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훈 “이재명 당 대표가 공천하면 ‘학살’ 이상 수준 될 수도”
  • 구민주 기자 (mjooo@sisajournal.com)
  • 승인 2022.07.20 14:00
  • 호수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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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출마한 설훈 의원
“李 의혹들, 우리 당 도덕적 우월성 사라지게 해”
당대표 선거에 출마한 설훈 더불어민주당 의원 ⓒ시사저널 박은숙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한 설훈 더불어민주당 의원 ⓒ시사저널 박은숙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한 5선 중진 설훈 의원은 “이재명 의원의 출마로 앞으로 당은 더욱 출렁거리고 분열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7월17일 이 의원의 출마 기자회견 불과 1시간 후 맞불 출마에 나선 설 의원은 7월19일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이 의원이 당 대표가 돼 차기 총선 공천권을 갖게 되면 공천 학살 이상의 일이 벌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이 의원은 출마선언문에서 “통합 정치를 하겠다”며 “‘공천 학살’이라는 단어는 사라질 것”이라고 공언한 바 있다.

설 의원은 이 의원의 팬덤인 ‘개딸’(개혁의 딸)을 지목하며 “이 같은 극성 지지자들의 공격 탓에 누구나 마음껏 이야기하는 당 분위기가 사라져 버렸다”고도 지적했다. 더불어 이 의원을 둘러싼 의혹들을 지적하며 “민주당이 갖고 있던 도덕적 우월성이 사라졌다”고 직격했다.

 

출마를 선언하며 ‘지금 민주당은 잘못된 걸 잘못했다 말할 용기가 없어졌다’고 했다. 왜 이렇게 진단하나.

“6월22일 민주당 의원 전체 워크숍을 가졌다. 의원 누구나 나와서 자유발언을 할 수 있는 판이 깔렸다. 사회자가 여러 차례 나와서 발언하라 해도 아무도 나서지 않았다. 지켜보다가 안 되겠다 싶어 마중물 역할을 하는 셈 치고 제가 나섰다. ‘누구든 나서서 백가쟁명(百家爭鳴)할 수 있는 당 분위기가 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이재명 의원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제가 이 의원에게 출마하지 말라고 간곡히 요청했다. 이 의원이 안 나오면 나도 안 나가겠다’라고 했다.”

그 현장에 이 의원도 있지 않았나.

“이 의원이 맨 앞줄에 앉아있었는데 중간에 보니 자리에 없더라. 그래서 어디 가셨나 보니 저 뒤에 있더라. 그래서 제가 ‘나가지 말고 제 말을 들으라’고 했다. ‘앞으로 의원들이 여러 이야기를 할 텐데 잘 듣고 판단하라’고도 했다. 그런데 이후 아무도 발언을 더 이어가려 하지 않았다. 왜들 이렇게 주저할까. 소위 ‘개딸’이라는 극성 지지자들이 자신이 지지하는 의원과 다른 의견을 내면 거침없이 공격하기 때문이다. 사람이기 때문에 ‘당을 나가라’ ‘죽어라’ 하면 움츠러들지 않겠나. 이 현상부터 바로잡아야 당에 마음껏 말할 분위기가 다시 만들어진다.”

이 의원 출마 1시간 만에 같은 자리에서 출마선언을 했다. 이 의원이 불출마를 택했다면 정말 불출마했을 것인가.

“이 의원 출마를 애시당초에 확신하고 있었다. 출마에 대한 질문에 계속 ‘심사숙고하겠다’고 답하는 걸 보고 ‘이미 결심했구나’ 직감했다. 당 원로들을 비롯해 여러 사람의 이야기를 들었지만 결국 본인 계획은 일찍이 서있었던 것이다. 훤히 보였다.”

 

“DJ 닮고 싶다고 한 이재명, DJ도 2년 쉬었다”

이 의원은 출마 후 첫 행보로 김대중 전 대통령 묘역을 찾았다. ‘동교동계’로서 어떻게 평가하나.

“이 의원이 DJ를 본받겠다고 했다. 좋은 말씀이다. 그러나 민주당의 지도자라는 건 불의에 저항해야 하고 정의롭고 정직해야 한다. 그동안 우리 당이 상대 당보다 정의와 도덕성 면에서 월등히 우월하다고 주장해 왔다. 그런데 이제 그 주장을 하기 쉽지 않아졌다. 이 의원의 여러 의혹 때문에 오히려 저쪽에서 우리 당을 향해 비아냥거리고 있다. ‘너희 당이 갖고 있는 흠결을 보아라. 무슨 정의가 있고 도덕이 있느냐’라고 공격한다. 할 말이 없어진다. 이런 상황을 극복하지 못하면 앞으로 우리 당이 내세워온 상대적 강점들은 더욱 사라져 버린다.”

그런데 이 의원의 사법 리스크는 여당과 검경에서 만들고 있다는 시선도 있다. 이 의원 역시 정치보복이라는 입장인데.

“사법 리스크가 어느 정도 존재하는 건 객관적 사실인 것 같다. 다만 윤석열 대통령 본인도 소위 ‘본부장(본인·부인·장모) 리스크’가 있지 않나. 물론 대통령이기 때문에 기소는 안 되겠지만 언젠가 임기는 끝나게 된다. 본인 리스크는 외면한 채 이 의원만 공격하려 한다면 국민이 그냥 두진 않을 것이다. 제가 이 의원에게도 이런 말을 해주며 ‘염려하지 마라’고 한 적 있었다. 그때 이 의원은 ‘잘못한 거 없다’고 하더라. 더 이상 얘기할 필요 없어 넘어갔다.”

