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검찰 소환 통보받고 ‘尹과의 전쟁’ 시작
  • 송종호 서울경제 기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2.09.02 10:05
  • 호수 1716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당 대표 취임하자마자 현실화된 사법 리스크…‘김건희 특검’ 만지작
‘이해찬계’ 끌어안고 당 장악 속도…“참으로 비정한 예산안” 입법 투쟁도

“참으로 비정한 예산안” “강한 야당”.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윤석열 정부 첫 예산안을 가리켜 비정하다고 쏘아붙였다. 8월3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대표는 “주거난을 겪는 안타까운 서민들에 대해 예산을 늘려 가지는 못할망정, 정말 상상하지 못할 규모로 삭감한 것이 도저히 이해가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날 당 대표 당선 이후 처음 가진 의원 워크숍에선 “정부의 독주와 독선에 대해 강력하게 야당의 역할을 해나가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본격적인 윤석열 정부와의 대결이 예고되는 장면이다.

국민의힘은 지지율 하락을 면치 못하는 윤석열 대통령과 당 내홍이 깊어가는 상황에서 ‘이재명 야당 대표’의 등장이 반전의 카드가 될 것을 기대하는 눈치다. 이 대표를 겨눈 ‘사법 리스크’가 민주당 전체를 흔들고 반사이익을 챙길 수 있다는 계산에서다. 실제로 9월1일 국회 본회의장에 있던 이재명 대표의 휴대폰에 백현동·대장동 사건과 관련해 “(이재명)의원님 출석요구서가 방금 왔습니다. 전쟁입니다”라는 내용으로 최측근 김현지 보좌관(전 경기도청 비서관)이 보낸 텔레그램 메시지가 사진기자의 카메라에 잡히기도 했다. 민주당은 즉각 “야당 탄압” “정치 보복”이라며 저항 태세를 갖췄다. 이 대표와 윤 대통령이 지난 3월 대선과 6월 지방선거에 이어 물고 물리는 대선 3라운드를 다시 시작한 셈이다.

ⓒ시사저널 박은숙
9월1일 국회에서 열린 제400회 정기국회 본회의장에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누군가와 통화하고 있다.ⓒ시사저널 박은숙

‘부자 정권 대 서민 정당’이라는 프레임 가동

이 대표는 77.77%의 압도적 득표율로 당 대표에 당선됐다. 자신감이 생긴 이 대표는 당직 인선도 과감하게 진행했다. ‘당 3역’으로 불리는 핵심 당직에 이해찬계 인사가 기용됐다. 신임 사무총장에 5선의 조정식 의원을 임명하고, 정책위의장에 재선인 김성환 의원을 유임시켰다. 지난 대선 경선 때부터 이해찬계의 전폭적 지원을 받아온 것을 고려한 인사였다. 이해찬 전 대표 시절 정책위의장을 지낸 조 의원은 이 전 대표 조직인 ‘광장’을 이재명 대표 지지 조직인 ‘민주평화광장’으로 재편하는 등 ‘신(新)친명계’로 불린다. 앞서 당 대표 비서실장과 대변인에도 이 대표의 대선 캠프에서 활약한 천준호·박성준 의원이 각각 임명됐다.

윤 대통령과의 대결 전에 ‘이재명의 민주당’ 구축 작업이 시작된 셈이다. 경기지사와 성남시장 시절 시와 도를 장악했던 방식도 차용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중앙당 및 시도당 홈페이지에 당직자의 이름과 직책, 담당업무와 당사 전화번호를 공개하도록 지시했다. 경기지사 시절 경기도청 전 직원 명찰 패용과 맥락이 닿는 지시사항으로 꼽힌다. 당시 이 대표는 명찰 사태에 대한 입장 발표를 통해 “주권자인 국민에게 친절하고 책임 있게 자신을 알리는 것은 공무원의 의무”라며 “민원인에게 자신의 이름을 알릴 방법을 논의해 개선책을 마련해 달라”고 뜻을 굽히지 않았다.

