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오른’ 이강인·이승우…‘외면만 할 순 없는’ 벤투의 고민
  • 서호정 축구 칼럼니스트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2.09.03 15:05
  • 호수 1716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카타르월드컵으로 갈 26인, 마지막 변수가 될 주인공은?
李·李, 지금 페이스대로라면 9월 A매치 소집 가능성 커

4년 전 러시아월드컵을 한 달 앞두고 신태용 감독은 최종 소집 명단에 새 얼굴을 과감히 포함했다. 이승우·문선민·오반석이 월드컵으로 향하는 예선 과정에서 단 1분도 뛰지 못했음에도 선발된 것이다. 이승우·문선민은 아예 A대표팀 첫 발탁이었다. 반면 2014년 브라질월드컵은 변화가 적었다. 홍명보 감독은 예상을 거의 벗어나지 않는 최종 명단을 꾸렸다. 박주영·윤석영 등 당시 소속팀에서 꾸준히 출전하지 못해 경기력 논란이 있던 선수를 ‘가장 잘 아는 선수’란 논리로 선발하기도 했다. 결국 ‘의리 축구’라는 부정적 프레임이 돼 월드컵 이후에도 홍 감독을 괴롭혔다. 홍 감독은 본선에서 1승도 거두지 못했고, 대회가 끝난 후 자진 사임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은 2010년 남아공월드컵을 이끈 허정무 감독 이후 12년 만에 최종예선의 전 과정을 오롯이 책임진 A대표팀 감독이다. 월드컵으로 가는 4년 주기를 완전히 채운 것은 한국 축구 사상 최초다. 시간과 기회가 많았던 만큼 다양한 선수를 불러들일 수 있었다. 역대 어떤 지도자보다 선수에 대한 파악이 잘된 편이다. 하지만 확고한 자기 철학이 있어 그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선수는 중용되지 못했다.

코로나 집단감염에 대한 우려로 국제축구연맹(FIFA)은 지난 4월 이번 월드컵 최종 명단 인원을 26명으로 확정했다. 기존 23명보다 3명 더 선발할 수 있다. 과거 월드컵에 나섰던 감독들보다 더 다양한 시나리오를 감안한 추가 옵션을 택할 수 있는 상황이다. 그만큼 깜짝 발탁 가능성도 더 열려 있다.

벤투 감독은 유럽파까지 소집한 6월 A매치 4연전 당시 조유민(대전)과 김동현(강원)을 새로 대표팀에 불렀다. 주축 선수가 대거 빠진 7월 동아시안컵에는 고영준(포항)·강성진(서울)·이기혁(수원FC)을 선택했다. 그가 새로운 선수, 혹은 오랜 시간 대표팀과 인연을 맺지 못한 선수를 선발할 수 있는 기회는 국내에서 코스타리카·카메룬을 상대하는 9월 A매치가 마지막이다. 카타르월드컵은 유럽 축구 시즌 중인 11월에 열리는 탓에 대회 일주일 전에 유럽파 선수를 소집할 수 있어 대회 직전의 테스트는 거의 의미가 없다. 윤곽이 드러난 벤투호에 막판 극적으로 승선할, 최종 명단에 가장 큰 변수가 될 후보는 누구일까?

이승우(왼쪽), 이강인 ⓒ연합뉴스·EPA 연합

유럽서 펄펄 나는 이강인, 안 뽑으면 오히려 ‘논란’ 부를 듯

단연 이강인(마요르카)이 가장 주목받는 분위기다. 최근 경기력이 심상치 않다. 현재 유럽에서 활약하는 한국 선수 중 가장 돋보인다. 8월28일 이강인은 라요 바예카노와의 2022~23 시즌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원정경기에서 후반 19분 쐐기골을 터트렸다. 상대 수비수의 헤더 처리 실수를 이용해 빠르게 페널티박스 안까지 진입했고 강력한 왼발 슛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이강인의 득점으로 마요르카는 3라운드에서 시즌 첫 승(2대0)을 신고했다.

득점 외에도 이강인은 앞선 2경기에서 보여준 좋은 흐름을 이어갔다. 특유의 탈압박과 정확한 패스로 상대 수비진을 공략했다. 경기 공식 ‘MOM(Man of the Match·최우수선수)’도 그의 차지였다. 이강인은 아틀레틱 클루브와의 개막전에서 86분을 소화했고, 레알 베티스와의 2라운드에서는 풀타임을 뛰며 도움으로 시즌 첫 공격 포인트를 올렸다. 특히 베티스전에서는 팀의 패배에도 환상적인 플레이를 펼치며 극찬을 받았다. 공식 MOM은 아니었지만 유럽 주요 리그 평점을 매기는 사이트들이 일제히 이강인에게 높은 점수를 주며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고 인정했다.

