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문고리 3인방’ 지목된 윤핵관, ‘3철의 길’ 걸을까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2.09.01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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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心’ 읽는 실세로 지목된 장제원‧권성동, 비선 논란에 ‘휘청’
‘윤핵관’, ‘3철’처럼 백의종군 선언…“더 빨리했어야” 비판도

“윤석열 정부에서 어떠한 임명직 공직을 맡지 않겠다.”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달 31일 페이스북을 통해 “이제 지역구 의원으로서의 책무와 상임위 활동에만 전념하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장 의원은 이어 “계파활동으로 비춰질 수 있는 모임이나 활동 또한 일절 하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같은 날 권성동 원내대표도 사퇴 의사를 굳혔다는 보도가 전해졌다.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이자 여당 실세로 불렸던 ‘맏형’과 ‘아우’가 동시에 2선 후퇴를 선언했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측은 이들의 ‘저의’를 의심하고 있다. 그러나 정치권 일각에선 과거 박근혜 정부의 실세로 불렸던 ‘문고리 3인방’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윤핵관’이 문재인 정부 ‘3철’의 길을 택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사진 왼쪽부터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 ⓒ연합뉴스
사진 왼쪽부터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 ⓒ연합뉴스

‘윤핵관’보다 대단했던 ‘문고리 3인방’ 위세

정권을 막론하고 ‘실세’는 있었다. 통상 대통령과 독대하고, 당과 청와대의 가교역할을 하는 이들이 실세가 됐다. 대표적인 대통령 측근그룹으로 박근혜 정부 당시의 ‘문고리 3인방’이 꼽힌다.

‘문고리 3인방’은 박근혜 전 대통령을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보좌했던 안봉근 전 청와대 국정홍보비서관과 이재만 전 총무비서관, 정호성 전 제1 부속비서관을 지칭하는 말이다. 이들은 박 전 대통령의 의중을 읽고, 재계와 여당 등에 ‘대통령 메시지’를 전하는 일을 도맡아 했다고 전해진다. 대통령 참모부터 장관, 국가정보원장까지 이들을 통과하지 못하면 대통령을 대면할 수 없었다고 한다. 문제는 이들이 대통령의 뜻을 ‘법과 시스템’보다 우선했다는 점이다.

‘문고리 3인방’의 민낯은 이른바 ‘국정농단 사태’가 불거지며 드러났다. 정 전 비서관은 대통령의 지시로 최순실(개명 후 최서원)씨에게 대통령실 문건을 건넸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안 전 비서관은 최순실씨가 박 전 대통령의 순방일정을 미리 입수하고 의상을 제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시기 제2부속비서관으로 근무했다. 이 전 비서관은 장·차관 및 공공기관장 인사를 결정하는 청와대 인사위원회에 참석하는 등 인사 과정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결국 ‘문고리 3인방’은 수의(囚衣)를 입어야 했다. 이 전 비서관과 안 전 비서관은 뇌물수수와 국고손실 혐의로 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아 각각 징역 1년6개월, 2년6개월을 받았다. 정 전 비서관은 청와대 비밀문서 47건을 최순실에게 넘긴 공무상비밀누설 혐의로 징역 1년6개월을 선고받았고, 형기를 마친 뒤 2018년 5월4일 만기 출소했다. ‘문고리 3인방’은 수감 생활을 끝마친 뒤 모든 정치활동을 중단하고 칩거 중으로 전해진다.

왼쪽부터 박근혜 전 대통령, 정호성 제1부속비서관, 안봉근 제2부속비서관, 이재만 총무비서관 ⓒ시사저널 이종현·연합뉴스
왼쪽부터 박근혜 전 대통령, 정호성 제1부속비서관, 안봉근 제2부속비서관, 이재만 총무비서관 ⓒ시사저널 이종현·연합뉴스

권력 중심부에서 멀어졌던 文정부의 ‘3철’

탄핵 정국으로 정권을 잡은 문재인 전 대통령에게도 측근은 있었다. 참여정부 시절부터 문 전 대통령과 함께 일한 이른바 ‘3철’이다. ‘3철’은 참여정부 청와대에서 문 대통령과 함께 일했던 양정철 전 홍보기획비서관과 전해철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호철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이름 마지막 글자를 딴 명칭이다.

‘3철’은 문 전 대통령과 수시로 소통하며, 공약의 틀도 같이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선 기간 정치권 일각에선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집권한 뒤 문고리 3인방이 요직을 차지했던 것처럼 문재인 후보가 당선되면 3철이 요직을 장악할 것’이란 우려섞인 관측이 나왔다. 실제 문 전 대통령 역시 ‘3철’과 함께 새 정부 밑그림을 그리고 싶어했다는 후문도 들린다.

그러나 결국 세 사람은 문 전 대통령 당선과 동시에 연이어 ‘백의종군’을 선언하며 권력 핵심부와 거리를 뒀다. 가장 먼저 이호철 전 수석은 문 대통령의 취임식 당일 “정권교체는 이뤄졌고, 제가 할 일을 다 한 듯하다. 자유를 위해 먼 길을 떠난다”고 지인들에게 출국 소식을 전했다. 5일 뒤 ‘총무비서관’ 물망에 올랐던 양정철 전 비서관도 지인들에게 백의종군 소식을 알렸다. ‘3철’ 중 전해철 의원만이 여의도에 남았지만 당내 요직과는 거리를 뒀다.

이에 정치권 일각에선 정권 초 ‘윤핵관’으로 지목된 장제원 의원과 권성동 의원이 ‘3철’과 같은 행보를 걸었어야 한다는 아쉬움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대선 당시부터 실세로 불렸던 이들이, 당선인 비서실장과 원내대표라는 요직을 맡다보니 잡음이 계속됐다는 지적이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때론 대통령에게 쓴소리도 하고 강력하게 싸우는 사람이 대통령 곁에 있어야 한다. 그런데 대통령에게 호감을 사서, 그것을 발판 삼아 자기 권력을 행사하는 사람들이 있고, 그런 이들이 늘 문제가 된다”고 했다. 이어 “최근 문제가 된 인사들 중 상당수가 장제원, 권성동 원내대표같은 ‘윤핵관’이 추천한 인사들”이라며 “진즉에 (장 의원과 권 원내대표가) 책임지고 빨리 물러났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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