 할 김대기 비서실장과 이진복 정무수석에 대한 의구심이 꽤 커 보인다. 김 실장은 최근 대통령과 관련해 발생한 일련의 논란들과 지지율 하락에 대통령 다음으로 가장 큰 책임이 있는 인사로 꼽힌다. 보통 대통령 대신 사과를 하는 것도 비서실장 몫이다. 그런데 김 실장은 지금까지도 존재감이 없다. 정치권에선 “경제 전문가인 김 실장이 정책만 돌보고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이진복 정무수석도 마찬가지다. 여야가 원 구성을 마무리하지 못하며 두 달째 국회가 공전하고 있지만, 이 수석의 이름은 들리지 않는다. 여야 관계는 물론 최근엔 이준석 대표 징계를 둘러싼 여권 내부의 문제로 시끄러웠다. 이는 대통령 지지율에도 치명적 요인으로 평가된다. 직후에 권성동 원내대표와 장제원 의원 등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의 내분 조짐까지 보인다. “이 수석이 만약 움직이고 있다면, 당내 싸움을 열심히 부추기고 있는 것 아니겠냐”는 조소까지 나오는 이유다.

이들뿐만이 아니다. 대통령의 지지율이 취임 두 달 만에 계속 추락하는 위기 상황에서 강승규 시민사회수석, 최영범 홍보수석, 강인선 대변인 등의 존재감은 보이지 않는다. 벌써부터 대통령에게 ‘쓴소리’를 할 참모가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뼈아프다. 진정한 참모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가 직언이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쓴소리를 하려면 그 정도의 식견과 경험이 있어야 하는데 그걸 갖춘 참모가 대통령 곁에 현재 있는지 모르겠다. 또 지금 하고 있는 것 같지도 않다”고 꼬집었다. 채진원 경희대 교수도 “국민 정서를 제대로 읽고 필요한 처방을 똑바로 할 수 있는 감수성과 균형을 갖춘 참모가 윤 대통령에게 필요해 보인다”고 충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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