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단을 바꾸면 지구도 살린다”
  • 조철 북 칼럼니스트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2.09.04 13:05
  • 호수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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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 극복 히든카드 제시한 《기후미식》

“공교롭게도 건강을 위한 식단은 기후위기 완화를 위해 모든 인류가 실천해야 할 식단이다. 동물성 단백질과 식용유, 설탕을 배제한 식단은 최근 ‘자연식물식’으로 불리고 있다. 건강 악화에 의해서든, 기후위기 관련 재앙에 의해서든, 생명의 위협을 피하기 위해 우리의 식단을 자연식물식으로 근본적으로 전환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에 처해 있다.”

문어 한 마리를 통째로 뜯어먹는가 하면 엄청난 양의 소고기를 먹어 치우는 ‘먹방’ 유튜버가 움찔할 채식주의자의 경고처럼 들리는 이 말은, 직업환경의학 전문의이자 통합의학대학원 겸임교수로 ‘생활습관의학’을 강의하는 이의철 교수가 《기후미식》을 펴낸 배경이다. 기후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화석연료 사용 제한, 재생 가능 에너지 사용 등 에너지 전환을 주로 논의하고 있지만, 이 교수는 ‘기후미식’이라는 용어를 전하며 ‘식단 전환’이 기후위기 극복에 엄청난 도움을 준다고 역설한다.

기후미식/이의철 지음/위즈덤하우스 펴냄/240쪽│1만5000원
기후미식/이의철 지음/위즈덤하우스 펴냄/240쪽│1만5000원

“나의 건강과 지구의 건강은 연결돼 있다”

“‘기후미식(Klimagourmet)’은 온실가스 배출을 최소화하면서 즐길 수 있는 음식, 지속 가능한 생태계를 염두에 둔 음식을 준비하고 접대하는 행동을 말한다. 지구와 생명, 인류에 책임감 있는 음식 소비다. 단지 식단을 바꾸는 것에 그치지 않고, 지구에 존재하는 다양한 생명과 무생물들이 인간을 위한 도구나 원재료가 아닌 우리와 삶을 함께하는 동반자라는 관점을 자연스럽게 체화할 수 있는 개념이다.”

2020년 노르웨이의 비영리단체 EAT와 영국의 의학저널 ‘랜싯(Lancet)’은 주요 20개국, G20 국가들의 음식 소비에 따른 생태 발자국을 정리해 발표했는데, 그중 한국인은 지구가 2.3개 필요할 정도의 식단을 유지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에 이 교수는 현직 의사로서 현대인의 과도한 단백질 신화가 이런 결과를 낳았다고 진단하면서, 온실가스 감소를 위해서뿐만 아니라 건강을 위해서도 동물성 식품을 먹지 않는 것이 최고의 선택이라고 과감하게 제안한다. 비만, 당뇨, 고혈압, 심혈관질환, 암, 치매, 알레르기질환 등 각종 만성질환을 해결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이고 쉬운 방법도 동물성 단백질을 먹지 않는 것이라면서.

“한국의 전통 식문화는 동물성 식품과 식용유, 설탕을 거의 사용하지 않았고, 더 나아가 서양 사회에 깊이 뿌리내린 유제품을 사용하는 전통도 없었다. 따라서 그리 오래되지 않은 과거의 전통을 되살리기만 한다면 즐겁고, 맛있고, 건강한 기후미식 식단이 얼마든지 새로운 문화로 정착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전 세계인에게 각종 한국의 문화가 주목받고 있는 지금, 한국의 음식이 건강 위기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핵심적인 수단으로 인식된다면, 그 과정에서 한국은 ‘기후 악당’ 국가라는 불명예를 벗고, 기후미식 선도국으로 우뚝 서게 될 것이다.”

이 교수는 기후위기를 극복하는 방안으로 ‘흡수를 증가시키는’ 방법에 집중한다. 지금껏 해온 탄소배출 감소 활동은 효과를 체감하기까지 60~70년이 걸리는 반면, 탄소 흡수 활동은 효과를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방법도 간단한데, 육지의 숲과 바다의 식물성 플랑크톤이 이산화탄소를 더 많이 흡수하고, 다양한 생명체가 이를 더 많이 저장할 수 있도록, 이들을 먹지 않고 ‘그대로 두는’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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