이 의원은 이번 출마로 자신의 책임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나름대로 정치 승부수를 띄운 것 아니겠나.

“출마하는 게 책임지는 것인가. 책임을 진다고 하면서 또 선거에 나오고 또 지고 다시 나오고, 그건 말이 안 된다. 이 의원이 닮고 싶다고 한 김대중 전 대통령도 중간에 책임지는 자세로 2년 가까이 쉬었다.”

이 의원은 당내 우려를 의식해 출마 당시 ‘공천 학살 없다’고 강조했다. 어떻게 들었나.

“출마한 후보 중 공천 바르게 하지 않겠다고 한 사람 누가 있나. 다들 공정하게 하겠다고 한다. 그런데 ‘개딸’ 등 이 의원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하는 얘길 들어보라. ‘수박’(‘겉과 속이 다른 배신자’라는 민주당 강성 지지층의 용어)을 다 박살낸다고 하는 등 거친 목소리를 내는데, 이 의원이 이러한 목소리를 들었다면 ‘공천 학살’ 이상의 일도 벌어질 수 있다고 본다. 그렇게 되면 당은 더욱 출렁거릴 테고 분열 사태가 올 것이다.”

설 의원도 문자폭탄을 받나.

“받는 정도가 아니다. 물러나라고 하고 죽으라고 하는데도 신경 안 쓴다. 내가 당신들보다 훨씬 더 민주당을 사랑한다는 생각을 하며 넘긴다.”

일각에서 분당 가능성까지 거론하는데.

“분당까진 절대 안 가도록 필사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다만 지금 그런 위험이 점점 커지고 있는 분위기인 것만은 분명하다.”

현실적으로 ‘이재명 지도부’가 출범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계속 견제할 것인가.

“당이 한 방향으로 흐르지 않도록 당원과 국민이 감시할 것이라 믿는다. 그것이 곧 민주당이 살아나는 길이라는 걸 아실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민주당은 길을 잃고 더욱 엉뚱한 방향으로 가게 될 것이다. 다행히 지금은 윤석열 정부가 워낙 헤매고 있어 우리 당의 위기가 전부 눈에 안 보이지만, 국면이 진정되고 윤석열 정부가 정신을 차리게 되면 우리 당에도 다시 위기가 올 수 있다. 대비해야 한다.”

일각에서 이낙연 전 대표의 조기 등판설도 제기하는데.

“그건 아니다. 이 전 대표는 미국에서 공부하며 쉬고 계신다. 이 전 대표도 전혀 그럴 생각이 없다. 물론 한국 정치는 워낙 다이내믹하니까 어떻게 될지 누구도 알 수 없지만 현재로선 본인이 전혀 그럴 생각이 없다.”

7월17일 설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당대표 선거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 시사저널 박은숙
7월17일 설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당 대표 선거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 시사저널 박은숙

“尹 정부, ‘협치’해야 지지율 오를 텐데 여당 강성파가 방해”

‘민생을 외면하고 있는 윤석열 정부에 가차 없이 철퇴를 가하겠다’고도 강조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행보, 어떻게 평가하나.

“너무 못하는 것 같다. 아무리 윤 대통령 본인 말대로 ‘대통령 처음 해본다’고 하지만 상식 밖의 일이 많다. 지금 탈북 어민 북송 논란도 말이 되는 일인가. 16명을 죽인 학살자를 어떻게 우리가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나. 여당도 사건 당시엔 어떻게 그들을 받느냐고 주장했잖나. 지난 정권 들쑤실수록 지지율은 더 추락할 것이다. 국민을 바보로 아는 것이다. 안타까워 죽겠다. 이대로라면 지지율 한 자릿수까지 떨어진다.”

정부가 지지율을 회복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라고 보나.

“하나 있다. 야당에 ‘협치’하자고 먼저 손 내밀면 금방 지지율 회복할 수 있다. 어제(18일) 권성동 국민의힘 당 대표 직무대행이 광주시청을 방문했다. 그 자리에서 제가 권 대행에게 ‘야당과 협치하라. 국민이 박수 치며 지지율 10%는 올려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랬더니 그를 따라온 여당 국회의원 여럿이 맞는 말이라며 끄덕끄덕하더라. 협치를 해도 지지율 오를까 말까인데, 자꾸 얘기도 안 되는 걸 끄집어내 갈라치기 하고 있으니 어느 국민이 정부를 따르겠나.”

중진 의원으로서 현재 국회 원구성을 둘러싼 여야 갈등 상황은 어떻게 보고 있나.

“여당은 국정을 이끌 기본적인 책임이 있다. 아무리 의석수가 밀린다 하더라도 조속히 국회를 정상화시키는 게 여당의 의무다. 권성동 대행도 계속 떼만 쓰는 게 아니라 어느 정도 야당과 합의하려는 의지가 있는 듯한데, 장제원 의원 같은 여당 내 강경파들이 ‘쉽게 해주지 마라’며 발목을 잡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당이 합리적 처방은 못 내리고 서로 충돌만 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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