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국힘보다 ‘비상’? 좌초 위기 몰린 정의당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2.08.31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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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례대표 총사퇴’ 두고 찢어진 당심…‘2차 미투’로 민심까지 악화돼

여의도가 소란스럽다. 새 지도부를 꾸린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 대표를 둘러싼 ‘사법리스크’로, 국민의힘은 비상대책위원회 존속을 두고 논란이 이어지는 양상이다. 그러나 제3당인 정의당의 ‘집안 사정’도 녹록지 않다. 거대 양당의 뉴스가 정치면은 뒤덮는 사이, 정의당은 ‘비례대표 총사퇴’ 가능성에 직면했다. 이런 가운데 강민진 전 청년정의당 대표가 ‘2차 미투 폭로’까지 제기했다. ‘집안 다툼’이 이어지면서 정의당이 걷잡을 수 없는 혼란으로 치닫는 모습이다.

정의당 이은주 비상대책위원장이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의당 이은주 비상대책위원장이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감은 뒷전?…비례대표 두고 갈라진 ‘당심’

정의당은 31일부터 다음달 4일까지 ‘비례대표 의원 총사퇴 권고’ 당원 총투표를 실시한다. 투표 결과는 다음달 4일 투표 후 공개될 예정이다. 총투표가 가결되면 정의당 소속 의원 6명 중 심상정 의원(경기 고양시갑)을 제외한 류호정·장혜영·강은미·배진교·이은주 의원 등 5명의 비례대표가 사퇴 권고를 받게 된다.

다만 사퇴 권고를 비례대표들이 받아들이지 않을 수도 있다. 이번 투표가 강제력이 부과된 ‘당원소환’ 투표는 아니어서다. 그러나 정의당 일각에선 총투표 결과와 상관없이 조만간 ‘태풍’이 일 것이란 우려섞인 관측이 제기된다. 만약 당 지도부가 총투표 결과를 무시할 경우 총투표 찬성 측에서 여론전을 포함한 거센 압박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 경우 국민의힘의 지도부 내홍이 정의당에서 재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총투표 찬성 측 대표자인 정호진 전 정의당 수석대변인은 지난 26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당원총투표는 정의당 최고의사기관인 당대회보다 우선하는 결정”이라며 “강제성이 없다고 하더라도 비례대표 국회의원들은 앞서 말씀드렸듯이 당원에 의해서 선출된 분들 아니겠느냐. 당원의 결정을 가볍게 여길 거라고 생각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비례의원 총사퇴가 없으면 정의당의 미래도 없다”고 강조했다.

반면 문영미 정의당 인천시당위원장은 지난 30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 당원 총투표에 대해 “당의 혼란만 가중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문 위원장은 “비례대표 국회의원들 잘못을 했다면 어떤 잘못을 했는지에 대해 분명하게 얘기가 되어야 한다”면서 “(하지만) 현재 진행되고 있는 총투표는 굉장히 포괄적이고 추상적으로 책임을 묻는 방식이어서 당원소환 당규를 무력화하고 있어 정당성을 갖기 어렵다”고 말했다.

정의당 일각에선 총투표의 시기가 아쉽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야당 의원들의 존재감을 높일 수 있는 하반기 국정감사를 앞두고 당내 분쟁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국정감사에 ‘올인’해야 할 정의당 의원실 관계자들이, 현안에 집중하지 못하고 의원의 안위를 걱정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문영미 위원장은 “국정감사 앞두고 의원들이 준비를 많이 해야 하는 시기(인데 차질이 있고), 당대표를 뽑는 당직 선거 역시 미뤄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런 지점에서 리더십 혼재, 여러 문제 등을 노정할 수밖에 없는 과정”이라고 우려했다.

강민진 청년정의당 전 대표가 당내 성폭력 은폐 의혹을 부인했던 정의당 지도부가 정정 입장문을 준비했으나 선거를 이유로 발표하지 않은 채 사퇴했다고 6월11일 밝혔다. ⓒ연합뉴스
강민진 청년정의당 전 대표가 당내 성폭력 은폐 의혹을 부인했던 정의당 지도부가 정정 입장문을 준비했으나 선거를 이유로 발표하지 않은 채 사퇴했다고 6월11일 밝혔다. ⓒ연합뉴스

성폭력 가해자 감쌌다?…악화된 ‘민심’

진보사회 일각에선 정의당의 ‘뿌리’가 흔들리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지도부만 바꾼다고 지금의 위기가 쉽게 해결되진 않을 것이란 지적이다. 실제 정의당은 진보정당의 가장 큰 무기인 ‘도덕성’에도 흠집이 간 상황이다. 정의당 내에서 2번의 성폭력 피해를 입었다고 호소했던 강민진 전 청년정의당 대표가 지난 30일 ‘2차 미투 폭로’에 나섰다.

강 전 대표는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청년정의당 당직자에 의한 성폭력 사건 관련 정의당 당기위의 판단에 공식적으로 이의를 제기한다”면서 “성폭력 사건이 인터넷에 정의당 비방글을 올린 행위보다 가볍게 취급되어선 안 된다”고 밝혔다.

강 전 대표는 당이 성폭력 사건을 은폐‧축소하려 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당시의 상황을 소상히 기술했다. 강 전 대표는 “유감스럽게도, 해당 사건을 다룬 당기위 조사 과정에서 피해자에 대해 편견에 기반한 질문을 하는 등 부적절한 상황이 몇 차례 있었다”면서 ▲‘성폭력 피해를 왜 지방선거를 앞둔 그 시점에 공론화했는지’ ▲‘당시에 팬티만 입었는지, 속바지를 입고 있었는지’ ▲‘보통 성적으로 시도를 하려고 할 때 순서처럼 키스를 하고 나서 가슴이나 엉덩이를 만지는데, 왜 그러지 않았던 것 같은지’ ▲‘가해자와 3자대면할 생각은 없는지’와 같은 질문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강 전 대표는 성폭력 가해자에 대한 정의당 당기위원회의 당원권 정지 징계에 대해 공식적으로 이의를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의당은 강 전 대표의 추가 폭로에 대해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한편, 위기가 반복되면서 당원의 충성도도 떨어지는 모습이다. 선거권을 갖는 ‘당비 6개월 납부’ 기준 정의당 당원은 지난 2019년 약 3만 명에 달했다. 현재는 1만 명 가까이 줄어든 1만 명대 후반으로 전해진다. 이 추세대로라면 ‘당원 수천 명’ 대의 군소 정당으로 회귀할 수 있다는 우려가 당내에서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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