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인터뷰] 홍준표 “당 정상화와 김 여사 리스크 제거하면 尹 대통령 지지율 오를 것”
  • 대담=전영기 편집인, 정리=이원석 기자 (lws@sisajournal.com)
  • 승인 2022.09.03 10:05
  • 호수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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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장 취임 후 첫 중앙지 인터뷰 나선 홍 시장, 윤 대통령 향해 조언
“대통령이 만기친람해 잘 되는 나라 없어…도어스테핑 전혀 맞지 않아”
“차기 대권, 생각하고 살지 않아… 고향 대구 재건 기회 만족”

☞ 앞서 보도된 「 [단독인터뷰] 홍준표 “권성동·이준석 구질구질하고 참 나쁜 사람들”」 기사로부터 이어집니다.

홍준표 대구시장이 8월31일 시사저널과 인터뷰를 갖고 있다. ⓒ시사저널 이종현
홍준표 대구시장이 8월31일 시사저널과 인터뷰를 갖고 있다. ⓒ시사저널 이종현

홍준표 대구시장은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운영지지도 회복을 위해선 “당 정상화 김 여사 리스크를 제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홍 시장은 “(윤 대통령은) 평생 검사만 했고, 정치를 모르는 분이었다”며 “지금은 정치적 역량을 갖춰나가는 과정이다. 역량이 안 되면 주위의 정치력 뛰어난 참모들이 같이 나라 운영을 해나가는 모습을 보이는 게 맞다”고 말했다. 홍 시장은 김건희 여사와 관련한 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해선 “간단하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 김 여사가 ‘아내로서의 역할만 충실하겠다’고 한 그대로 하면 된다”고 조언했다.

시사저널은 8월31일 대구시청 산격청사 시장실에서 홍 시장을 만나 이준석 전 대표와 이른바 ‘윤핵관’(윤석열 측 핵심 관계자) 간 갈등이 벌어지고 있는 여당 내 상황,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 난맥상 등 여러 정치 현안에 대해 기탄없는 이야기를 들었다. 홍 시장은 “뭐든지 물어보라”고 했고, 인터뷰는 2시간 가까이 이어졌다. 홍 시장이 대구시장 취임 이후 중앙지와 가진 첫 단독 인터뷰였다.

 

윤 대통령 얘길 계속해 보자. 국정운영 지지도는 30%대에 머무르고 있고, 최근 경제위기 관련 시사저널 여론조사에 따르면 위기 원인을 ‘정부의 부족한 대응’으로 꼽는 여론이 52.3%로 절반을 넘었다. ‘정부가 보이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오는데.

“유권자들이 지난번 대선 때 그걸 예측하지 않고 투표했겠나. 지난 대선 투표는 반(反)문재인 투표였다. (윤 대통령은) 평생 검사만 했고, 정치를 모르는 분이었다. 대통령 직무 중 80% 이상이 정치다. 정치적 역량이 없는 분을 대통령으로 선출한 건데 국민들이 거기에 대해 너무 과도한 기대를 갖고 있는 것일 수 있다. 지금은 정치적 역량을 갖춰나가는 과정이다. 역량이 안 되면 주위의 정치력 뛰어난 참모들이 같이 나라 운영을 해나가는 모습을 보이는 게 맞다. 정책도 각 분야 전문가들에게 맡기고 대통령은 파이널 디시전(최종 결정)만 하면 된다. 그런 과정을 다시 한번 거치면 좋겠다. 대통령이 만기친람해 잘되는 나라가 없다.”

윤 대통령이 만기친람한다고 보나.

“제가 볼 때 만기친람은 아니다. 다만 도어스테핑(출근길 약식회견)을 하는 건 저는 전혀 맞지 않다고 본다. 최종결정자인 대통령이 매일 아침에 나와 할 소리 안 할 소리를 다 하면 장관이 할 일이 뭐가 있고, 수석이 할 일이 뭐가 있고, 국회가 할 일은 뭐가 있나. 쟁점 수렴 과정이 전혀 없어진다.”

 

“野, 김건희 특검 주장은 이재명 리스크 대응 물타기”

대통령실의 물갈이가 필요하다고 보나.

“그렇다. MB(이명박 전 대통령) 땐 촛불 사태에 대응할 때 비서실장까지 싹 내보내고 새로 구성했다.” 

지금 일부 비서관 등의 인적 개편이 진행되고 있다는 이야기는 들린다.

“실무진 교체에 불과하다. 비서관과 행정관 좀 교체하는 게 무슨 인적 개편인가. 머리를 바꿔야지. 노력을 하고 있으니 지켜봐야 한다.”

일각에선 윤 대통령이 윤핵관들을 해체시켜야 한다는 이야기도 있는데.

“지금 이미 이 전 대표로 인해 소위 윤핵관이란 사람들은 나쁜 사람들로 전락했다. 그런 사람들이 전면에 나와 설치면 국민이 싫어한다. 딜레마는 윤핵관을 해체하면 그나마 자기를 지탱하는 세력조차도 없어진다는 거다. 당에 기반이 없는, 공중에 뜬 대통령이 돼 더 위험해진다.”