친명계의 한 의원은 “앞으로 주요 의사결정 과정에서 유튜브 생중계 등을 통해 당원들이 직접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과정들을 볼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당 대표 경선 과정에서도 권리당원 전원투표를 전당대회 의결보다 높은 수준의 최고의결기구로 상정하기 위한 당헌 개정 작업이 있었다. 직접민주주의 실현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지만 ‘개딸’로 상징되는 이 대표 지지자들을 통해 당 장악을 수월하게 하려는 의도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추진 과정에서 적지 않은 논란이 예상되지만 이재명의 민주당은 이미 페달을 밟기 시작했다.

당심과 별개로 민심 장악은 이번 정기국회의 이재명표 입법 과제 성적에 따라 좌우될 전망이다. 윤석열 정부와의 대결도 당심과 민심을 일치시켜야 승산이 있다고 보고 있다. 현 정부 예산안을 겨냥해 “참으로 비정하다”고 평가하는 등 ‘부자 정권 대 서민 정당’이라는 프레임을 가동시키고 있다. 여당인 국민의힘의 내홍으로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를 뒷받침할 입법활동이 공중에 떠있는 상황에서 압도적인 의석수로 ‘이재명표 민생 입법’을 앞세워 정국 주도권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이재명 대표가 9월1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보좌관으로부터 “전쟁입니다”라는 문자를 받고 있다.ⓒ시사저널 박은숙

여당 같은 제1야당, 입법 과제 승부수

8월31일 열린 의원 워크숍에선 이번 정기국회에서 중점적으로 추진할 22대 민생 입법 과제가 발표됐다. 특히 워크숍을 앞두고 민주당은 ‘민생 시그널 169’ 프로젝트를 진행해 소속 의원 169명 전원으로부터 487개 민생 법안을 제안받았다. 특히 시행령 통치를 막을 국회법 개정안, 경찰국 대응을 위한 경찰법 개정안, 허위 경력 처벌을 위한 김건희 방지법 등 윤석열 정부를 겨냥한 입법활동에도 방점을 찍고 있어 여야의 입법 대전이 벌어질 전망이다.

이재명 당 대표 선출 직후 민주당에서 터져 나온 주장은 다름 아닌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를 향한 공세였다. 이 대표와 배우자 김혜경씨를 겨냥한 사법 리스크에 대한 맞불 형태라는 게 중론이다. 8월30일 열린 첫 최고위에서 박찬대 최고위원은 “검찰과 경찰이 계속 김건희 여사에 대해 봐주기 수사를 한다면 민주당은 국민의 뜻에 따라, 법에 따라 특검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민주당 강성 초선 의원 모임인 ‘처럼회’ 의원들은 ‘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의 주가조작, 허위경력 사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이라는 이름의 ‘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발의해 놓은 상태다.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주작 의혹과 한남동 대통령 공관 리모델링 공사 관련 의혹을 특별검사를 임명해 규명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즉각 반발했다.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권 원내대표는 “민주당 새 지도부에 협치 노력을 기대했지만 첫 일성은 ‘김건희 여사 특검’ 주장이었다”면서 “이번에도 새 정부를 흔들기 위해 특검 소재로 재활용하겠다는 심산”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신임 당 대표와 아내 김혜경씨에 대한 검경 수사 ‘물타기’ 목적이라고도 했다.

사법 리스크를 걸고 힘겨루기에 들어간 이 대표와 윤 대통령의 승부는 결국 민심 얻기에 따라 달라질 전망이다. 방탄용 당 대표라는 비판에도 이 대표가 입법 과제로 민심을 챙기면 그가 주장한 대로 ‘강한 야당’으로 거듭나고, 대선에서 패배했지만 윤 대통령과 라이벌 관계를 회복할 수 있다. 물론 국민의힘 내홍이 수습되고 집권여당으로서 윤 대통령 국정과제를 입법 성과로 만들어갈 경우 승부는 예측하기 어렵게 된다. 정기국회에서의 입법 대전이 대선 3라운드의 1차전이 될 전망이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