2경기 연속 공격 포인트를 기록한 이강인은 지난해 9월 레알 마드리드전 이후 11개월 만에 골맛을 보며 자신감이 극대화됐다. 하비에르 아기레 감독은 이강인을 최전방 공격수 베다트 무리키 아래에 배치해 프리롤을 부여함으로써 창조성을 극대화하는 방식을 택했다. 감독의 절대 신임에 이강인도 육체적·정신적으로 한층 성장한 모습이다. 현재 마요르카와 아기레 감독이 이강인을 활용하는 방식은 월드컵에서 벤투호에 필요한 옵션이 될 수 있다. 유럽 빅리그에서도 찬사를 받는 이강인의 개인 능력을 이용해 손흥민과 콤비네이션을 만드는 심플한 역습이 우루과이, 포르투갈처럼 전력상 우위인 H조의 다른 팀을 상대로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벤투 감독은 지난해 3월 일본과의 친선전 이후 이강인을 소집한 적이 없다. 최종예선에 한 번도 부름을 받지 못했다. 당시에는 이강인이 전 소속팀인 발렌시아, 그리고 이적 후 마요르카에서 주전 경쟁에 애를 먹으며 큰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던 시기다. 하지만 현재는 유럽 빅리그에서 개막 후 꾸준히 최고의 경기력을 발휘하는 중이다. 이 흐름이라면 9월 A매치 소집 명단에 포함되지 않는 게 논란을 일으킬 정도다.

 

이승우도 약점인 수비 보완해 벤투의 선입견 바꿀까

K리그에서는 이승우(수원FC)의 활약이 주목받는다. 이승우는 이강인이 시즌 첫 골을 터트린 날 성남FC를 상대로 자신의 K리그 시즌 11호 골을 기록했다. 전반 37분 빠른 템포의 침투로 페널티 지역 중앙까지 가서 반 박자 빠른 오른발 감아차기로 팀의 동점골을 터트렸다. 유럽에서 2시즌 넘게 부침이 심한 시간을 보냈던 이승우는 지난해 말 수원FC에 입단하며 국내 무대로 향했다. 오랜 시간 꾸준히 경기를 소화하지 못해 재기에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지만, 4월부터 특유의 퍼포먼스가 나오기 시작했다. 여름 들어서는 순발력과 빠른 드리블 전환 등 이승우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의 플레이를 쏟아내고 있다.

이승우 역시 이강인과 마찬가지로 긴 시간 벤투 감독의 구상에 진입하지 못했다. 2선에서 뛰는 선수들에게 안정적인 볼 소유와 많은 활동량, 적극적인 수비 가담을 요구하는데 저돌적인 이승우와 이강인은 소유하는 플레이와 맞지 않는 스타일이라는 판단에서였다. 그러나 이승우는 최근 활동량, 수비 가담 면에서도 좋아지는 모습이다. 수원FC 김도균 감독은 “수비의 요령이 부족하다 보니 잘하는 건 아니지만, 그 부분을 의식하며 열심히 도와주는 모습은 확실히 좋아졌다”고 평가했다. 무엇보다 단점이 아닌 장점을 본다면 이승우와 이강인은 마지막 테스트를 받을 만하다. 실제로 두 선수는 소속팀에서 장점을 극대화해 주는 감독을 만나서 부활하고 있다.

두 선수 외에 K리그에서 최고의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있는 김대원(강원)도 주목해야 한다. 김대원은 현재 10골 11도움을 기록해 K리그 최다 공격 포인트를 올리는 중이다. 측면과 중앙을 오가며 정확한 볼 배급은 물론이고 마무리 능력까지 증명했다.

벤투호의 취약 포지션인 중원 지역에 대한 마지막 테스트도 변수다. 현재 가장 많이 거론되는 선수는 손준호(산둥 타이산)다. 중국 슈퍼리그에서 지난 시즌 최고의 활약을 펼쳤지만 중국 당국의 강도 높은 코로나19 자가격리 정책으로 인해 A대표팀에 올 수 없었다. 최근 자가격리 기준이 3주에서 열흘로 줄어들며 대표팀 합류가 용이해졌다. 지난 7월 동아시안컵 때도 발탁이 유력했지만 소집을 앞두고 무릎을 다치며 불발됐는데 최근 복귀하며 9월 A매치 소집 명단 복귀를 노리고 있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