그럼 윤 대통령은 어떻게 해야 할까.

“그건 윤 대통령과 정무팀이 판단할 일이다. 다만 당이 먼저 정상화돼야 하고, 김건희 여사 리스크를 제거해야 한다. 그 두 가지만 되면 지지율이 오르리라고 본다. 저는 윤 대통령이 정말 잘돼서 나라도 당도 빨리 안정됐으면 좋겠다. 그래야 지방도 안정된다.”

김 여사와 관련한 리스크는 어떻게 관리해야 한다고 보나.

“간단하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 김 여사가 한 얘기가 있을 거다. 아내로서의 역할만 충실하겠다. 본인이 얘기했지 않나. 그대로 하면 된다. 그러지 않고 일부 국정에 개입하려고 드니까 문제가 계속 터지는 거다. 27년 정치를 하면서 영부인 팬클럽이 있다는 건 처음 들었다. 영부인이 정치인인가. 영부인은 국가 의전행사 때 퍼스트레이디로서 나오는 거다. 독자 정치가 없다.”

배우자 리스크와 관련해 특별감찰관 임명, 제2부속실 부활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있다.

“문재인 정부 5년간 특별감찰관을 임명하지 않았다. 왜냐, 친인척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친인척 문제에 대한 판단이 확실히 서면 임명을 안 할 수가 있나. 그 논리로 생각하면 간단하다. 제2부속실은 윤 대통령이 자신의 배우자는 영부인으로서의 역할을 하지 않겠다고 얘기하면서 폐지한 거다. 처음 그 뜻대로 하면 된다.”

현실적으로 배우자 관리가 필요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

“그건 대통령의 판단이기에 제가 할 말은 아니다.”

야당에선 김 여사 특검을 요구하고 있다.

“그건 이재명 대표 (수사 중인) 사건 대응 차원에서 덤비는 걸 거다. 다급하게 이 대표 관련 사건들이 돌아가니 대응 차원의 물타기일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에서 이재명 대표가 선출된 것은 어떻게 평가하나.

“이재명 대표에 대한 말은 하지 않겠다. 대구에서 벌이는 사업들을 이 대표가 틀어버리면 상당히 어려워질 가능성이 있다.”

이 대표가 윤 대통령에게 영수회담을 제안했는데.
“‘나 건드리지 마라. 나도 안 건드릴게’라는 식의 시그널을 보내는 것으로 국민들의 오해를 부를 수 있다. 윤 대통령 입장에선 받아서 회담하는 건 나쁘지 않다고 본다. 정국의 돌파구로 삼을 계기가 될 수도 있지 않겠나.”

홍준표 대구시장이 지난 7월8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제1차 민선 8기 시·도지사 간담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바라보며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홍준표 대구시장이 지난 7월8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제1차 민선 8기 시·도지사 간담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바라보며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2030세대, 거짓말이나 변명·회피 굉장히 싫어해”

대구시의 가장 큰 현안으로 통합신공항 특별법 문제가 있다. 야당의 동의가 중요할 텐데.

“야당도 동의해 주리라고 믿는다. 대구 통합신공항법이 통과되면 광주나 다른 공항도 똑같은 절차로 갈 수 있다. 이해관계가 다 묶여 있기 때문에 소위 민주당 주류들도 동의를 안 할 수 없을 거다.”

이 대표를 직접 만나거나 접촉할 생각이 있나.

“이 대표의 정치적 양식을 믿는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 윤 대통령이나 이 대표도 홍준표 방식으로 통합신공항을 한다고 공약을 10번도 더했다. 그래서 굳이 내가 부탁을 안 해도 반대하지 않을 거다. 이 문제에 한해선 거짓말을 하면 앞으로 TK(대구·경북) 표가 하나도 없지 않겠나.”

취임한 지 두 달째인데 벌써 대구시의 여러 현안에 대해 화끈한 ‘홍준표식 행정’이 돋보인다는 얘기가 많다.

“얽히고설킨 건 단칼에 잘라야지 질질 끌면 해결이 안 된다. 알렉산더 대왕이 고르디우스 매듭을 푼 방식 아닌가.”

대구시로 내려와서도 2030의 여전한 지지를 받고 있다.

“2030세대의 본질은 거짓말을 하거나 변명하거나 회피하는 걸 굉장히 싫어한다. 이번 이준석 사태를 기해 2030도 이 전 대표에 대한 인상을 많이 바꿨을 거다. 청년정치를 표방하면서 청년답지 않은 정치를 하는 건 스스로 자멸하는 길이다. 청년이란 게 생물학적 개념이 아니다. 사고의 유연성이고, 생각이 젊어야 한다. 대구에서 지나가다 보면 대학생들이 사진 찍자고 온다. ‘내가 할아버지다’라고 하니 ‘생각이 젊잖아요’ 그런다.”

차기 대권주자로도 계속 거론된다.

“차기 대권을 생각하고 살지 않는다. 내가 자란 고향 대구를 재건할 기회를 받았다는 것만으로 만족하고 산다.”

눈에 띄는 후보군이 있을까.

“관심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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